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충주 이야기 73

소금을 뿌린 듯 조팝나무

올해는 모든 게 빠르다. 장모님 말씀이 살아오면서 3월에 두릅을 먹기는 처음이라 하신다. 두릅을 좋아해서 빨리 먹는 건 좋지만 지구가 병든 상태가 중증이라는 증거는 아닐까 그런 걱정이 앞선다. 역시 이상 기후인가? 다른 꽃도 빠르지만 4월 하순이나 되어야 보던 조팝나무 꽃이 활짝 피었다. 조팝나무는 꽃은 작지만 수가 엄청나게 많아 그 세가 대단해 보인다. 분위기는 5월 같지만 이제 4월이 되었다. 노회찬 기념재단에서 책을 내놓았다 하여 교보문고에 들어가 한 권은 주문해 받았다. 음식 천국 노회찬. 알지도 못했던 적립금이 쌓여 있어 공짜로 받을 수 있었다. 교보에서 책을 산지 10년도 넘어 어떤 영문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공짜 아닌가. 공짜라 좋고 노회찬을 기념해서 좋고 재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테니 ..

한 사람의 인생 역전 스토리

일본의 한 스모 선수(역사라고 부른다)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에 앞서 간단히 스모에 대해 알아 보기로. 스모는 우리나라 씨름과 비교할 수 있긴 하지만 힘과 기술이 어울어지는 종목이라는 점만 비슷하고 그 외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우선 스모 선수는 계급이 있다. 이 계급에 따른 대우는 엄청나게 큰데 한 층 올라가는 것은 엄격한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스모 선수의 계급은 총 10개이다. 아래 등급으로 부터 죠누구치, 죠니단, 산단메, 마쿠시타, 쥬우료, 마에가시라, 고무스비, 세키와케, 오제키, 요코즈나로 이어지는데 요코즈나가 최상위 등급이다. 오직 2 명만 존재할 수 있으며 요코즈나인 선수가 은퇴할 경우 공석인 상태에서 경기를 하기도 한다. 이번 봄 대회도 두 명의 요코즈나가 모두 참가를 ..

봄이 익어간다

그래. 봄이 익어간다. 다음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일본어로는 무카시바나시(옛날 이야기) 옛날 니시오모테라는 섬에 악어(와니)와 개구리(가에루)무리들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이 둘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오랫동안 소가 닭 보듯 닭이 소 보듯 그렇게 지내왔대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악어가 별 생각없이 개구리를 잡아 먹어 보았어요. 먹어 보니 맛이 그다지 나쁘지 않고 손 쉽게 잡을 수가 있어서 참 반가웠죠. 이 악어는 착한 악어였든지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전했답니다. "애들아, 개구리 한 번 잡아 먹어봐. 잡기도 쉽고 맛도 괜찮아" 그래서 개구리를 잡아 먹는 악어가 점점 늘어갔고 그렇게 되니 개구리들은 비상이 걸렸어요. 이거 큰 일이 났구나. 이렇게 생각한 개구리들은 함께 모여..

[충주] 봄이 내린다

오호라. 때가 되니 하늘에서 봄이 내린다. 요즘 소위 일본 개화기 시대를 다룬 시바 료타로의 소설을 읽는다. 시바는 어떻게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만이 근대화에 성공해서 나름 폼나는 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까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메이지 유신부터 러일전쟁까지가 대부분이다. 그는 이 때를 일본이 제일 신나던 시절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본의 근대화 소동은 미국인 페리 제독이 이끄는 소위 흑선(구로부네)에서 시작되지만 여러 조건이 받쳐주지 않았으면 이런 소동이 일어날 수 없었다. 바야흐로 막부 말기. 막부는 거의 한계에 다달아 있었다. 이 때 등장한 인물이 유신 삼걸이라는 기도 다카요시,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이들 뿐만 아니라 사카모토 료마, 가와이 쓰구노스게 등..

등산화 고쳐 신고 남산 행

언제 샀는지 기억에 전혀 없는 등산화가 있다. 고구려 시대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산지 10년은 넘은 듯 하다. 주인이 외국에 나가서 사는 동안 신발장 안에서 푹 쉬어서 그런지 요즘도 그럭저럭 신을만 했는데 이젠 한계에 도달했는지 여기저기 상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앞 부분 덜렁거리는 건 그냥 봐줄만 했는데 뒷금치 부분은 덜렁거려 더 이상 신기는 무리로 보였다. 아내는 그만 버리고 새로 사자고 하는데 다른 데는 멀쩡하니 신발창만 수리하면 괜찮아 보여 일단 신발 수리점에 가서 수리가 가능한지 알아 보기로. 그래서 구두 고치는 아저씨에게 가서 물어 보니 웬 쓰레기는 가져 왔냐는 표정이다. 버려야 하나? 그런데 어디선가 등산화 판 회사에 신청하면 창갈이를 해준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물론 다는 아니고 ..

새 단장한 하늘재

오랜만에 하늘재를 걸었다. 날이 완전 봄이라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냇가 그늘 쪽은 아직도 두터운 얼음이 남아 있었고 나무들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지만 어딘가 봄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인 충주 쪽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하늘재 정상 지역인 경북 문경 쪽은 그간 많이 변해 있었다. 소나무가 많이 식재 되었고 아래쪽에 큰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아스팔트가 벗겨지고 옛날 정취의 흙길로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허름한 매점이 사라지고 길 한 쪽에 산신각이 등장한 것. 오른 사람마다 매점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보상 많이 받아 갔겠다고. 생각하는 게 모두 돈과 연결되는 세대인가 싶어 좀 씁쓸하다. 새로 등장한 산신각을 살펴보니 안에..

범바위 약수터에서 남산 오르기

어느 산이든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많고도 많다. 남쪽, 북쪽, 동쪽 그리고 서쪽 이렇게 딱 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충주 지킴산 중 하나인 남산도 마찬가지. 남산도 정상에 오르는 길은 참 많다. 기장 많이 오르는 길이 깔딱고개 방향인데 이도 중간에 세 방향으로 갈린다. 그 밖에 많이 오르는 길이 샘골과 마즈막재이다. 여기는 나도 모두 올라가 본 길이다. 또 하나는 범바위 능선으로 길게 오르는 방법도 있는데 이 쪽은 가벼운 산행이라기 보다는 본격 산행 느낌이 들어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다. 나머지는 범바위 약수터와 창룡사에서 오르는 길인데 시내에서 멀기 때문에 이용객도 적고 나도 올라가 본 적이 없다. 할 일도 없고 만드는 게 일이 되는 나는 오늘 일을 만들어 본다. 범바위 약수터에서 올라가 보..

창룡사 산책

매일 마즈막재만 다니다 보니 좀 질려 적당한 다른 곳을 찾아 보았다. 그곳이 금봉산(속칭 남산) 창룡사. 대충 시간을 알아 보니 집에서 1 시간 정도 걸려 딱 좋았다. 지난 주 설교 시간에 만나 이야기가 나왔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나와 광야에서 있을 때 먹을 것이 없다고 난리를 쳤다. 이 때 하나님이 이 백성들에게 만나를 내려 주셨는데 이는 실로 기적이었다. 허나 몇날 며칠을 만나만 먹으니 질려서 다른 걸 달라고 또 난리를 친다. 처음에는 기적이었으니 그 기적이 이어지면 더 이상 기적이 아니라는. 하기는 최고급 쇠고기라도 날마다 먹게 하면 누구든 난리를 치지 않을까? 이렇듯 기적이든 아니든 가끔씩은 바꿔줘야 한다. 오래된 동네 길 사이를 걸으면 창룡사 가는 길이 나오는데 경사가 꽤 심하다. 천..

얼음 아래로 추억이

걷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머리 속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머리 속이 복잡할 때 걷기 시작하면 점차로 머리가 맑아진다. 잡생각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TV를 보다 보면 이제까지 지내 오는 중에 안했으면 좋았을 일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내가 싫어진다. 그 때 왜 그랬을까? 어디선가 본 것인데 본래 천국이나 지옥은 없다고. 그런 것 없고 사람이 죽어갈 때 착하게 산 사람은 좋은 기억이 떠올라 웃음을 지으며 세상을 떠나니 천국에 가는 것이고, 못 된 짓을 많이 한 사람은 떠 올리기 싫은 기억이 남기 때문에 지옥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그런지 아닌지는 죽어 보질 않아 모르겠지만 그럴 듯 하긴 하다. 이런 말이 생각나니 나도 죽을 때 좋지 않은 일이 머리에 떠 오르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좋은 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