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6 여행

아롱이의 등장

정안군 2016. 5. 14. 08:03



 

 

 

 

 

아롱이의 출현


오랜만에 개 소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생긴 아롱이라는 새 식구 때문이에요.

정말 뜻하지 않았던.


아롱이는 개 아가씨입니다.

다른 색깔 하나도 섞히지 않고 올 화이트인 흰둥이.

물론 화이트라고 해도 백설공주표 스노우 화이트는 아니고 좀 노란 기운이 도는 화이트죠.


아무튼 눈을 보면 순둥이 티가 나는데 겪어 보니 정말 순둥이 맞습니다.

누구를 봐도 제대로 짖지도 않고 목소리도 속삭이는 듯한.

그래도 예쁘기도 하고 자세를 보면 경상도 말로 '겁'이 다르긴 한데.


사실 내 주변에 개가 등장하리라고는 정말 생각을 안 했었습니다.

원래 개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애들과 이별할 때 너무 슬퍼 다시는 안 키우기로 했었거든요.

그리고 퇴직을 하고는 계속 떠돌아 다니니 개를 키울 수도 없는 조건이었고.


아무튼 아롱이는 출신지가 풍산이라는데 그 밖에 더 자세히는 모르니 너무 캐묻지는 마세요. ㅎ


살던 곳은 영화 박하사탕 마지막 씬 촬영지인 제천 백운 애련리입니다.

왜 있죠?

나 돌아 갈래!


그 동네 한 교회에서 더 큰 개 두 마리와 함께 살다가 이번에 뜻한 바가 있어서 혼자 독립해 우리 품에 안겼죠.

그 뜻한 바가 뭘까요?


이 시골 개 아가씨.

생전 차를 타 본 기억이 없어서인지, 차를 타자마자 멀미를 하는지 차 안에 한 바탕 잔뜩 토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겁을 잔뜩 먹은 눈을 하고는 입에 그야말로 게거품이 아닌 개거품(?)을 물고 헥헥 대더군요.

아마도 죽으러 가는 게 아닌 가 생각했나 봅니다.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인생 종 치나보다라고.


아롱이, 새 집에 정착을 합니다.


일단 한 바탕 토해 놓은 거 정리를 말끔히 합니다.

내가 개를 데리고 오자고 한게 아닌데 이상하게 성가신 것은 내 차지가 되는군요.

그저 개 좋아한 게 죄군요.


그리고는 개 사료를 파는 가게에 가서 개 사료를 사옵니다.

만 천 얼마 짜리하고 만 사천 얼마 짜리가 있답디다.

뭐가 뭔지 잘 모르니 비싸면 좋을 거라고, 비싼 것을 사서 들고 오니 아롱이가 그 밥을 보더니 반갑게 꼬리를 치더군요.

지금까지는 부르면 억지로 오긴 했지만 정말 좋아서 온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는데.

아마도 밥을 보면서 아 내가 여기서 죽지는 않을 모양이라고 생각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저 사람들이 나를 얼마 안 있어 죽일 마음이라면 저렇게 큰 사료를 가져 오지는 않겠지 라는.

역시 밥은 위대합니다.


물하고 사료를 담을 그릇을 찾아와서 물과 사료를 주니 처음에는 먹지 않다가 나중에 물부터 조금씩 먹네요.

아무렴.

지가 별 수 있겠어요?

먹고 살아야지.


이제 아롱이가 살 집만 해결하면 되는데.


이게 생각대로 잘 안됩니다.


생각대로 안 되어도 팅!


원래 개 집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개 집이 두 채나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옮겨 보려고 살짝 건들여 보니 끄떡을 안 합니다.

이게 뭥미?

뭐로 만들었나 살펴보니 건축 재료는 벽돌.

흐.

그런데 개 집이 놓여 있는 위치는 개를 가져다 놓을 곳이 못 되었어요.

일단은 옮겨야 되는데.

어쩌나.


잔머리의 대가인 집사람이 아이디어를 내어 놓으네요.

지게차를 불러 옮기자고.

그게 잘 될까 싶었지만 별 방법이 없으니 시도를 해 보는데.

전화 연락을 하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중기 사무소가 있었는지 바로 지게차를 가지고 옵니다.

그런데. 

이 게 쉽지 않습니다.

일단은 바퀴가 빠져서 작업 불가.

할 수 없이 더 큰 지게차가 등장합니다.

이걸로 살짝 개 집을 떠 보는데.

이게 벽돌집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옆으로 금이 쫙.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해 보려고 하지만 건드릴수록 개 집만 더 망가져서 그만 포기합니다.

안쪽에 있는 다른 개 집도 지게차가 들어 갈 수가 없어서 그것도 포기.

우리 아롱이 오늘은 집 없이 자야 될 처지에 놓이게 되네요.

아무튼 그바람에 돈 삼만원이 나갑니다.

옮겨주면 오만원을 주기로 했는데 못 했지만 노력은 했으니.

이거 개 값보다 더 나가는 것 같은데요?


할 수 없이 아롱이는 야곱처럼 맨 바닥에서 철야를 합니다.

내 고생하는 것 옛 야곱이 돌베게 베고 잠 같습니다.


이처럼 사람도 했는데 개야 괜찮지 않겠어요?

그래도 밤 새 걱정을 했고요 혹시나 해서 아침에 보니 싱싱합니다.

개 사료를 보고 난 다음부터 나에게 무척이나 정겹게 굴기 시작했는데, 하루가 지나니 이제는 완전 주인으로 인정한 행동을 보입니다.

뒤집어져서 배를 보이고.

나랑 다닐 때 앞서지 않고.


개랑 한참 놀다가 있던 곳이 너무 길가라서 장소를 안으로 옮겨주고 들어 오니 계속 개 소리가 납니다.

왜 그러나 하고 가보니 그 동안 집 주위를 신나게 돌아 다녔던 고양이를 보고 그러네요.

그 고양이.

아롱이 때문에 이동하는데 좀 성가시겠군요.


아무튼 앞으로 우리가 태국으로 간 다음이 살짝 걱정이긴 한데 지금까지는 잘 지냅니다.

그리고 역시 충실한 부하가 하나 생기니 좋긴 하군요.

좀 성가신 일이야 물론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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