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7

[치앙라이] 나들이데이 - 반 야후 찍고

정안군 2017. 10. 24. 09:49

 

 

 

 

 

 

 

 

 

 

 

 

 

 

어제는 태국 휴일이었습니다.

도서관도 쉬고 하니 모처럼 자전거 타고 험한 나들이를 가기로 합니다.

계획은 이랬습니다.

 

일단 목표 지점은 치앙라이 서쪽에 있는 반 야후(บ้านยะฝู Ban Yafu)입니다.

‘야후’ 마을인데, 이름에서 유추해 보면 아마 중국에서 요족(야오족)이라 부르는 소수 민족이 사는 동네인 듯합니다.

그런데 야오족은 태국에서는 미엔족이라 부르니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반 야후 마을은 훼이 매싸이 폭포 갈림길에서 갈라져 올라가는데, 폭포는 여러 차례 가 보았지만 반 야후 마을은 초행이 되겠습니다.

 

일단 반 야후를 찍고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 가면 나오는 마을이 코끼리 마을 루암밋.

이 길은 찻길도 없고 코끼리 트레킹으로만 이용된다 하니 좀 험할 듯 합니다.

그리고 루암밋에서는 순탄한 길로 집에 돌아 오기.

 

계획은 이랬는데 중간에 일이 생겨 제대로 진행하지는 못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이제 나옵니다.

 

맵스(maps.me)에서 목표점 반 야후를 찍으니 거리는 22 km, 고도차가 320 m로 나옵니다.

일단 꾸준한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마을 가까이에서 등산 수준의 경사가 나오는군요.

미리 각오는 해 둡니다.

 

그런데.

출발을 하려니 하늘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오후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기도 하고 곧 비가 쏟아질 듯한 날씨를 보이더군요.

괜히 날궂이할 이유는 없다 싶어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후퇴.

그런데 날이 조금씩 개기 시작합니다.

괜히 이러다 날이 좋아지면 후회하니 나서기로 합니다.

일단 돈을 챙기고 예비 튜브와 비상 연장은 뒷 안장에, 물 2병, 바나나 2개는 비닐 봉지에 담아 앞에 매달고 출발.

가면서 햇살이 비취기 시작하더군요.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군데.

 

매야오 삼거리까지는 좀 경사가 있는 언덕이 있지만, 반 훼이타라이카우 마을까지는 거의 경사가 없는 길이 이어집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잠시 사진 찰칵.

거기부터는 길도 좁고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지고 상태가 좀 안 좋지만 시골 풍경은 제대로죠.

옆으로 개울도 흘러 어릴 적 풍경인가 싶기도 한.

 

시골 풍경에 젖다 보면 훼이 매싸이 마을이 나옵니다.

그 마을에서 제일 큰 건물은 역시 학교.

병원도 있고 점방도 여럿 있고 루암밋 가는 삼거리도 거기 있습니다.

치앙라이 여행사들이 소수 민족 탐방 투어를 이 근처에서 합니다.

라후, 아카, 미엔족이 거주한다고.

 

거기서부터는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집니다.

힘있게 비비면 올라 갈수는 있겠지만 등산을 해야 해서 어지간하면 내려서 끌바를 했습니다.

힘을 아껴야 하니.

그리고 도착한 삼거리 갈림길.

반 야후 가는 길과 폭포 갈림길입니다.

 

반 야후 가는 길은 더이 버(Doi Bo) 전망대(뷰포인트) 가는 가는 길이기도 해서 안내판이 같이 서 있습니다.

거기 삼거리 바로 옆에는 반 짜래(Baan Jalae)라는 라후 마을이 있는데, 마을에는 박물관도 있지만 찾아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는 아주 한적한 곳입니다.

삼거리에서 폭포는 100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오늘은 그냥 패스.

반 야후 가는 길 입구에는 예배당이 서 있습니다.

라후 반 짜래 마을 신자들이 다니는 교회인 듯 싶습니다.

 

거기서 잠시 숨을 고르고 반 야후를 향합니다.

그런데 잠시 후.

도저히 자전거로는 오를 수 없는 길로 변합니다.

이제부터는 등산입니다.

그것도 자전거를 끌고 오르는.

경사가 심한 곳은 콘크리트 포장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비포장 흙길.

자전거를 힘들여 끌고 오르니 이게 웬 개고생인지 싶습니다.

전에 해발 3 - 4000 m 동티벳에서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경사를 오를 때 생각이 납디다.

웬 개고생인가 싶지만 이걸 하러 여기 왔으니 참고 즐기자.

지금은 고생이지만 지나면 추억이다.

이런 생각을 입력시키며 올랐던.

그 때는 오르막이 한이 없이 길었지만 이 정도야?

그런데 그 때보다 연식이 더 되었고 요즘 통 등산을 한적이 없으니 쉽지 않았어요.

그늘에서 쉬고 조금 더 오르고.

또 쉬고.

팔이 저려옵니다.

참아야 하느니라.

그래도 그늘이 많아 다행이지 땡볕이었으면 기권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무지막지한 경사로를 오르니 끝이 보이긴 합디다.

 

거의 정상 부근에는 서낭당 같은 시설물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반 야후는 지금도 그냥 애니미즘을 숭상하는 듯 합니다.

차도 오르기 힘든 길이니 외부에서 접근도 쉽지 않아 그럴까요?

 

거기서 오르막이 끝인가 했더니 좀 더 오르막이 이어지더군요.

트럭이 힘들게 한 대 올라갑니다.

승용차는 엄두를 못 내고 트럭이나 사륜구동 SUV나 오를 수 있겠더군요.

오토바이는 몇 대 보았습니다.

동네 사람들 운반 수단이 오토바이인 듯 싶은데, 이런 길에서 타면 선수가 될 듯.

 

반 야후와 더이 버 전망대 갈림길이 나오네요.

힘들게 왔으니 사진 한 장 박고.

이제 내리막만 있나 싶었는데 잠시 후 다시 오르막이 나옵니다.

그려.

쉽게 끝이겠니?

 

잠시 오르고 이제 거의 정상 부근에 올랐나 싶었는데.

한 두 방울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더니 좌~~~악.

아주 쏟아 붇습니다.

다행히 임시 거처인 듯한 시설이 하나 있어 자전거를 거기 세우고 들어가 비를 피해 보는데.

비는 더욱 세게 내립니다.

빗속을 뚫고 아가씨 한 명, 그리고 남자 한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갑니다.

그리고는 인적도 없이 오로지 빗소리만 들리는.

그런데 종아리가 가려워집니다.

살펴보니 그 와중에 모기가 등장했더군요.

그리고 간이 시설 지붕도 엉성해서 비가 거의 다 들어 옵니다.

그 시설 안에 있어봐야 서서히 젖는 것 말고는 나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치를 확인해 보니 반 야후 마을에서 300 m쯤 떨어진 곳이더군요.

비가 그쳐도 길 상태가 엉망일 테니 루암밋 쪽으로 내려 가는 것은 불가능 해 보입니다.

그렇담.

빠꾸입니다.

자전거 타다가 비를 맞어 본 것이 처음도 아니니 사실 별일은 아니죠.

처음만 망설여지지 일단 홀랑 젖으면 더 이상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모기도 성가시고 해서 빗속으로 나섭니다.

 

길은 온통 수렁으로 변해갑니다.

이런 길을 어떻게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 갔을까 싶어지더군요.

홀몸이면 쭉쭉 비끌어지겠지만 자전거와 함께 하니 넘어질 위험은 없습니다.

길은 이미 수로로 변해 물반 흙반.

그래도 콘크리트 포장길은 괜찮지만 흙길은 수렁으로 변해가는 중이었어요.

얼른 나서기 잘 한 거죠.

오를 땐 힘들게 올랐는데 내려 갈 때는 쭉쭉 잘 내려 갔습니다.

머리 속의 땀이 빗물과 섞여 찝질한 물이 되어 입 안으로 밀려 들어오니 갈증도 없습니다.

아무튼 반 짜래 마을 삼거리까지 자전거를 끌고 내려 옵니다.

거기서 습기에 쩔어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썬글라스는 벗어 집어 넣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래요?

반 훼이매싸이 마을 쯤 오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더군요.

뒤를 돌아 보니 산쪽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고.

 

올 때 조금씩 오르막이었으니 갈 때는 내리막이겠죠.

비가 조금씩 내리는 중에 거침없이 달려 집으로 돌아 옵니다.

와서 시간을 확인하니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더군요.

44 km 정도 탄 셈이었구요.

 

비 때문에 계획대로는 못 했지만 모처럼 내 이구아나 애마가 산악 자전거라는 것을 확인하고 등산도 했으니 아쉬움은 없이 끝났습니다.

다시 언젠가 도전을 할까요?

글쎄요.

 

참고로 모험을 좋아하는 서양인들은 루암밋 마을에서 코끼리를 타고 반 야후 마을까지 가곤 한다는군요.

한 마리가 대충 600밧 정도하고 2명 정도 탄다고.

반 야후에서는 걸어서 반 훼이싸이로 나오고 거기서는 썽태우를 타고 시내로 돌아올 수 있답니다.

반 훼이싸이에서 시내까지 썽태우 대절은 300밧 정도하고, 시간을 잘 맞춰 나오는 것을 타면 20 - 30밧이면 된답니다.

이런 동네 썽태우는 시간제는 아니고 사람이 차야 가는 건 아시죠?

 

반 훼이싸이에서 반 야후까지는 코끼리가 아니더라도 길로 연결이 됩니다.

하지만 길 상태가 엉망입니다.

승용차는 절대 안 되고 트럭이나 사륜구동도 우기 때는 절대 가지 마세요.

거리가 2 km 쫌 더 되니 그냥 등산 한다고 생각하고 걸으면 됩니다.

 

더이 버 전망대는 걸어서 왕복하기는 좀 멀고, 건기 때 트럭이나 사륜구동을 이용해서 가야 할 듯.

구글에서 더이 버를 찍으면 대강의 경치를 보여 줍니다.

기를 쓰고 가야 할 정도는 아닌 듯 싶지만, 야영 좋아하시는 분은 겸하면 괜찮을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