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6 여행

개 이야기 투(2)

정안군 2016. 10. 19. 17:03


지난 봄 장모님이 혼자 계신다고 했더니 박하사탕 장로님이 장모님 동무하라고 주셔서 엉겹결에 받아 온 풍산개 아롱이.

이 짜식, 촌놈 아니 촌년 아니라고 할까 봐 멀미를 심하게 해서 차에다 그 날 아침 먹은 것을 확인시키는 것으로 우리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생긴 것 부터 순둥이 스타일이더니 이 게 개가 맞나 싶게 순하디 순한 개였어요.


누가 오면 짖어야 하는데 부끄러워 그러는지 숨는게 일수인.


그래도 잘 적응했고 우리는 다시 태국으로 갔어요.

아롱이는 장모님 친구로 남기고.


그리고 몇 달이 지나 다시 만났는데 나를 기억할까 싶었어요.

그랬는데.


잊지 않았더군요.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그런데 그 아롱이.

그 사이에 뭔 일이 있었더군요.


동네 오빠를 신랑으로 삼아 새끼를 가진 거였어요.

그야말로 개새끼를 가진 거죠. ㅎ

그런데 개의 임신 기간이 두 달 밖에 안 된다는 것을 이 번에 알았네요.


산 달이 다가 오면서 아롱이 배는 엄청나게 불러 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사이 정이 많이 든 장모님은 임신부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준다고 돼지 고기를 사다가 끓여서 주곤 하셨어요.


그리고는 어제 그제 새끼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전화로 장모님에게 실황 중계가 오는데 


세 마리.

그리고 네 마리.

그리고 다섯 마리.


밤이 되었어요.


아침에 확인을 해 보니 모두 여섯 마리를 낳았는데 한 마리를 미리 하늘 나라의 개자리의 별이 되었다네요.

그래서 이번에 거둔 것은 모두 다섯 마리.


얼른 가서 보고 싶긴 했어도 어미와 새끼를 생각해서 하루는 참았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가서 확인을 했네요.


아롱이는 새끼를 끼고 있다가 내가 다가 가니 개 집에서 나와 반갑다고 난리입니다.


사람은 출산 후 며칠은 갱신을 못 하는데, 개는 다른 가 봐요.


그래서 개 집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내가 아롱이의 목줄을 풀어 줘서 아롱이가 산책을 나간 틈에.

 

 


개 집 안에는 아직 눈도 못 뜬 강아지 다섯 마리가 꾸물거리고 있었어요.

하나 씩 들어 내어 확인을 해 보니 암놈 둘, 숫놈 셋입니다.


유일한 흰둥이는 암놈.

 

 

이 아가씨가 유일한 흰둥이입니다.

지 어미를 꼭 닮은 듯한.

 

아무튼 이 친구들이 이번에 세상 구경을 한 강아지들, 즉 개새끼들입니다.

내가 워낙 개를 좋아하고 우리 식구들도 개를 좋아한지라 어려부터 개는 여러 마리 키웠는데 이렇게 새끼를 얻기는 처음이네요.


이번 주 우리 집에 큰 행사가 있는데, 이 강아지들이 미리 축하를 해 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는 풍산개, 아빠는 진도개인데 그냥 잡종이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풍진개나 진산개라고 이름을 올려야 하는지.


아무튼 사람이나 개나 출산을 하는 게 무척이나 힘든 일인 가 봐요.

우리 예쁜이 아롱이가 얼굴이 그만 반쪽이 되어 쭈글쭈글 해졌고 몸통도 살이 거의 없어졌어요.

그런 놈에 젖까지 빨리니.


우유에 미역국에 몸 보신하라고 잘 먹이기는 하는데 홀쭉해진 아롱이를 보니 참 안 되었더군요.


그래도 한편으론 대견합니다.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을 텐데 엄마라고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돌보는 걸 보면.

모성이라는 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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