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충주 이야기 73

[원주] 부론 거돈사지

거돈사는 지난해 봄에 가보고 소개한 법천사지와 멀지 않다. 직선거리로 하면 대략 4 km 남짓. 두 곳 모두 발굴 조사를 끝내고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남한강을 따라 난 지방도 길에서 안내판을 따라 산 쪽으로 난 포장길로 접어들어 조금 가다 보면 왼쪽 언덕에 거돈사지가 나타난다. 고즈넉한 분위기이다. 아 좋다. 그러나 그 느낌은 표현하기는 어렵다. 직접 가서 느껴 보시라. 천년도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와 삼층석탑 그리고 탑비가 넓은 공지에 가끔씩 놓여 있어 폐사지의 공허함이 더욱 커 보인다. 전에도 말했지만 여기는 법천사와 창룡사와 묶어 가보기를. 창룡사지 입구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어 피자와 음료수를 함께 즐기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충주] 남산에서 만난 아가들

봄이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여기저기 꽃이 흔해서 살짝 무심히 보내기도 하는데 새 잎도 꽃만큼 예쁘다는 사실. 색깔도 꽃들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림을 그리자면 새싹을 흔히 연두색을 선택하지만 하지만 한 번 봐보라. 얼마나 연두색도 그 색이 다양한지. 세상도 이처럼 다양한 사람이 산다.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비슷하지 않지만 비슷한 사람도 있다. 자기 생각이 없이 남 따라 사는 사람도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남들이 짖을 때 덩달아 짖지 않고 침묵을 지키며 중심을 잡고 사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도 맞지 않은 것도 있고 그것이 항상 진리는 아닐 것이다. 요즘 코로나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처음 격는 일이라 어떤 나라도 치료약도 없었고 백신도 없었고 그러니 올바른 지..

[충주] 남산에서 만난 개별꽃

개별꽃이라. 이름에 어찌하여 개, 강아지가 들어갔을까? 별꽃이 따로 있고 그것에 비해 시원찮다는 뜻의 개가 붙었나? 어디 한번 찾아보자. 있네. 별꽃도 있고 쇠별꽃도 있고 개별꽃도 있고. 내 생각에는 이들 가운데 개별꽃이 제일 매력이 있고 예뻐 보인다. 그런데 왜 개가 붙은 별꽃이 되었지? 개별꽃의 매력 포인트는 꽃잎에 찍힌 연지 곤지이다. 살짝 찍힌 무늬가 옛날 색시 볼에 찍던 연지 같다. 이름이 뭐든 다들 자기 나름의 특징이 있어 그렇게 살아간다. 별꽃이든 개별꽃이든. 이름은 사람이 붙였으니 그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게 당연하다.

[충주] 계명산에서 만난 흰젖제비꽃

사람의 모습도 다양하지만 같은 이름을 쓰는 식물도 그 종류가 참 여러 가지이다. 제비꽃도 세계적으로는 400여 종이 분포하고, 한국에도 30여 종이 자라고 있다고. 한국에만 30여 종이라는 것도 대단한데 전 세계는 400여 종이라. 굉장하지 않은가? 하얀색 꽃이 피는 제비꽃도 우리나라에 2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흰제비와 흰젖제비. 흰제비는 그렇다고 하고 흰젖제비꽃은 어째서 이름에 젖이 들어갔을고? 오늘 등장하는 친구가 그 흰젖제비꽃이란다. 처음에는 그냥 흰제비꽃인 줄 알았건만. 이 둘은 꽃으로는 구분이 어렵고 잎이 다르다. 잎이 흔한 제비꽃 모양이면 그건 흰제비꽃이고 흰젖제비꽃은 잎자루가 사진처럼 둥글고 길다. 그렇나고 해도 쌍둥이들처럼 둘이 서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게 재미있다.

[충주] 남산에서 만난 양지꽃

달도 차면 기울고 꽃도 피면 지는 게 세상 이치이다. 양지가 음지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게다. 허나 늘 양지만 붙는 꽃이 있으니 이름하여 양지꽃. 작지만 노랗게 핀 꽃이 앙증맞게 귀엽다. 이름으로 하면 양지가 음지 될 일은 없겠지만 지지 않고 머물 수는 없는 법. 이건 자연의 법칙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번 선거를 누군가는 이삼십 대의 반란이라고 한다. 이기고 진 것이 딱 그것만이라고 말 하기는 좀 어렵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 사회 면의 침체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일면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이삼십 대가 받는 대접이나 형편은 유럽 같으면 폭동이라도 일어났을 것이다. 그들에게 펼쳔 진 세상은 무한 경쟁에 그저 알바 천국이고 적절한 수입이 없으니 결혼..

[충주] 남산에서 만난 현호색

연보랏빛 현호색. 이름이 특이하다. 성이 현이고 이름이 호색인가?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서 찾아보기로. 현호색이라.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하며, 특히 기름진 땅이나 척박한 땅 등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이를 달리 본 모양이다. 꽃 모양이 마치 종달새 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속명을 그리스어로 종달새를 뜻하는 코리달리스(Corydalis)로 지은 것이다. 흐음. 그렇군.

[충주] 남산에서 만난 산괭이눈

외할머니는 고양이를 한 번도 고양이라 부르지 않으셨다. '고양이 해 봐'라고 하면 그냥 빙긋이 웃기만 하셨다. 할머니에게 고양이는 늘 괭이였다. 괭이. 이 괭이 이름은 그 대상이 바뀌어도 그냥 '아나'였다. 아나 이렇게 부르면 그 아나는 늘 야옹 하고 대답을 하곤 했다. 이 아나들에게 좋은 인상이 남지 않은 것은 어쩌다 보는 내 말을 잘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벽이면 꼭 식사 거리를 잡아다 마루에서 먹곤 했기 때문이다. 빠그작 빠그작 소리를 내며 식사 거리로 잡아 온 맹바기(라 쓰고 쥐새끼라 읽는다)를 먹어 치우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한 섬뜩했던 장면이었다. 이 아나의 행사는 그 때 외가가 방앗간을 했으니 이 아나에게 식사 거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고 아침마다 늘 벌어지는 일이었다. 고양이가 아니라 괭..

[충주] 남산에서 만난 산괴불주머니

우리 둥이 지우가 사랑하는 노란색을 강렬하게 뿜어내는 예쁜이. 바로 산괴불주머니. 괴불은 옛날 어린이들이 주머니 끈 끝에 차는 노리개를 말한다고 한다. 노란 꽃송이 모습이 괴불을 닮아 그런 이름을 달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친구들은 함께 모여서 지내는 것이 좋은 듯 대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식용으로는 쓰이지 않지만 약용으로 쓸모가 있다고. 들의 개나리가 노란색으로 이른 봄을 장식하듯 이 신괴불주머니는 같은 색이지만 색이 약한 생강나무 꽃을 이어 초봄의 산을 장식한다. 강렬한 노란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