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태국여행기/미얀마 2013 여행

미얀마 남캄 무세 라시오 여행 20131221

정안군 2014. 4. 21. 17:30

아침은 시장 안 맛집인 쌀 국수에서 먹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입을 들랐거렸을 대나무 젓가락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다른 것은 다 좋았습니다.

특히 국수는 맛이 대단했지요.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샨 국수 본거지 아니던가요?


아사코(朝子)의 법칙을 잊다.

 

오늘은 안 해야 할 짓을 해버렸습니다.

세상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반성을 많이 했네요.

 

그리고 내가 그동안 지켜오던 아사코의 법칙을 잊었던 것은 아닌지 거듭 복기를 해보았습니다.

 

아, 아사코의 법칙이 뭐냐구요?

왜 있지요.

피천득의 인연에서 나오는 그 아사코.

 

고등학교 때인가요?

아무튼 내가 학창 시절에 국어책에 배운 인연이라는 수필에서 느낀 것을 아사코의 법칙이라고 내가 이름한 것이지요.

처음 저자가 아사코를 일본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것은 아사코가 어렸을 때이고, 다음에 만난 것이 대학 다니던 시절이었나요?

그 때까지는 좋았는데, 다음에 시집 간 다음은 만나지 않는 것이 좋았을거라는 후회.

내가 오늘 느낀 감정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어제 사라의 집에 간 것은 아주 잘한 일이나, 오늘은 가지 않았어야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금 안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후회는 절대로 앞서지 않습니다.

 

아무튼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 사라를 앞세우고 사라의 동네를 다시 찾아 갔다지요?

 



 

너희 집으로 다시 가보자 소리가 안 나와 사라의 모교회를 먼저 찾아 갔는데, 이 동네에서 크리스마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새삼스럽게 알았습니다.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 추석 정도의 비중인 듯 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추석이 집안 행사이지만 이곳은 마을 전체의 행사이니 규모는 다르지요.

 

그 교회 남자 신자 몇몇이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해 큰 식탁을 만들고 있더군요.

그중 사라의 아버지인가 착각하게 만드신 사람이 있었는데, 사라 작은 아버지라더군요.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교회 예배당 여기 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았더니 어떤 분이 나서서 그렇게 함부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네요.

 

그렇지요.

여기는 군부 독재 국가이니.

 

그런데 사라가 누구입니까?

이런 것쯤은 간단하게 넘어 갔지요.

 

아무튼 이 정도로 하고는 사라의 집으로 향해 가는데.

 


 

한참 디딜방아로 떡을 만드는 여자분들이 있었습니다.

 

먹어 보라고 몇 개를 주어서 먹긴 했는데, 얻어 먹은 것이 미안해서 좀 사려 했더니 이것은 파는 것이 아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만들어서 이웃에게 돌릴려고 만드는 것이라며 여러 덩이를 우리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거야 원.

 

이 와중에 한 노인네는 바나나 뭉치를 가져 왔어요.

이것도 선물로 주는 것이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는데, 나중에 센스쟁이 사라가 그 노인에게 살그머니 돈을 쥐어 주더군요.

사실 공짜로 주려고 가져온 것은 아니었나 보더라고요.

 

역시 욕심 많은 노인네는 어디든 있잖아요... ㅎㅎ

 

  

그리고는 사라의 집에 갔는데, 사라의 부모님 얼굴에서 당황하는 느낌이 바로 읽어졌습니다.

가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지요.

 

사실 오늘 사라와 만났을 때 우리가 꾸민 일이 그대로 안 되어서 '당항'을 많이 했었는데, 그 때 알아차렸어야 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사라 부모님과 어색한 만남이 이어지다가 사라 사촌 승용차로 숙소로 돌아 옵니다.

 

오후 1시 30분에 다시 만나 같이 무세로 나가기로 하고요.

 

숙소로 돌아 오기 전에 사라에게 계획없이 방문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더니 처음으로 사라가 싫은 소리 비슷하게 하더군요.

너무 사라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 정중하게 대하기로 생각을 다시 고쳐 먹었습니다.

물론 이때까지 사라를 막 대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흑심을 품은 것에 대해 반성을 다시 한번 한 것이지요.

하긴 미얀마에 와서 반성 참 많이 합니다.

 

점심을 덥밥으로 하고 찻집에서 차 한잔을 먹는 여유를 가졌는데, 어느 새인가 우리는 이 동네에서 유명 인사가 되어 있더군요.

어제 만났던 허니 선생님 오빠 가족이 지나다가 우리를 보고는 얼마나 반갑게 다가 오던지. ㅎㅎ

 

여기서 조금만 더 살면 이 동네에서 이장 선거에 나와도 되겠더라고요. ㅎ

 

이제 남캄을 떠납니다.


승용차를 우리가 먼저 타고는 사라의 집으로 사라를 픽업하러 갑니다.

그전에 집 사람이 사라 조카를 위해 아스날 유니폼을, 사라 엄마를 위해 화장지를 준비해 놓았는데, 이게 

대성공이었습니다.

 

손자 선물에 사라 부모님들이 얼마나 좋아 하던지.

 

어쨌든 아까 버릇 없이 군 실수를 만회한 셈은 되었습니다.

사라만 센스쟁이가 아니라 우리 집 사람도 대단한 센스쟁이입니다. ㅎㅎ 

 

아무튼 한 사연을 한 남깜을 떠나 다시 무세로 돌아 옵니다.

 

이때 전화가 왔는데 라시오에서 양곤가는 비행기 시간이 오후 3시로 정해졌다고 월요일 아침에 무세에서 천천히 출발을 해도 되겠다고 하던데, 무세를 들어가면서 이게 잘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립니다.

 

무세는 먼지의 도시였습니다.

원 세상에 먼지도 이런 먼지가.

 

호텔 한 군데를 돌아 태향원 대주점이라는 삼성급 호텔로 들어 섰는데, 방 값이 무려 50달러나 하더군요.

아무리 국경 도시라고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먼지 구덩이에 비싼 호텔 값까지?

호텔 시설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이게 뭐야.

 

그래서 사라에게 내일 에배 후 우리 라시오로 가겠다고 하니 기를 쓰고 하루라도 더 있을려다가 바로 나가려는 것이 궁금했던지 그 이유가 뭐냐네요.

먼지 때문에 하루 더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하니 그럴 줄 알았다고 한참을 웃더군요.

왠 민망?

 

사실은 라시오로 가려고 한 것은 흑심을 먹었던 이유가 없어진 것도 있었어요.

 

시원스러운 사라답게 알았답니다.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중국인 교회에서 이곳 유지(?)들과 어울리네요.


일단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중국인 교회를 갑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행사였던 것 같더군요.

 

우리가 갔을 때는 일단 예배는 끝나고 선물을 주는 순서가 남아 있었습니다.

 

행사 후에는 식사 시간이었는데, 여기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눕니다.

여기서 사라가 재직 중인 샨 성경대학 학장이 간단하게 라시오 호텔을 예약해 주었고, 사라 친구가 라시오까지 우리와 동행을 하기로 합니다.

 

혹시 중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안 된다면서요.

 

그 친구가 라시오에 사냐고 했더니 중간 쯤 사는데 우리를 위해 함께 가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세상에 이렇게 똑부러지게 일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정말 하느님이 우리에게 귀한 사람을 붙여 주셨네요. 



 

이 강을 건너면 중국 서려(瑞丽 Ruili)랍니다.

 

아무튼 중국 교회에서 배를 채우고 사라가 근무하는 샨 성경대학으로 향합니다.

 

학교는 중국 국경을 이루는 강이 바로 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강 건너 중국에는 옛날 태족 왕이 살았다는 터에 엄청난 탑과 왕궁이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공사겠지요?

 

사라는 태족 과거에 대한 향수를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것을 옮기긴 그렇고 중국 소수 민족 가운데 징보족이 미얀마에서 카친으로 불리는 종족이라는 것을 알았네요.

 

이곳에서 국제 관계학을 가르친다는 사라는 이런 쪽에도 지식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학교에서 교장과 그 부인 그리고 마약에 쪄들었다가 회심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사업가 집사와 한참을 떠들고 내일 예배 시간에 부를 찬송가를 기쁘다 구주 오셨네로 바꾸고는 연습을 한참했습니다.

우리와 라시오까지 동행할 여자분이 이 학교 음악 교사인데, 그 분이 반주를 해 주었어요.

우리 남자는 별 볼 일 없었지만 집사람은 노래를 잘 한다고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칭찬을 하다군요.

모두 남자들입니다, 칭찬한 사람들이. ㅎㅎ

 

그래도 마누라가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툭툭을 타고 호텔로 돌아 오려고 했는데, 돌아 오기 바로 전에 이곳에 온 사업가 집사님이 우리를 차로 데려다 준다는군요.

 

정말 하느님의 예비하심이라는 말 밖에는 이런 경우에 써먹을 말이 없을 듯 합니다.

Aik shwe라는 이 사업가 집사는 이 동네에서 괜찮게 사는 것 같습니다.

돌아 오면서 간증하는 것을 들었는데, 마약에 찌들어 살다가 하느님을 영접하고는 새 인생을 산다 하더군요.

확실히 기독교의 강점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어느 종교보다도 강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마약을 끊기는 쉽다. 그러나 잊기는 어렵다.'

이 젊은 집사가 간증에서 남긴 말입니다.

참고로 Aik은 장남을 뜻한다네요.

물론 Shwe는 금을 뜻하고요.

그러면 이름이 금덩이같은 장남의 의미겠지요?

 

아무튼 성경 학교 교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사라가 이런 촌구석에서 썩기는 너무 아까운 인재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답니다.

 

다시 호텔로 돌아 옵니다.

호텔 앞에는 웬 백제 해외 관광 차가?

혹시 우리나라 관광객이 왔나요?

 

그건 아니고 그냥 차만 왔습니다. ^^



우리가 하루를 묵은 태향원 대주점.

이 호텔은 삼성급인데, 좀 엉성하네여.

그래도 뜨거운 물은 잘 나와, 한바탕 씻고 나니 개운하기는 합니다.

 

오늘은 좀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었지만, 마치 행복 바이러스라도 퍼치는 듯한 사라 때문에 결국은 유쾌한 하루가 되었답니다.

 

그나저나 사라가 아까워서 어쩌죠.

아무래도 우리가 사라를 위해 예비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일은 그 사라와 일단은 이별을 해야 합니다.

정말 일단일까요?

 

하느님만 아시겠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