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해 2011 여행

11-2. 동티벳, 자전거 그리고 청수하(淸水河)

정안군 2011. 8. 29. 13:17

 

일단 목표로 했던 야우구(野牛溝)에 도착을 합니다.

 

이 야우구는 분위기가 좀 묘합니다.

 

물론 다른 동네도 그랬지만 이 동네는 티벳의 분위기가 아주 강한 곳이었습니다.

 

 

여자들은 거의 다가 전통 옷을 입었고 남자들은 황야의 무법자 스타일로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우리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지요.

 

 

황야의 무법자들과 다른 것은 이들이 말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대신 탄다는 거네요.

 

 

돌아다니는 개들도 많았지만 다행히 낯선 이방인에게는 관심조차도 주질 않고 식사 거리를 찾아다니기에 바쁩니다.

 

길가에는 식당만 여러 개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티벳 식당이 주이고 간혹 회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좀 있었군요.

 

숙소가 있냐고 물으니 없답니다.

 

난처해졌습니다.

 

오늘 온 정도이면 이 정도로 끊어도 좋으련만.

 

숙소가 없다니 별 수 없이 더 이동을 하기로 합니다.

 

여기서 파안객랍(巴顔喀拉) 고개 정상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는데 여기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정상에서는 한 20km 정도를 내려가면 청수하(淸水河)라는 동네에 도착을 할 거라고 합니다.

 

이제 남은 하루는 계획대로만 된다면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만은 되지 않는 법이죠.

 

일단 차를 수소문했더니 한 사람이 제대로 된 트럭을 몰고 오고 다른 사람도 작은 빵차를 가지고 와 가격 경쟁이 벌어집니다.

 

 

물론 같은 동네 사람들이니 심한 경쟁은 아니고 20원 정도 줄인 가격으로 트럭에 자전거를 올립니다.

 

 

그리고는 우리는 트럭 뒷자리를 타고 출발을 하지요.

 

탱이님은 사진을 찍는다고 화물칸에 타고요.

 

이제까지 왔던 길과 별 다르지 않은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립니다.

 

고개까지는 거리가 꽤 되네요.

 

고개도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한참 평지를 달리다가 시작합니다.

 

이번 고개도 정말 큰 고개입니다.

 

그만큼 정상까지의 거리도 길고요.

 

그러다가 정상까지 가는 중간 비포장도로가 나옵니다.

 

여기를 사정없이 달리니 먼지가 장난이 아닌데 이 먼지에 화물칸에 타고 있던 탱이님이 그만 항복을 하고 뒷자리로.

 

티벳의 고개답게 끝인가 싶으면 끝이 아니고, 굽이굽이 꾸불꾸불 정말 정신없이 한참을 올라가는데 다행히 길은 비포장에서 포장도로로 상태가 바뀌는군요..

 

그리고 드디어 정상입니다.

 

4824m.

 

 

 

 

엄청난 높이의 고개에 섰습니다.

 

이번 여행 중 최고의 높이에.

 

그러건 말건 우리를 내려주고는 트럭은 돌아가고 우리는 정상에 서서 한참을 둘러봅니다.

 

 

정상 부근은 그냥 넓은 풀밭이어서 높은 고개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냥 한참을 올라왔다는 느낌 때문에 정상이라는 생각만 들지요.

 

그리고는 다운 힐만 남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경치는 환상 그 자체입니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3km쯤 내려가니 다시 오르막이.

 

 

그때는 그러다가 다시 내리막 그것도 엄청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대충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가 했더니 불길한 예감을 확인해 주듯 이런 간판이 나타났습니다.

 

進入平原區.

 

 

평야 지대로 들어섰다는 말이네요.

 

이게 뭐야.

 

말 그대로 평야 지대였습니다.

 

다행히 조금씩 내리막이었지만 길 상태가 아스팔트가 아니고 콘크리트 도로라서 속도가 잘 나지도 않았고요.

 

그렇게 약속된 20km를 달렸습니다.

 

중국은 길가에 도로가 시작된 곳에서 1 km마다 도로표지가 있어서 얼마를 왔는지 확인이 쉽게 가능하지요.

 

멀리 작은 마을이 보입니다.

 

생각보다는 아주 작은 마을이어서 좀 의아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마을이니까.

 

그런데 그 마을에 들어서자 뭔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건 동네가 아니라 그냥 길가에 집 몇 채 있는 정도입니다.

 

다행히 구멍가게가 있어서 다 떨어진 물을 보충하려 들어갑니다.

 

1원짜리 물 한 병이 3원입니다.

 

그래도 별 도리가 없어 정말 비싼 물을 사고는 여기가 어디냐고 묻습니다.

 

청수하가 아니냐고.

 

이 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청수하는 앞으로 40km를 더 가야 된다는.

 

대신 핑(平)이라는 소리도.

 

하지만 이 소리는 귀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벌어졌네요.

 

우리 일행이 조금 뒤에 도착을 합니다.

 

나는 40km에 질려서 그냥 내질러 땅바닥에 앉습니다.

 

이제 진이 다 빠져서 더는 못가겠더군요.

 

탱이님은 앞으로 내리막일거라고 그냥 가자고.

 

나는 우리가 즐기러 이곳에 온 것이지 극기 훈련 차 온 것이 아니라고 하며 이 마을에 그냥 자던지 여기서 차를 빌려 청수로 이동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40km가 평지라고 해도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평지일 테고 이런 상태면 한 시간에 10km 정도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지금이 6시인데 10시나 되어야 청수에 도착을 하는데 야간 라이딩이나 4,000m가 넘는 고지에서 100km 이상을 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palette님은 별 의견 제시를 안 합니다.

 

결국 내 의견과 탱이님의 의견이 나온 셈이네요.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차를 빌리기로 합니다.

 

마침 우리가 머문 곳이 도로 공사 사무소라서 들락거리는 차량에게 물어 보았더니 엉뚱한 소리만 해댑니다.

 

그래서 매점 총각에게 차를 구해보라고 했더니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빵차 하나와 연락이 되네요.

 

 

 

차가 작아서 그냥 자전거를 넣을 수가 없어 앞, 뒷바퀴 모두를 빼냅니다.

 

그리고 청수라는 동네를 향해 출발을 합니다.

 

곧 날이 어두워지는데 이 운전기사 총각은 신이 났습니다.

 

길가 온 마을 사람들과 아는지 가면서 빵빵거리고 저기가 내가 사는 동네라고 하고.

 

하마 우리를 만나 돈을 버는 것이 신이 났나 보지요?

 

길 주변은 참 예뻤습니다.

 

굽이굽이 강이 흐르고 초원은 온갖 꽃들이 피어 있었어요.

 

아마도 오늘 일정의 정답은 야우구에서 그냥 어떻게 섭외를 하든 거기서 하루를 자고 차로 고개 정상에 선 다음 청수하까지 자전거로 이동을 했더라면 좋았을 코스였네요.

 

물과 초원이 좋으니 길가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확실히 많습니다.

 

그러다가 앞에 연애 중인 새 4마리가 갑자기 등장을 합니다.

 

아마 쌍쌍인 모양이었는데 그 중 2마리가 차를 피하지 못하고 앞 창문에 부딪쳐 그만 사망을 하는 사고가 일어나네요.

 

차 앞에는 마니차가 열심히 돌고 있고 불경을 열심히 낭송하던데 이렇게 살생을 하면 뭐하냐고 운전사에게 혼을 내주지만 그 운전사도 자기도 할 수가 없었다는군요.

 

그러고 보니 길가에는 참 로드 킬이 많았습니다.

 

우는 토끼라고 쥐같이 생겼지만 토끼 종류라는 놈 그리고 새들도 심심찮게 죽어 있었어요.

 

그 중 새 두 마리를 오늘 보탠 거죠.

 

그런데 이 우는 토끼 또는 새앙토끼라고 하는 놈은 포멧 몬스터에 나오는 피카츄의 모델이 되었다는군요.

 

길 가 초원에 엄청나게 많이 사는데 이놈들이 길에 나왔다가 트럭이나 승용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냥 꽥해서 세상을 등진 놈들이 너무 많았어요.

 

이놈들은 자동차가 지나가면 그런가보다 하다가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면 얼른 도망을 갑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위험한 줄 아는가 보죠?

 

그러니 비명횡사를 하지 이놈들아.

 

그렇게 가는 도중에 어둠이 깔려 주위를 구별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는 정확히 42km를 달려 청수하에 도착을 하지요.

 

청수하는 진(鎭)급으로 그래도 제법 큰 도시인데 이곳도 완전 티벳의 분위기입니다.

 

고도도 어제 잔 황하연보다 높다더군요.

 

오늘은 우리 탱이님 정보에 뭔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긴 이 동네 사람들이 정확한 중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니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차로 이동하는 사람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감각이 달라 오르막 내리막 이런 것에 대한 분별이 좀 약하지요.

 

숙소는 바로 앞 초대소로 합니다.

 

계단 앞으로는 야크 대가리가 놓여 있네요.

 

정말 티벳 분위기에 잘 어울립니다.

 

고지대라서 2층 계단을 올라가는데 엄청나게 힘이 드네요.

 

여기 숙소도 요즘 자던 곳과 별 차이 없습니다.

 

그 대신 공간이 꽤 넓군요.

 

바로 아래 사천 식당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너무 허기져 콜라 한 병을 사 먹는데 이처럼 촌구석도 콜라 값은 3원이군요.

 

그리고 극심한 허기에는 콜라가 괜찮아 보입니다.

 

앞으로 콜라를 애용하여야겠다는.

 

토마토와 달걀을 섞은 요리와 어향가자라는 가지 볶음을 시켰는데 아 글쎄.

 

밖에 나가서 가지를 사 오네요.

 

우리나라에서 뭘 주문해서 안 나오면 사러 갔냐고 묻곤 했는데 정말 사러가는 사건이.

 

밥도 시키면 그 때 압력 밥솥이 등장을 하고 밥 짓기가 시작되고요.

 

그러니 음식이 한참 있다가 나오고 그 동안 사람 구경을 열심히 합니다.

 

정말 초콜릿 빛깔의 티벳 사람 부부가 건너 자리에 있습니다.

 

얼굴색이 어쩜 저럴까 싶더군요.

 

젊은 종업원 아가씨는 중국말을 전혀 못합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던데 그 초등학교도 못 다닌 모양이지요?

 

아님 중국어를 쓸 기회가 없었던지.

 

확실히 재미있는 동네입니다.

 

중국이지만 중국이 아니고 분명 땅은 티벳 땅이지만 티벳 사람이 주인이 아닌.

 

오늘은 차 2대 렌트비 그리고 저녁과 숙비를 합해 271원을 지출합니다.

 

참 다양한 경험 그리고 꽤 긴 거리를 이동했네요.

 

어쨌든 감이 잡히질 않던 옥수가 점점 가까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