아름다운 태국 사람들

루암밋의 라후 어린이들

정안군 2005. 3. 25. 12:28

<루암밋 마을의 꼬끼리들>
 
어보우-자(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로 쓸 수 있는 라후 인사말)
 
태국 치앙라이에서 콕강(매콕)따라 가다보면 루암밋이라는 카렌(현지말로는 까리앙)족 마을이 나옵니다.   이 마을은 코끼리를 이용한 관광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오든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라후족 어린이들을 위한 기숙 시설이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곳에서 15일 정도 머물면서 봉사를 한 적이 있구요.   그때의 감동이 아직도 마음에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루암밋 마을의 기독교 라후 어린이 한국 기숙사 안내판>

 

 


<안내판에서 30 m 정도 안에 있는 기숙사 입구>

 

 

<남자 기숙사와 식당>
 

<그림같은 교회 건물>
 
라후족은 원래 중국 운남성 지방에서 살았는데 중국 민족의 팽창으로 압박해 오자 일부가 안전한 거처를 찾아 미안마로 이동하고 또 그 중 일부가 태국과 라오스로 옮겨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라후족은 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등에 흩어져서 살지만 고유의 문자가 없고 말만 있어서 각 지방에 따라 말이 다르고 풍습이 달라 그 유대 관계가 점점 더 희박해 지고 있다고 하네요.
 
나라없는 민족이 어떠한지 그들을 보면 알 수가 있더군요.
 
고유한 문자가 없지만 100여년 전 미국의 한 선교사가 중국에 있는 라후족 마을에서 무려 30여년을 같이 살면서 알파벳을 차용한 글씨를 만들어 성경과 찬송가를 만들어 주었다네요.   그래서 교회에서는 그들의 찬송가와 성경이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조금만 읽는 방법을 알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쉽게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예) COCAVE - 쪼짜베(코카베가 아닙니다.^^)
 
라후족은 다른 소수 민족도 그렇지만 태국에서 천덕꾸러기로 살아갑니다.   보통 시민권도 없고 오래 태국에 거주한 사람이거나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시민권을 얻을 수가 있지만 부패한 관리들이 많은 돈을 요구해 쉽게 시민권을 얻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들 조상들이 그렇게 살아 왔던 것처럼 지금도 살아갑니다.   물론 전기도 일부는 들어가고 주거 환경도 조금은 나아졌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참으로 비참합니다.
 
 
<한 라후 마을>
 

 

<한 라후 마을의 어린이들>

 

위와 같이 주거 환경도 열악하고 먹을 것이 부족해 영양 부족 상태로 있는 어린이들은 거의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전부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일부라도 루암밋 기숙 시설에 넣어 먹을 것을 주며 옆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곳은 초등학생들을 수용하는 곳이라서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물론 같은 선교사가 운영하는 중학교 기숙시설이 치앙마이주 매아이에 있어 일부는 수용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어 많은 어린이들이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슬픔도 있습니다.

 

이 시설도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형편이 없지만 그들의 마을에 비하면 대궐같은 곳이어서 다시 마을로 돌아간들 적응이 어려워 어린 나이에 도시로 흘러들어 유흥업소같은 곳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식당 앞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어린이들>

 

 


<전통복을 입은 등교길의 라후 여자 어린이들>

 

처음에는 라후민족들의 거부감으로 이곳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물론 아주 일부이지만 대학까지도 진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니까 희망자가 늘어 각 마을에 들어올 수 인원을 배당할 정도가 되었답니다.   그러니까 현지 마을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이곳에 오게되어 다시 기숙사 근처의 루암밋 초등학교 1학년으로 돌어온다든지 마을에서 놀다가(?) 늦게 들어온 아이들도 있어서 학년 = 나이는 아닙니다.

 

이들과 지내면서 말이 통하지 않으니 많은 것을 공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초등학생과 같은 나약한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빨래는 자기가 다하고 식당에서 밥을 짓는다든지 심지어 까스통 교환까지 이들이 척척하더군요.

 

영양부족으로 부스럼이 많고 일단 손이나 발에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고 곪아서 고통을 받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지만 너무나 착한 아이들이어서 지금도 보고 싶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짜 자를 붙여서 이름을 많이 지어 짜느, 짜이, 짜흐, 짜샤와 같은 이름이고, 여자 아이들은 나 자를 붙여서 나티, 나쌩과 같은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를 부를 적당한 말이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성경의 한 구절에서 아저씨와 아줌마 표현을 보고 이대로 부르면 될 것이라며 기뻐하던 아이들.

 

잘 자라나서 모두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대장 자리를 빼앗긴 보비란 놈>

 

* 신선교사님, 아짠 백, 아짠 마, 싸라 마 포샤에게 감사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