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이즈미르] 활동 범위를 넓혀 보자

정안군 2022. 5. 24. 19:21

얼마 전부터 체리 시즌이 시작되어서 가게마다 체리가 잔뜩 쌓여있다.

특히 이즈미르가 체리 산지라는 말을 일찍이 들은지라 아내는 여기를 떠나기 전에 체리를 질리도록 먹어 보리라는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다.

어제저녁에 체리를 사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것이 무병장수에 지장이 될 것 같아 산책 겸 밖에 나섰다.

 

우리 숙소는 알산작 트램역과 이즈반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가 시원하다 했더니 웃기지 말라고 강변하는 듯 아침부터 햇살이 보통 따가운 것이 아니다.

 

역 앞 작은 공원.

잔디를 너무 예쁘게 잘 깎아 놓았다.

그러나 이런 것은 저절로 되지 않는 법.

아침부터 잔디 깎느냐 아저씨 두 사람이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저 강철 기둥 같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전에는 이 알산작 역과 바스마네 역을 이용하였단다.

하지만 알삭작 역은 그 역할은 마쳤고 지금은 그냥 박물관 비슷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안에는 오래된 객차 몇 량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것도 아타튀르크가 이용한 것인가?

 

전에 깔려 있던 철로를 이즈반이라는 회사가 잘 이용하는 듯.

아마도 사철인 듯싶은데 이게 정부의 시설을 개인이 빨아먹는 구조 아니던가?

여기서 이즈반이라는 전철을 타면 공항이나 셀추크를 쉽게 갈 수가 있다.

전철 시설도 꽤 좋으나 당연히 값은 더 비싸다.

 

아침부터 와이파이가 오락가락해서 결국 방을 바꾸게 되었다.

1층으로 가느냐 같은 층으로 가느냐 하다가 같은 층의 조금 작은 방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전망은 훨씬 더 좋다.

특히 창이 더 커서 마음에 더 든다.

화끈한 주인은 속 썩이던 와이파이를 확 갈아 버렸단다.

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옮긴 방이 와이파이 기와 더 가까워서 더 잘 될 수도 있지만 원래 기능에도 뭔가 문제가 있었는데 확 갈아 버렸다니 나도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작은 방으로 옮기게 되어 차액이 발생했는데 그것도 화끈하게 돈으로 지불하더라.

한 번 들어간 돈은 다시 나오는 일이 없었던 중국이나 태국에 비하면 터키 남자들은 화끈하긴 한가 보다.

이 화끈 맨은 아내가 두 명이다.

아타튀르크가 법으로 금지했다는데 법은 법이고 돈은 돈인 게지.

 

아내가 숙소 사장 둘째 부인의 안내로 미용실에 머리를 단장하러 갔다.

갈수록 아내의 구글 번역기 사용이 능숙해진다.

언어가 딸려 외국에 못 나오겠다는 사람들은 걱정 마시라.

구글 신께서 여러 분이 어디를 가든 굳건히 지켜 주시리니.

그리고 얼마 뒤 콜이 왔다.

미용실로 오라고.

구글맵을 확인해 보니 가는 길목에 개신교 예배당과 성 요한 성공회 교회가 있었다.

우선 개신교 예배당을 찾아 가보니 지도에 표시된 곳은 그냥 가게들이었다.

이렇게 실수할 때가 있으나 이건 나를 너무 믿고 의지하면 안 된다는 구글 신의 가르침이겠지.

다음은 성 요한 교회.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인들의 교회답게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이 사진을 찍고 옆 사제관을 찍으려니 그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안 된단다.

그래 그렇담 관두고.

안에 들어가서 자세히 보도록 하자.

 

이렇게 숫자를 로마자로 표시한 표식은 처음 보았다.

우선 암호를 해석해 보자.

NOV는 11월.

IX는 9에다가

M은 1000, D는 500, C는 100인데 셋이니 300 그리고 XC는 90 마지막으로 VIII은 8이다.

종합하면 기원 후 1898년 11월 9일에 머릿돌을 세웠다.

어렵네.

이걸 보니 아라비아 숫자를 개발한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함을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전통을 중시한다고 간단히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하지 않은 영국 친구들이 요즘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잘 알겠다.

 

밖은 사진을 못 찍게 했지만 안에는 마음대로 찍으란다.

다만 페인트 칠을 하고 있으니 표시된 구역에서만 계시라고 한 흑인 청년이 유창한 영어로 보충 설명까지 해주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고 나도 크리스천이라 했더니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우리는 모두 형제란다.

말은 당연한 것 같지만 이 친구야 나는 니 애비보다 나이가 많을 거야 하려다 형으로 봐준다는데 참아야지 했다.

 

오랫동안 많은 일을 겪었을 예배당.

그리스 정교회는 벼락을 맞았겠지만 영국이란 뒷배경이 있는 성공회 건물은 온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 주일 10시에 미사가 열린다고 그 청년이 알려 주었다.

알았고 올 생각은 없네.

 

아내를 미장원에서 만나 돌아오는 길.

교회에 갔던 김에 성찬식이 생각나서 스미르나 상표가 붙은 포도주 한 병을 샀다.

불과 2년 된 것이라 더 오랜 것을 사라는 아내였지만 나야 포도주 맛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그냥 스미르나 이름이 더 의미를 두면 되었다.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 되었나 보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어 비싼 것인지 싼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싸지만 좋은 것이겠지.

 

아내가 미장원에 가다가 눈 꼭을 해 놓은 과일 가게.

확실히 미그로스에서 파는 체리에 비해 알이 튼실하고 색도 더 곱다.

저거 한 팩에 50리라.

우리 둥이들 사주면 너무 잘 먹을 텐데.

물론 아내도 너무 잘 먹는다.

 

여기는 충주보다 위도가 훨씬 높아 8시 25분에 해가 진다.

이즈미르 해안이 서쪽에 있어 낙조를 구경하러 나들이.

저녁이 되니 차 없는 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재미있는 것이 그 거리에서 한 블록만 옆으로 가면 사람도 없고 분위기도 썰렁하고 주변도 음침해진다.

되는 골목만 되는.

 

예쁜 처자들이 열심히 쳐다 보기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싶어 담아 두었다.

별로 특별해 보이지는 않지만.

 

호. 

낙조.

해변 잔디밭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먹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안탈리아 해변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여기는 그냥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훨씬 더 친근하다.

이즈미르가 개방적이라 하더니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많다.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라든지 히잡을 쓴 여자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라든지.

특히 해변은 맥주 가게가 널렸다.

터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유럽 유명 해변의 모습 같다.

 

석양을 즐기고 낚시를 즐기고.

이렇게 매일 저녁 이곳에 나오기만 해도 좋은 곳이다.

 

고생이 많은 내 발.

하루에 만 오천 보는 기본이다.

좀 쉬거라.

 

맨 오른쪽 건물은 아타튀르크 박물관.

터키 그리스 전쟁에서 이곳 이즈미르를 탈환하면서 전쟁이 끝났다 하는데 그때 아타튀르크 아저씨가 저 건물에서 묵었단다.

묵은 건물마다 박물관으로 지정되어 전국에 이런 박물관이 깔렸다.

기타를 치고 있는 여자들 뒤편으로 그리스 영사관 건물이 있다.

두 나라는 지금도 앙숙이지만 저렇게 가까이서 두 나라 깃발이 날리는 것을 보니 보기에 좋다.

아마 두 건물 모두 그리스 사람들이 살던 건물이었을 것이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나요?

해변에 잔디밭을 조성해 놓아 시민들이 휴식처로 이용하고 있는 곳.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불고 참 좋네요.

그런데 순찰도는 경찰들이 왜 그리 많은지.

 

오늘 작품 하나 건집니다.

멋지네요.

 

Ms. Kim 제공

해바라기 씨와 담배꽁초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좋은 곳입니다.

그래도 바다에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돌아오다 만난 가톨릭 교회.

철조망에 굳게 닫힌 대문.

열린 교회라는 의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

이것이 터키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매일 오후 5시에 미사가 있다고 구글 신께서 알려 주시는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