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섬서 2014 여행

거친 땅, 거친 역사 섬서성을 찾아서 - 연안 延安 140520(상) 연안 가는 길

정안군 2014. 6. 12. 10:38


연안(延安) 가는 길


밤새 몽염이 꿈에 나타나서 ‘날 보러 와요’하는 이벤트는 없었습니다.

당연히 있을 리도 없겠고요.

해서 오늘 계획은 이른바 ‘혁명의 성지’라고 하는 연안(延安)까지입니다.

버스로 갈 수도 있겠지만, 연안같이 좀 먼 거리일 경우는 고속버스 같은 것이 아니면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시간도 절약되고 무엇보다도 편합니다.

보통 단거리를 다니는 중형 버스들은 승차감도 그다지 좋지 않고 시간도 꽤 걸리더군요.

그래서 기차 시간표를 알아보니,

적당한 시간대에는 2편이 있습니다.



미지에서 연안 행 철로는 주요 간선로가 아닌지 그다지 편수는 많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탈만한 시간대가 보급 7005와 쾌속 8167인데, 그중 보급 7005 편이 출발 시간도 적당하고 또 도착시간도 마음에 쏙 들어 그것으로 가기로 합니다.

미지 중심거리에서 기차 역가는 시내버스가 다니니 그걸 이용하면 되고요.

오늘 아침 식사는 중국에서 가장 흔한 조합인 밀가루 꽈배기와 두유입니다.

먹기는 먹지만 밀가루를 튀기는 기름의 상태가 어떤지는 영 자신이 없네요.

기껏해야 1원짜리이데, 당근 좋은 기름을 쓸리는 없을 테지만, 봄이면 운남성 근처에서 무지 많이 피는 유채꽃이 사실 기름을 얻기 위한 것이라니 그렇게 흔한 것이면 유채 기름 값도 싸서 혹 이런 곳에서도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위안을 가져 봅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1원을 내니 어디 가냐고 기사가 묻더군요.

아마도 시외로 나가면 요금을 더 받나봅니다.

주변에 건물들이 거의 없는 허허벌판을 달리는데 언뜻 미지 기차역 안내 간판이 있습니다.

분명히 기차역에 간다고 했는데, 그냥 나를 시골 어디론가 데리고 가려고 했는지 알려 주질 않더군요.

황급히 내립니다.



미지 기차역은 중국 기차역답지 않게 작고 아담한 크기입니다.

내가 사는 충주역 정도의 크기더군요.

연안이란 발음은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아 수표처에서 연안이라고 하니 영 못 알아듣네요.

결국 여기도 종이에 써주면서 해결이 됩니다.


싸구려 기차라서 그런지 여권 검사 같은 것도 없어요.



12.5원.

3시간을 가는 거리인데, 참 싸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냥 타고는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을 찾아 앉나 했더니 지정 좌석도 있네요.

여기도 공안들은 참 많습니다.

그다지 감시해야 할 사람은 없어 보이는 데도요.

승강장에 나가서 오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역시 옷차림새를 보면 많이 허름합니다.

거기에다 대부분 마대 자루에 담긴 짐들을 가지고 있어서 전형적인 옛적 중국 기차 여행 풍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오르니 그다지 사람이 많지 않네요.

3명씩 앉아 가는 자리에도 대부분 2명이 앉아가는 정도입니다.

수덕까지는 유림에서 미지오던 길 분위기와 많이 비슷합니다.

그러나 수덕을 지나면 터널이 많아지면서 주변 경치는 본격적인 황토 고원 분위기로 바뀌네요.

의자는 몇 천 년 고문 기술이 녹아들었다는 90도 직각 의자이지만, 가는 거리가 얼마 안 되니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에어컨도 작동이 되어 실내 환경은 나쁘지 않고요.

하지만 이 기차는 가끔씩 노인네들이 기차 안에서 버젓히 담배를 피더군요.

지나가는 승무원들은 제지하지 않고요.

담배 연기라면 질색이라서 그게 좀 성가시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것이 승무원처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판다는 것입니다.

허리띠도 팔고 핸드폰 같은 전자 기기 전원공급기도 팔고 칫솔 치약도 팔고 기차 객실마다 담당자가 정해져 있는지 거의 고정적으로 쉴 새 없이 떠들면서 뭔가를 계속 팝니다.

내 앞자리 앉은 아저씨는 제법 성깔 있게 생겼는데, 전화 통화 중에 무선 마이크를 이용해 칫솔과 치약을 팔던 상인에게 냅다 소리를 지르더군요.

“얌마, 시끄러워서 전화를 할 수 없잖아”

당황하신 상인은 전원을 끄고 육성으로 설명을 계속하던데, 대신 이 아저씨 전화 소리는 무선 마이크를 이용한 소리보다도 훨씬 더 컸다지요?

하여튼 기차 안은 우리나라 전통 장날 구경만큼이나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놀랍도록 바뀐 것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내 앞자리 아저씨들 열심히 해바라기 씨를 까서 먹던데 그 해바라기 씨를 그냥 바닥에 버리질 않네요.

그냥 모아두고는 청소할 때 그것을 쓰레기통에 담아 주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허름한 기차 안이라도 옛날처럼 쓰레기 범벅이 아니랍니다.

큰 산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평지는 없는 전형적인 황토 고원 지대를 지납니다.

혁명 열사 사자장(谢子长)이 출생한 곳이라서, 그를 기념하여 자장(子长)이라고 이름을 바꾼 자장 현을 지납니다.

드디어 홍군이 활동하던 붉은 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는군요.

이 주변은 모택동이 이끌던 홍군에게는 대단히 의미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이른바 혁명 열사 이름을 딴 도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자주(李自洲)를 기념한 자주(自洲), 원래 이 동네 이름은 수덕이었는데, 이 수덕은 자주에게 자리 자리를 내주고 다른 곳으로 옮겼더군요.

사자장(谢子长)을 기념한 자장(子长).

또 이 섬북 최고의 혁명 영웅 류지단(刘志丹)을 기념한 지단(志丹)

거기에 혁명 열사는 아니지만, 전국 시대 대단한 전략가였던 오기(吳起)를 기념한 오기(吳起)까지.

자주도 들릴까 했는데, 지나가다 보니 안 들리기 잘 했더군요.

언뜻 봐도 별 특징 없는 도시였어요.

아무튼 내 앞자리 아저씨들이 그곳에서 내리고 두 부부가 탔는데 아마도 연안시립병원에 가는 듯 했습니다.

자주에서 연안은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지만 지형이 험해 터널이 많아서 버스를 타면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릴 곳입니다.

그래서 기차를 이용하는 것 같았어요.


연안에서


아무튼 연안 북역을 거쳐 연안역에 도착을 합니다.

연안역에 들어가기 전 앞자리에 앉은 남편이 연안 버스터미널 건물을 자기 부인에게 알려 주네요.

연안 역에 내리면 터미널을 어떻게 가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쉽게 알게 됩니다.

바로 앞이라서 그냥 걸으면 되더군요.

엄청나게 많이 내리고 또 내린 만큼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 오릅니다.




연안역 건물은 중국 기차역답게 거대합니다.

여기서 서안까지는 동차까지 다니는데, 아마도 혁명의 성도라서 그래도 대접을 받는 듯하다.



역에서 걸어 나와 바로 건너편에 있는 연안 남기차참(연안 남 버스터미널)에 가봅니다.

남 버스터미널이라고는 하지만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고 크기를 보니 이게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는 주 터미널인 듯싶네요.

여기서 다음 목적지 지단(志丹)가는 버스 편이 있냐고 물으니 거기 가려면 동 터미널로 가라더군요.

여기는 없답니다.

일단 호텔을 잡아야 되겠지요?


사연도 많던 호텔 잡기가 시작됩니다.


elong에서 연안 호텔을 검색해 보니 120원 대 호텔은 시장구(市場溝)라는 지역에 몰려 있더군요.



시내버스 노선에서 시장구를 찾아보니 가는 것이 있습디다.

그것을 타고 이동을 하는데, 시장구에 가긴 가지만 호텔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그 옆으로 지나가는 버스였어요.

아무튼 부근에서 내려 시장구 소구(小區)라는 곳을 찾아 갑니다.

지나가던 길목에 체인 호텔이 있어서 가격을 알아보니 180원대입니다.

깨끗하고 큰길가에 있어 여러 가지로 편해 보이지만, 좀 비싸서 계속 찾아 가는데.




중간에 옛날 분위기 나는 건물들이 보이고 옛터의 모습도 있네요.

하지만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도 호텔을 잡아야 하기에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중간에 한국 식당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먹고 가자.

들어가서 혹시 중국 동포가 하는 집인가 살펴보니 그런 것 하고는 거리가 먼 그냥 짝퉁 한국 식당이었습니다.



비빔밥이 있기에 시켜 보니 기름기가 많이 섞인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먹을 만은 했습니다.

짝퉁이지만 한국 식당이고 또 한국 사람이 손님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살갑게 잘해주기는 하더군요.

먹고 나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텔을 찾아서 갑니다.

드디어 나오더군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격을 물으니 100원이라네요.

괜찮아 보이는 상무빈관인데.

그러다가 여권을 내보이니, 뭐라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써달라고.

써 주는데 결국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우리 호텔에는 외국인을 받을 수 없다고.

헛김이 빠지더군요.

얼마나 힘들게 찾아 왔는데.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처음 찾아갔던 체인 호텔로 갑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 이상 고생은 하지 않으려고요.

신용카드가 있으면 할인이 되는 모양이라서 한국 카드를 내 놓으니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는 안 된 다네요.

그래서 그냥 189원에 들어가기로 하고 여권을 내미니.

흐잉~~~

여기도 안 된답니다.

외국인은 별 셋 호텔 이상에서 자야 된다나 뭐라나?

이제까지 아무 일 없이 잘 돌아 다녔는데, 이 동네는 왜 이러는지.

아무리 사정을 해 봐도 안 된다더군요.

그럼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별 셋 호텔을 알아 바다고 하니 그런답니다.

소파에 기다리게 하고는 음료수 한 병도 무료로 주고 카운터 아가씨들이 상당히 친절하기는 하더군요.

그러더니 종이에 호텔 이름을 써주면서 하루에 220원인데 괜찮겠냐고.

300원 이상을 각오했었는데, 220원이라고 하니 싼 기분이 들고 또 더 이상 실랑이하기도 싫어서 좋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바로 옆 큰 길로 나가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보여주랍니다.

여기 연안은 마치 부산처럼 산 아래로 큰 길이 나있는 형태라서 인구 집중도가 높고 차량 통행도 많은 편이더군요.

평지처럼 인구가 분산되어 도로망이 구성된 것이 아니고 산 아래로 길이 나있고 그 길로만 차량 통행이 되니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택시도 잡기 힘들고 웬만하면 모두 합승입니다.

나도 지나가던 합승 택시를 타고 기사가 알려준 호텔 앞에 내립니다.

합승이라도 요금은 기본요금 6원을 고대로 받더군요.

호텔 입구는 왠지 허름하고 분위기도 이상하지만 일단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들은 거의 고급이고 또 로비에 들어가니 별 셋 호텔 위상을 보이더군요.



이름은 아성(亞聖)대주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