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

서울 둘레길 제 4 코스(대모 우면산 코스 - 사당역에서 수서역까지)

정안군 2016. 9. 26. 21:33

다시 한 번 둘레길로.


관악산 코스를 끝마치고서 또 할까 싶었던 서울 둘례길.

한 코스만 해보고 끝내기는 좀 아쉬웠어요.

해서 다시 한 번 나선 둘레길.

역시 조선 사람은 삼 세번.

그럼 한 번 더 해 봐야 되나?


하여튼 이번은 제 4 코스입니다.

대모 우면산 코스.

대모산, 우면산이라고 있나 봅니다.


나중에 보니 구룡산도 있더이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은 사실 없지요.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니.


그래서 이번에는 내 편의 상 우면산 대원사 들어가는 어귀에서 시작을 합니다.

사당역 근처입니다,

그러면 끝은 당연히 수서역이 되겠군요.


사당역은 수원에서 오는 버스들이 많이 종착역으로 삼는 곳입니다.


 

그 놈의 아파트.

아파트가 없는 곳이 없군요.

여기는 우성아파트.


그리고 서울 둘레길 안내판.

수서역까지는 17.9 km군요.

소요 시간은 8시간이라.


솔직히 그 정도는 생각하지 않고 대충 4 시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축지법을 쓰는 건 아니고  보통 안내판의 시간은 기어가는 수준의 노인네들에게 맞춰져 있는거라.

그리고 덜 걸리면 기분 좋지만 더 걸리면 기분이 좀 더러운 그런 것도 참고 했을 것이고.


처음은 대원사 가는 길을 따르지만 마지막 갈림길에서 다른 길로 이어집니다.

영세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언덕을 오르면 바로 숲길이 되네요.


다시 숲에 듭니다.


거의 둘레길이 평지에 가깝다고 했지만 역시 산이 높든 낮든 초입은 가파른 경사입니다.

제법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 그제서야 부드러운 능선길로 이어집니다.


 

어제는 둘레길이 경치도 별로고 해서 그저 그렇다고 했는데, 오늘 다시 숲에 드니 기분이 다릅니다.

역시 좋네요.

숲길이라는 게.


 

이런 호젓한 욱각정도 나오고.


 

 

가을을 느낄 수 있는 풍경도 있더이다.

아, 좋다.


내가 좋아하는 나팔꽃도.



길은 대부분을 이런 매트를 깔아 놓아 쿠션이 그만이었습니다.

길도 더 이상 파이지 않고 좋군요.

 

 

중간 대모산과 우면산 정상으로 오르는 안내판이 여러 번 보이더니 한 부분 구간이 끝납니다.

이번 대모 우면산 산길은 여기서 끝.


이제 다시 시작되는 구룡산 구간까지는 그냥 평지군요.

동네 사잇길이 시작됩니다.

동네 이름이 바우뫼네요.

한자로 암산


여기 동네 초입에서 조금 헤맵니다만 크게 벗어나진 않았어요.

그렇게 해서 나오는 숲.


바로 양재 시민의 숲입니다.


 

그 양재 시민의 숲을 통과합니다.

참 좋은 곳이더군요.

조용하고 운치있고.


 

중간에 나오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인 매헌 기념관입니다.

이런 분들를 생각할 때마다 오늘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의 역사.


 

매헌기념관을 벗어나면 차로가 나오고 길을 건너면 다시 시민의 숲이 이어집니다.


 

대한항공 희생자 추모비가 있었습니다.

리비아이던가요?

동아건설 노동자들이 귀국하던 비행기가 미얀마 근처 안다만에서 추락한 사고가 있었죠.

사고 원인도 분명하지 않았던 좀 냄새가 나는 사건으로 기억합니다만.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잊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각이라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잊고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데.


 

삼풍 희생자 추모비도 있더군요.

삼풍 백화점.

그 후로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그래도 저 때는 추모비라도 세워주는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었군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이 정권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네요.

우주보다 더 귀한 것이 한 생명이거늘.


거기서 하천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갑니다.

길 바닥에 둘레길 안내가 있고 둘레길 매듭이 가끔씩 보여서 잘만 보면서 가면 길을 헛갈리진 않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간 다음 육교를 건너 드디어 구룡산에 붙습니다.

 

 

안내판을 따라 참한 동네 안길을 꼬불 꼬불 가면 드디어 산길로 접어 듭니다.

구룡산 가는 길입니다.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있었나요?


이제 용은 없고 주변에 밤이 많이 떨어져 있네요.

밤이나 도토리를 줏는 사람을 보면 다람쥐나 산 집승 먹이를 뺏는다고 언짢게 생각을 했었는데, 배가 고프니 생각도 양보가 됩니다.

그려.

다람쥐보다는 내가 우선이지.

몇 개를 주워 씹으니 허기가 좀 면하네요.


그러고 보니 이번 둘레길 나들이에는 물 한 병도 가져 오지 않았네요.

사실 크게 필요는 없었습니다.

중간 중간 대로로 나오니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되고 산길 중간에는 약수도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약수라는 게, 목이 말라 실컷 먹고 확인을 해 보니 음용 불가더군요.

대장균 검출.


대장균이 나온 다는 것은 쉽게 말해 똥물이 섞였다는 것이거든요.

에이, 좀 먹으면 어떄.


이미 먹었으니 그렇게 편하게 마음을 먹습니다.

하긴 군대에 있을 때는 논물도 먹었는데 괜찮았습니다요.


 

중간에 멀리 꼴데에서 짓는다는 고충 건물도 보이는 전망대도 있더군요.

사실 이런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요.


여기서도 보이는 건 아파트.


 

 

어떤 이는 이런 돌탑을 세우기도 했어요.

어떤 이는 이렇게 살고 누군가는 저렇게 살기도 합니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호.

힘들었습니다.

옛날 백두대간 할 때의 느낌을 오랜만에 가져 봅니다.

긴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 그 수 없던 반복.


오늘의 목적지인 수서역 근처입니다.


시계를 보니 4시간 하고도 20분이 걸렸더군요.

대략 시간 당 4 Km 정도 속도로 걸었네요.


관악산 코스를 주파하고는 많이 싱겁다고 했는데, 이 코스를 주파하니 생각이 바뀝니다.

오늘처럼 대략 18 Km를 걸어도 좋고, 힘들면 구간 별로 다시 끊어서 다녀도 좋고.

둘레길이라는 게 이렇게 능력에 맞춰 다닐 수 있어서 좋고 그렇더군요.


무엇보다도 숲에 든다는 거.

그거 자체만으로도 참 좋고도 좋습니다.


흐믓한 이야기 하나 더.


돌아 올 때 일이었습니다.

지하철 높은 자동 계단을 오르는데 앞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집니다.

누군가가 갑자가 뒤로 넘어진 듯.

언뜻 보니 바로 옆에 있던 청년이 받치면서 그냥 확 넘어가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계단은 그냥 진행하고 누군가는 자꾸 뒤로 넘어가니 혼자서는 힘에 부치나 하는 순간 이것을 본 내 앞의 다른 청년이 잽싸가 뛰어 올라 그 누군가를 함께 부축해서 일으키더군요.

이 청년들 덕에 다행히 큰 일은 벌어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나중에 계단을 오른 다음 알아 보니 누군가는 양복을 말끔이 차려 입은 초로의 신사였습니다.

중간에 기우퉁하면서 중심을 잃었던 모양.

신사는 목과 허리를 만져 보는데 별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 것을 확인하고는 이 신사를 도왔던 청년들은 벌써 제 갈 길을 갔더군요.


아,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참 감동이었네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청년들에게 감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가는 도중 초로의 신사를 도와 준 청년들,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노인분들은 꼭 자동 계단을 오를 때 옆 손잡이를 꼭 잡고 오르시기 바랍니다.

다리 힘이 없으니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