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일상

[치앙라이] 자전거로 만나는 인연들

정안군 2014. 12. 5. 16:29


9월 초 '뚱이형아'가 우리 집에 자전거 여행객 자격으로 묵고 간 이후, 오늘까지 세 팀(인원으로 하면 4명)이 우리 곁을 스쳐 갔습니다.

 

세 팀이 각각 길게는 삼일, 적게는 하루를 머물렀는데, 그 중 제일 먼저 왔다 간 뚱이형아는 유럽을 향해 패달을 밟는 대신 현재는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멋진 바다속 구경에 몰두하는 모양이고.

지난 일요일 비행기로 이 주간에 걸쳐 방콕까지 갈 목표로 치앙라이에 들어 온 WhyJay님은 목표점이 방콕이니, 지금 방콕을 향해 열심히 패달을 밟겠네요.

오늘 오후 우리와 점심을 함께 하고 떠난 붓다베이비와 친구는 치앙쌘을 향해 가고 있을겁니다.

이 친구들은 거의 한 달전 방콕으로 들어 와 치앙마이를 거쳐 내가 사는 동네 치앙라이로 들어 왔는데, 치앙쌘에서 치앙콩을 거쳐 라오스로 간 다음 베트남을 종단하여 다시 방콕으로 돌아 가는 긴 여정의 중간점을 지난 셈이라네요.

 

첫 인연 뚱이형아는 매짠 삼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우리 집으로 초대를 했고, WhyJay님과 붓다베이비님은 자여사(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에서 치앙라이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초대를 했습니다.

 

이런 선행(?)을 하는 이유는 배낭여행 중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특히 몇 년전 자여사 소개로 청도에 사는 탱이님을 만나 그 집에서 여러 날 신세를 진 처지라 이를 뒤갚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랍니다.

자전거만 보면 이성을 잃다시피하는(?) 탱이님이 작년 수술을 하고는 힘든 회복기에 있어서 가끔씩 가서 함께 놀아 드리면 좋으련만, 워낙 그곳과는 거리가 머니 탱이님이 라이더에게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렇게 나누고 싶었구요.

암튼 지금도 탱이님은 청도에 자전거를 타고 온 라이더를 따뜻하게 맞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자전거 여행자들은 아무래도 행동 반경이 좁아 제대로의 치앙라이 모습을 놓치기 마련이더라구요.

어쨌든 라이더들 무슨 인연인지 어렵게 치앙라이에 들어 왔는데, 치앙라이에 온 이상 치앙라이에 따뜻한 마음씨의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정말 아름다운 곳인지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부지런히 이곳 저곳을 다녔는데.

 

그 중 내가 치앙라이에서 제일 경치로 꼽는 곳은 쿤콘 폭포.

이곳을 여기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데.

하지만 뚱이형아 때는 우기라서 위험하다고 공원 입구에서 막아 불발.

WhyJay님은 체류가 짧아 거기 갈 생각조차도 못했고, 붓다베이비 두 친구와는 여유가 있어 갔더니 중간 산길이 끊겨 또 다시 불발.

참 아쉬웠습니다.

 

대신 모두에게 싱하 농장 저녁노을로 대신 했습니다.

역시 내 생각대로 싱하 농장 언덕 위에 자리 한 식당 '푸피론'에서 보는 주변 경치는 모두에게 치앙라이의 매력을 느끼게 한 모양입니다.

한 번은 손님이 너무 많아 또 한 번은 다른 곳에서 식사 초대가 있어 그냥 구경만 했는데, 다들 다음에 치앙라이에 다시 와서 그 식당에서 꼭 좋은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더군요.



어제는 노을까지 협조를 해 주니 붓다베이비 두 친구는 운이 억수로 좋은 모양입디다.

 

역시 자전거 여행이든 그냥 여행이든 안에 이런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자전거를 통해 이곳에 온 사람들에게 이런 스토리와 미래 희망을 품게 해주니 내가 하는 비공식 '웜샤워'가 헛된 것은 아닌 듯 하네요.

 

암튼 치앙라이에 가 보니 세상은 아직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많더라고 느끼면 좋겠습니다.

 

자살율이 세계 최고라고 하는 우리나라.

큰 건 아니지만 사람들 마음에 조금이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전해서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로를 아껴주는 그런 나라가 되길 빌면서 노력해 보렵니다.

 

하지만 비공식 웜샤워는 당분간은 힘들겠네요.

우리 집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 오니.

 

암튼 우리와 자전거로 인연을 맺은 분들, 자전거와 함께 오래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