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천 2011 여행

14-2. 동티벳, 자전거 그리고 석거(石渠)

정안군 2011. 9. 7. 12:28

 

차를 얻어 타고 고개 마루에 서고 나서는 이 고마운 운전기사에게 뭔가를 대접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많지 않으니 그냥 돈으로 드리기로 하고 50원을 준비하였죠.

 

그런데 자전거를 내리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이 기사는 내가 돈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읽었는지 ‘뿌용’이라는 말을 던지고는 잽싸게 차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사진이냐 찍어두자는 마음에 싫다는 그를 대충 세워 놓고 한 장 박습니다.

 

중국에서 무임승차라는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아는 상식이 간단히 깨지네요.

 

역시 티벳인은 중국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여기에 있군요.

 

차는 바로 떠나 버리고 나만 고개 정상에 혼자 남았습니다. 

 

 

 

고개 아래 어딘가에는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이 고개를 오르고 있는 탱이님이 있겠지요.

 

그의 말대로 여기서 몇 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주변 경치를 담고 떠나려 하는데 어느 샌가 내 곁에 와 있던 티벳 청년이 자기 모습을 한 장 찍어 달랍니다. 

 

 

사진을 받아 볼 수도 없는데 그냥 찍히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은 가 봅니다.

 

그런데 고개 이름과 함께 있는 이정표를 보니 좀 하품이 나오네요.

 

헐무의 이정표에서는 석거까지 73km라고 나와 있었고, 오늘 자전거로 이동한 것이 17 km정도, 꼬불꼬불 길이 10여 km라고 하면 50여 km가 남아야 되는데, 고개 마루 이정표에는 떡하니 70 km라고 되어 있으니 어느 것이 맞는 건가요?

 

하지만 여기는 중국이니 참아야 된다고 배웠던지라 그냥 70km로 생각하죠 뭐.

 

그리고 석거는 어디까지나 사천성에 있는 한 동네고, 여기서부터는 사천성이니 사천성 기준으로 해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혹 청해성과 사천성은 거리재는 기준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많이 생각이 너그러워졌습니다. 후후.

 

자~~

 

이제 내리막입니다.

 

그리고 길 번호도 바뀝니다.

 

사천성 지방도 S217로.

 

여기부터는 사천성입니다.

 

한 번 와 본 적이 있는 성이네요.

 

황룡, 구채구 그리고 여권을 잊어버린 송판이라는 동네.

 

이런 곳을 품고 있는 성이 사천성이랍니다.

 

넓은 초원 아래로 길이 이어지는군요.

 

신나는 내리막입니다. 

 

 

정말 절경이네요. 

 

 

 

 

 

 

윈도 화면 속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의 꽃들은 이곳에 모여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한 가지 흠이 있는데 그것은 맞바람이라는 거.

 

물론 내리막이라서 힘은 덜 들지만 가는 것은 조금씩 비벼줘야 나가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워낙 풍경이 아름다우니. 

 

 

 

호수도 나오고. 

 

 

강도 흐르고.

 

그런데 또 한 가지 흠이 더 있군요.

 

가게가 있는 동네가 없답니다.

 

물론 식당은 더 더욱 없고요.

 

그러니 점심은 그냥 비상식으로 먹을 수밖에 없네요.

 

그것이 조금 서글프지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많이 대범해졌습니다. 

 

 

 

가끔씩 절의 모습이 보이지만 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확실히 이 동네는 땅 넓이에 비해 사람의 수는 엄청나게 적은 동네입니다.

 

하늘을 담고 있는 호수들이 보이는군요.

 

전선줄이 없으면 정말 작품하나 건지겠는데 전선줄이 없는 곳이 없네요.

 

 

길가에 참 예쁜 집이 하나 보입니다.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그냥 그림 같다고 하는 수밖에요. 

 

 

 

 

 

 

그리고 크기가 다릅니다.

 

시야에 나타나는 거리 감각은 그냥 우리 동네 감각과는 다르죠.

 

빤히 보이는 곳도 한참을 가야하고 별 경사가 없는 곳 같은데 가보면 경사가 심하게 나옵니다.

 

그래도 큰 고개는 더 이상 없고 잔 고개와 내리막의 연속이니 크게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여러 명을 태운 오토바이가 지나가는데 경계심이 많은 얼굴로 쳐다보다가 따시뗄레 하고 인사를 하면 금방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변해서 따시뗄레하고 답을 해줍니다.

 

정다운 사람들이군요.

 

한 무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갔는데 조금 더 가보니 그 가운데 한 오토바이가 고장인 듯합니다.

 

나보고 좀 봐 달라고 하는데 내가 본 들 알겠습니까?

 

그래도 좀 쉴 겸 옆에서 참견 좀 해 봅니다. 

 

 

같이 있던 아줌씨들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는군요.

 

그야말로 전형적인 티벳 아줌마들의 모습이 사진에 담깁니다.

 

그리고는 중국말도 전혀 통하지 않아 서로 의미 없는 웃음만 주고받네요.

 

한궈는 확실히 전달합니다.

 

한국은 알고 있더군요.

 

그쯤에서 에너지바를 하나 먹어 보지만 에너지 상승 효과는 거의 없었어요.

 

아~~ 배고파라.

 

거기서 좀 더 가면 새마을 개량 주택 단지가 나옵니다. 

 

 

여기서부터는 좀 사람들의 때가 많이 묻은 동네처럼 보이네요.

 

이제 지상낙원 그러니까 샹그리라는 지나왔나 보군요.

 

 

 

 

 

 

그래도 경치는 좋습니다.

 

하지만 이 근처는 세속화(?)가 많이 되었는지 자이언트 제품의 자전거롤 타고 나를 따라오는 어린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길은 비포장으로 바뀐지 오래이고 좀 지겨워졌는데 이제 남은 거리가 멀지 않은 듯 작은 도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거기가 석거인줄 알았답니다.

 

해서 다온 것 같은 기분에 초원 사진도 찍고, 예쁜 그림이 될 만 한 곳은 좀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입니다.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먼지가 엄청 일어서 경치를 즐길 여유와 공간이 없었어요.  

 

 

그 도시 입구에는 엄청난 크기의 절이 있습니다.

 

마침 점심이나 휴식 시간인가 본데 스님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절을 지나면서 조그만 내를 건너면 그야말로 사하촌이 있는데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 대다수는 스님들입니다.

 

늙은 사람, 어린 사람 하지만 복장은 모두 짙은 팥죽색.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군요.

 

숙소의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 가게에 들려 숙소가 있냐고 물어보니 이 동네는 없다네요.

 

이상하더군요.

 

석거는 현급 큰 마을인데 숙소가 없다니.

 

나도 중국말을 모르지만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거의 다가 중국말을 몰라서 뭐를 물어보기도 어렵습니다.

 

할 수 없이 마을 입구에 있는 공안을 찾아가보지만 건물만 덩그러니 있고 사람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참 이상타..

 

다시 마을로 돌아와 한 구멍가게에서 콜라를 한 병 사서 갈증을 해소하면서 있는데 역시 청년들이 꼬여듭니다. 

 

 

그 중 몇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석거가 아니고 구거(區去)라는 동네랍니다.

 

그리고는 석거는 여기서 20km를 더 가야된다고.

 

그때는 20km 정도야 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답니다.

 

여기서부터 20km는 오르막 고갯길이었고 잠시 한 3km정도만 내리막인 엄청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도 처음은 괜찮아보였어요.

 

경사가 완만했거든요. 

 

 

 

 

 

 

 

 

 

 

 

 

 

 

 

 

 

그러다가 멀리 정상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왔을 때에는 아득함만이.

 

그래도 뒤를 보고 앞을 보고 옆을 보면 경치는 좋습니다.

 

다만 오늘 아침 때보다 전선이 더 많아 제대로 된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지요.

 

한참 오르다가 트럭이 뿜어내는 대단한 매연을 직접 마십니다.

 

헉~~~

 

색깔만 다르지 완전 소독약을 뿜는 그런 수준이었어요.

 

물론 색깔이야 더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짙은 검정.

 

이러면 더 이상 자전거 타기가 힘이 들지요.

 

이때부터 끌바입니다.

 

돌고 꺾고 또 돌고..

 

정말 오르고 또 오르면 입니다.

 

나도 힘이 들지만 여기를 오늘 탱이님 너무 힘들게 생겼네요.

 

어쨌든 고개라는 것은 정상이 있어 가다보면 정상이 나오기는 나옵니다. 

 

 

어쨌든 정상에 섭니다. 

 

 

 

앞으로 나오는 경치가 심상치 않군요.

 

경사도 매우 심합니다.

 

사진 좀 찍고 이제 마지막 내리막입니다.

 

신나게 아주 신나게 나갑니다.

 

멀리 절의 모습도 보이고 방목하는 야크의 모습도.

 

그러나 얼른 동네에 들어가서 먹을 것을 사 먹자하는 생각 밖에는 없습니다. 

 

 

내리막의 끝이 정말 고대하고 고대하던 석거입니다. 

 

 

 

도시는 전체적으로 티벳 풍이지만 엉망이네요.

 

도로 공사를 새로 하는 중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동네 중심가는 제대로 다닐 수도 없습니다.

 

큰 사거리에서 여기저기 혼자 찾아보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바로 정답이 나오는군요.

 

역시 모르면 물어봐야 됩니다. 

 

 

그 정답은 香德尼瑪(향덕리마)대주점입니다.

 

샹그리라의 표현인가요?

 

꽤 큽니다.

 

카운터에 가서 방이 있냐고 물어보니 한 여자가 안녀세요라네요.

 

한국말을 아냐고 물으니 이게 다랍니다.

 

카운터의 한 남자는 내 여권을 보고는 뭔가를 쓰더니 영수증을 보여주는데 가격이 흡~~~~~

 

260원이랍니다.

 

너무 비싸다고 난리를 떠니 240원으로 해준다고.

 

그래도 비싸다고 하니 자기는 권한이 없고 안녀세요라고 인사를 한 그 여자가 실권자라는군.

 

뭐 그러면 쉽지..

 

칭, 칭하면서 애교를 떠니 손가락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 사인..

 

OK.

 

그래서 200원으로 결정되었죠.

 

로비에서는 버터를 태우는 초로 인해 냄새가 야릇하게 나네요.

 

좀 비위가 상하려고 합니다.

 

자전거는 로비 안의 작은 가게 안에 들여 놓으라고 친절을 베풀기까지 하는군요.

 

장사를 하는 곳인데 호의가 참 예뻤죠.

 

하여튼 기본이 티벳 사람들은 정이 참 많아 보였어요.

 

방은 역시 돈 값을 합니다.

 

뭐 그래도 중국은 중국이라서 어딘가 허술한 면이 보이긴 했지만 따뜻한 물도 펑펑 잘 나오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지요.

 

모처럼 머리에다 물을 좀 주고 몸도 물 구경을 시켜 줍니다.

 

그리고 빨래도 신나게 하고요.

 

그리고는 좀 누워 쉬는데 얼마 안 되어 날이 어두워지네요.

 

탱이님이 걱정이 됩니다.

 

밖에 나가 봅니다.

 

좀 여유가 있어 치처찬을 찾아서 성도 가는 교통편이 어떤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도대체 치처찬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어디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알려 주는 장소가 모두 다릅니다.

 

그래 조금 방황을 하다가 간단히 포기를 하지요.

 

한참을 어슬렁거리는데도 탱이님의 모습은 보이질 않네요.

 

호텔 로비의 정말 극진한 도움으로 문자를 보내어 잘 찾아오기는 하겠지만 100km를 넘게 라이딩을 해야 한 날이라서 그리고 마지막 고개가 너무 진을 뺄 것이 분명해서 걱정이 된 것이지요.

 

호텔 앞 가게에서 아이스께끼를 사서 입에 물고는 모처럼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탱이님이 도착을 하는군요.

 

막 어두워지려고 할 때인데 퍽이나 다행이었습니다.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정표 덕을 톡톡히 본 것이지요.

 

함께 저녁을 먹습니다.

 

탕수육과 어향육사를 시켜서 먹는데 맛이 야릇하네요.

 

그래도 밥을 양껏 주어 기분은 좋았지요.

 

무엇보다도 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사천성에 왔다는 느낌이 다가옵니다.

 

옛날에는 음식은 값을 받아도 밥은 돈을 안 받았었는데 지금은 그 값을 받는군요.

 

그래도 밥 구경을 제대로 하는 동네에 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기침이 많이 나네요.

 

조금씩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오늘 긴 라이딩에 아무래도 찬바람을 많이 마셔 그런 가봅니다.

 

다른 데는 이상이 없지만 기침이 심하니 좀 걱정이네요.

 

참 좋은 하루였습니다.

 

좋은 날씨, 좋은 경치..

 

아마도 오늘이 이번 여행의 최고였지 싶네요.

 

긴 하루를 마칩니다.

 

잠자리는 좋았지만 기침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되는 그런 밤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