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해 2011 여행

7. 동티벳, 자전거 그리고 하카(河卡)까지

정안군 2011. 8. 19. 17:52

 

7월 25일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 예방을 한 덕인지 감기 끼도 없고 몸도 비교적 괜찮은 편입니다.

 

다행이네요.

 

 

 

 

아침 몸 점검도 할 겸 호텔 바로 아래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가봅니다.

 

거쳐 가는 것이 많은지 주도인 위상에 비해 그다지 버스 편이 많이 보이질 않네요.

 

준비를 마치고 자전거를 가지고 나와 가는 길에 아침을 먹기로 하는데 길을 잘못 듭니다.

 

 

다시 호텔 근처로 돌아와 일행 2명은 면집에 가는데 나는 양해를 구하고 바로 옆에 있는 꽈배기와 두유를 파는 식당으로 가서 그것을 먹기로.

 

사실 두유와 밀가루 꽈배기는 중국 사람들 아침 대용으로 많이들 먹지만 그저 요기만 될 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힘의 원천은 되지 못하지요.

 

그래도 국수 종류보다는 나으니 뭐 별 수가 없었네요.

 

대신 삶은 계란 3개를 사서 비상용으로 삼습니다.

 

순두부를 두뇌(豆腦)라고 쓰는 표현이 재미있군요.

 

두는 물론 콩 두입니다.

 

머리 두가 아니고.  ㅎㅎ

 

 

한참 정비 중인 도로를 거쳐 도시를 빠져나오니 바로 오아시스의 풍경이네요.

 

마치 사막 한 가운데서 만나는 풍경이라고 할까.

 

 

그리고는 황량한 벌판.

 

 

그 가운데 수천 년 전에도 그렇게 살았을 것만 같은 현지인 집이.

 

사람이 살까 싶었는데 살고 있네요.

 

그리고는 바로 고개 시작입니다. 

 

 

<위 사진을 뽀샵했어요>

 

 

 

 

<탱이님이 찍어 준 사진>

 

<뽀샵으로 보정된 사진>

 

이름하여 일탑랍(一塔拉)

 

이놈은 중국말로 해야 멋있네요.

 

이타라.

 

일단 고개입니다.

 

티벳말로 라는 고개이니까요.

 

그런데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그냥 하나로만 끝나지 않고 둘 셋으로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예고 같네요.

 

얼마 되지 않은 고개를 오르니 평원입니다.

 

그러니까 고개를 오르면 평원 그리고 다시 고개 다시 평원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 마치 탑 모양이라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입니다.

 

한 20여Km 쯤 갔을까요.

 

다시 오르막이구요.

 

다 오르면 이탑랍(二塔拉)이 나오는군요.

 

 

 

그리고 다시 평원입니다.

 

재미있네요.

 

이쯤에서 한 자전거 여행자를 만납니다. 

 

 

그냥 지나치는데 탱이님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니 이 친구 뒤돌아보면서 안녕하세요 그러더군요.

 

해서 뒤돌아 가서 만났는데 글쎄 웨스턴이었습니다.

 

아일랜드 청년인데 한국에서 2년 동안 영어 교사를 했다는군요.

 

그래서 안녕하세요는 안다고.

 

다른 말은 거의 모릅니다.

 

어쨌든 거지꼴인데 강정(康定)에서 온다더군요.

 

왜 그렇게 거지꼴인지 아는 것은 멀지 않아서였네요.

 

우리도 그렇게 되니.

 

또 가면 삼탑랍(三塔拉)

 

 

 

산타라라..

 

이름 멋있네요..

 

산타라.

 

이 동네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좀 거칠었습니다.

 

점심은 중간에 매점 비슷한 것도 없어서 그냥 다리 밑에서 해결합니다.

 

 

탱이님이 버너로 라면을 끓였는데 국물을 조금 얻어서 빵과 함께 먹었답니다.

 

여기서 이놈의 빵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 빵은 비상식으로 준비한 것인데 어떤 놈이 만들었는지 꽤 머리를 쓴 것 같았습니다.

 

어떡하면 맛이 없을까 최대한 연구를 한 놈인데 조금 떼어서 입에 먹고 씹으면 점점 더 부풀어 올라 나중에는 삼키기가 어려울 정도가 됩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도저히 하나를 다 먹기 힘들 정도로 먹기 힘들고 맛이 없기로 완벽한 놈입니다.

 

이놈을 아침과 점심에 먹으면 정말 울고 싶어지는데요.

 

이놈으로 식사를 대신해서 체력이 많이 고갈되었네요.

 

가지고 간 비상식 에너지 바가 없었더라면 이 동네에서 영양실조로 쓰러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면을 끊여 먹은 다리 밑은 그나마 흔한 것도 아니어서 만나기도 힘이 드는데 우리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가끔 운전사들이 급할 때 사용하는 곳이라서 마른 똥이 흔합니다.

 

그래도 워낙 건조한 곳이라서 냄새도 없고 그냥 무시해도 될 정도랍니다.

 

점심을 먹고 좀 더 가니 조그만 마을이 나오네요.

 

 

 

철개향(鐵蓋鄕)이라는 곳인데요.

 

나름 사거리라서 교통의 요지인 듯 하지만 동네 크기는 형편없습니다.

 

 

 

이 동네의 한 조그만 매점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최고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매점 주인인 할아버지에게 물을 달라고 했더니 생수가 아닌 차를 한 잔 주더군요.

 

어쨌든 생수를 한 병 삽니다.

 

그리고는 어설픈 중국어로 대화가 이어지는데 자전거 여행 중이냐고.

 

그래서 그렇다고 하면서 할아버지 무지 잘 생겼다고 하며 지금 무지 힘들다고 하니 닭다리 하나를 주더니 바로 2개를 더 줍니다.

 

 

힘든데 먹으라고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주라고.

 

엉겁결에 받기는 받았는데 하루 매상이 잘해야 10원이나 될까 말까한 구멍가게에서 이런 것을 공짜로 받기가 뭐하더군요.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가서 고마운데 그냥 받을 수는 없다 하면서 10원을 주니 안 받는답니다.

 

그래도 계속 주니 돈을 집어 던지네요.

 

이거야 원.

 

밖에 나와서 자리에 앉아 쉬고 있는데 동네 청년들이 모여듭니다.

 

그러더니 한 청년이 내 자전거를 가리킵니다.

 

뭔가 잘못 되었나 했더니 앞바퀴가 펑크가 났네요.

 

펑크야 별 것 아니라서 가방에서 예비 튜브를 꺼내 바꾸고 바람을 다시 넣으니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바퀴에서 꺼낸 튜브는 꺼낼 때 잘못 했는지 바람 넣은 부분이 찢어져버려서 못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분이 없으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되겠어요.

 

그런데 이 작업을 마치니 우리 할아버지 대야에다 물을 떠 왔네요.

 

거기에다 손을 닦을 때 쓰라고 세제 한 뭉치까지.

 

정말 감동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 할아버지에게 우리말로 이렇게 말해주었답니다.

 

“할아버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라고 이리 잘 해주십니까?”

 

 

이 장족 할아버지에게 이름을 물으니 랑븐자랍니다.

 

한자로 써달라고 하니 못 쓴 다네요.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도 모른답니다.

 

그래서 그냥 주소 이정표에서 보고 외워버렸습니다.

 

<이 건물에 희미한 글씨가 남아 있네요>

 

靑海省 海南藏族自治州 共和縣 鐵蓋鄕 高原小賣部 郞本家(랑븐자를 이렇게 쓰지 않을까 추정한 것)

 

그리고 작은 선물로 사진을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별입니다.

 

이 할아버지는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어주더군요.

 

지겹고 힘들었던 여정에 새 힘을 주는 것 같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었습니다.

 

23km 정도면 한국에서는 한 큐지만 이 동네에서는 2시간 가까이 걸릴 길이었죠.

 

 

 

 

 

언덕길이 이어지고 힘들게 그 언덕을 넘으니 옴마니밧메훔이라는 글자가 쓰인 언덕도 보이고 호수도 있네요.

 

그리고는 유채꽃 핀 아름다운 동네가 보입니다.

 

 

하카(河卡)입니다.

 

생각보다 아름다운 동네군요.

 

 

 

 

 

 

 

 

언덕에서는 가깝게 보이는데 실제로 가면 꽤 먼 거리네요.

 

일행 2명은 사진을 찍느냐고 조금 처져서 내가 먼저 하카에 입성을 하는데 도시 입구에 숙소가 있더군요.

 

 

그 숙소 앞에 의자가 있어서 앉아 쉬고 있노라니 여자 청년이 말을 걸어옵니다.

 

나는 중국말을 잘못하고 내 친구가 지금 오고 있으니 그와 이야기를 하라고 하니 어디서 왔냐고.

 

한국이라고 하니 영어할 줄 아냐 네요.

 

이런이런 이런 촌구석에서 영어를 만나다니.

 

 

알고 보니 이 친구는 방주령(房周玲)이라고 하는 장족 청년인데, 지금 무한(武漢)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고, 방학이라 집에 와서 일손을 돕고 있는 중이랍니다.

 

이후로 이 친구는 내 통역사가 되었네요.

 

바로 우리 일행이 도착해서 숙소 요금을 흥정합니다.

 

처음에는 방 사정을 몰라 방값이 싸니 모두 혼자씩 방 하나를 쓰는 것으로 했는데 방에 가보니 방에 침대가 보통은 3개 내지는 4개가 있네요.

 

 

그래서 그냥 방 2개만 쓰는 것으로 하고 모두 50원만 내기로 했습니다.

 

주인 사장은 한국인은 우리 친구니 싸게 준다고 싱글벙글입니다.

 

 

아마 자기 딸이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 줄 몰랐는데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막힘없이 하니 기분이 몹시 좋았던 모양입니다.

 

이 집 안주인은 위가 고장이 나서 공화의 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라서 딸이 밥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두 명을 칭커한다고 하니 한 사람은 가게를 봐야 된다고 딸만 데리고 가랍니다.

 

해서 통역 겸 딸을 식당에 데리고 갑니다.

 

회족 식당이네요.

 

절대 술은 안팝니다.

 

그래서 맥주 한 병도 먹을 수가 없었어요.

 

음식은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안 되니 맛이 그럭저럭이었네요.

 

아빠 걱정을 하는 딸을 위해 음식 하나는 아버지를 위해 배달을 하고요.

 

방은 허름하지만 사람들이 좋아 편안한 숙소였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유채꽃도 환상이었구요.

 

시간이 있으면 여기서 며칠 묵으면 좋으련만..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나저나 이제 온 몸의 에너지가 모두 고갈된 느낌이 듭니다.

 

자전거 여행은 잘 먹어야 되는 것인데 이렇게 못 먹고 다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

 

내일은 엄청난 고개도 있고 중간에 마땅한 동네도 없나 봅니다.

 

이쯤해서 점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하네요.

 

뭐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해도 될 겁니다.

 

오늘은 아침은 따로 먹었고( 나는 6원 - 두유, 꽈배기 2개, 달걀 3개) 점심은 라면 국물이라서 저녁과 숙비로만 55원 냅니다.

 

저녁을 조금 거하게 먹었나 보군요.  ㅎㅎ

 

  <오늘 이동한 거리> 구글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