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2

[치앙라이] 해피시티의 기적

정안군 2016. 3. 6. 20:55





기적이 있나요?

이번 같은 경험이면 있다는데 500원 겁니다.

요란하죠?

맞습니다.

적어도 내 인생에선 그랬으니.

 

그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곳은 해피시티.

그래서 해피시티의 기적입니다.

Happy City.

해피시티는 치앙라이에 있는 정규 골프장 세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확히는 해피시티 골프 리조트.

해피시티 외에 다른 골프장 싼티부리와 워터포드는 여러 차례 가 보았는데, 해피시티는 이제까지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영겹결에 연습으로 친 것 말고는 한 번도 쳐 본적이 없습니다.

사실 좀 겁 먹은 것이 있었죠.

주변에 연못이 많아 정교하지 치지 않으면 공을 잃어 버릴 일이 많다고 해서 말이죠.

드라이브나 우드가 슬라이스 날 일이 많은 내 골프 습성 상, 해피시티는 공 장사만 신나게 해 줄 것 같았다는.

어떤 분이 한 장소에서 20개 가까이 빠쳤다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사정이 바뀌긴 했어요.

전성기 선동렬이 던지던 슬라이스는 하품 수준이던 내 슬라이스가 잡히기 시작했어요.

가끔씩 나더라도 허용 범위 이내일 정도가 되었으니.

 

하여튼 이런 것들과 세월이 쌓여 기적을 연출했습니다.

 

서론이 길었나요?

후후.

 

성질 급한 사람은 여기서 끊고 다른 곳으로 클릭할 것 같아 무슨 기적이 일어 났는지 알려 드릴게요.

해피시티 골프장에서 18홀 스코어 91을 기록했습니다.

91.

 

그리고 91점 보다 더 큰 기적.

해저드 투성이인 해피시티에서 하나의 공으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하나도 잃어 버리지 않았다는 말이에요.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나에게는 이게 더 기적입니다.

이제까지 공을 잃어 버리는 일이 없이 끝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정말 단 한번도.

 

지금 생각해 보니 세 개 잃어 버린 곳이 최소 기록이네요.

흐.

 

흔히 하는 말에 점수 100점대에 해당하는 백돌이는 골프 공 공장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어요.

자신감은 조금 있고 몸은 말을 안 들어 경기 하다 보면 공들이 제멋대로 나르죠.

숲으로 나르고 연못 물고기들 놀래키고.

 

이번 해피시티 경기 전 워터포드에서 플레이할 때도 무려 7개를 날려 버렸답니다.

숲으로 그리고 물로.

워매 아까운 거.

그 때 점수는 104점.

확실히 100점대가 골프 공 공장을 먹여 살리는 게 맞죠.

 

그런데 처음 친 골프장에서 그것도 공을 하나도 잃어 버리지 않고 신기록 점수 91을 세우다니.

이게 기적이지요.

 

이 점수 뒷문을 열고 낸 점수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지요?

아닙니다.

뒷문을 단단히 잠그고 쳤습니다.

사실 딱 한 번 있기는 했네요.

드라이버로 날린 게 옆 홀로 날라 다시 친 거.

 

사실 9홀까지 45점으로 워낙 잘 쳐 100점 대는 깨겠다 생각은 했지만 공을 하나도 잃어 버리지 않고 끝마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그런데 종반전에 접어 들면서 드라이버나 우드 샷이 뜨롱(똑바로) 샷이 되니 야 이거 잘 하면 공 하나로 끝내겠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이대로 가면 점수도 좋게 나오겠지만 너무 기대하면 흐트러지니 그쪽은 관심을 덜 가져 버려고 노력했고요.

그냥 평탄하게 끝냈냐고요?

아니죠.

평탄한 인생이 어디있겠습니까?

 

잘 나가다 평범한 16번 파 쓰리에서 결정적인 미쓰 샷이 나왔습니다.

5번 아이언으로 친 것이 선동렬 급 슬라이스.

홀을 향해 잘 날라가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더니 연못가쪽으로 떨어지면서 끝.

에이.

역시 공 하나로는 안 되나 싶었어요.

인정구를 다시 하나 날리고 가 보니 빠졌다고 생각한 공은 퐁당이 아니고 물가 러프에 걸쳐 있습디다.

세상에나.

얼마나 기쁜지.

그렇게 위기를 넘기니 나머지는 뭐.

나와 팀을 이루어 같이 친 두 분은 내가 너무 잘 친다고 감탄사까지.

하긴 내가 기적을 만들어 낼 정도로 잘 치긴 했지만 두 분이 너무 못 치셨어요.

역시 제일 재미있는 골프는 나보다 못 치는 사람과 치는 골프라더니 그 말이 맞더군요.

그 분들 열심히 공을 찾을 때, 나는 여유있게 다음 샷 준비를 했으니.

흐.

이거 사람이 바뀐 거 아닙니까?

이제까지는 나와 같이 친 분들은 여유있게 다음 샷을 준비하는데 나는 열심히 공을 찾았는데 말이죠.

역시 사람 팔자 시간 문제입니다. ㅎ

 

또 치면 이런 점수가 나올까요?

그것은 골프를 무시하는거죠.

다음은 다시 백돌이로 돌아 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대는 할 수 있겠죠.

다시 미친 점수를 기록할 날을 말이죠.

 

아무튼 조금씩 나아지기는 합니다.

어떤 때는 엉망이 되어 나는 소질이 없나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실력이 뒤로 간다는 소리를 들을 때는 그냥 확 그만 둘까도.

 

어쨌든 골프라는 운동.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하니 이런 기적을 경험하는 날도 오더군요.

 

증거품으로 스코어 카드를 올립니다.

그리고 골프 공은 첫 파와 버디를 기록할 때의 공과 함께 보관할랍니다.

주인공인 노란 공은 L사장님에게 받은 것인데, 역시 새 해 첫 날 홀인원을 기록하신 분라서 행운을 가져다 주네요.

L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프로치가 명품이 되게끔 시동을 걸어 준 J님에게도 감사.

어프로치는 괜한 명품이 아니었답니다.

이 날 어프로치 샷으로 홀컵 옆에 기가 막히게 붙여 오케이를 받은 것이 세 개이었어요.

그게 모두 파가 되었죠.

또 하나는 3번 홀 5번 이이언으로 기가 막히게 그린에 올려 버디 찬스를 잡았었고요.

세포 떨려 버디는 못 잡고 파로 그만 땡.

그러고 보니 한 게임에 파를 네 개나 잡은 곳도 처음이었네요.

 

트리플 보기도 있고 더블 보기도 있었으니 91점에서 더 점수를 줄일 여지가 있나요?

후후.

그냥 하는 소리입니다.

 

다음에 칠 때는 기적은 잊고 다시 백을 깬다는 마음으로 쳐야죠.

기적이 흔하면 그게 어디 기적인가요?

 

아무튼 여기까지 있게 해 준 사람들.

모두 탱큐...

 

 

 

 

 

 

 

 

 

 

YOLO

You only live o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