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

[치앙라이] 크리스마스 인 루암밋

정안군 2016. 12. 24. 16:00

 

 

 

 

 

 

 

 

 

 

 

 

 

 

루암밋에 있는 초등학교가 어제부터 두 주 방학에 들어 간다네요.

그 동네에는 카렌족이 많이 사는데, 카렌족 거의 다가 기독교 신자라서 크리스마스를 명절로 생각해 긴 방학을 준다고.

해서 그 기간 루암밋에 있는 라후 어린이 센터에 머무는 어린이들도 집으로 갔다가 온다는군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 둔 오늘, 센터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와 성탄 축하 예배를 어린이를 데리러 오는 부모와 함께 한답니다.

미리 어린이와 그 부모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도라 약속한 우리 부부도 그 예배와 행사를 같이 하기로 합니다.

준비한 선물은 크림 빵입니다.

대략 250개 정도 준비했는데, 어린이들에게는 두 개씩 부모에게는 한 개씩 주면 될 듯 했습니다.

 

가 보니 예배당 안에는 어린이들이 있었고 아빠는 불과 몇 명 그리고 엄마 여러 명이 와 있었네요.

라후 전도사 부부가 박 목사님과 같이 사역을 하고 있는데, 전도사 부부는 사람들이 아주 성실해 보입니다.

 

간단한 예배 뒤 준비된 축하 순서가 이어집니다.

 

주로 성탄 노래이고 핸드벨 연주와 연극까지 준비를 했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2005년인가 방학을 이용해서 봉사한다고 처음 루암밋와 왔을 때 그 때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선교 여행을 온 팀이 준비한 순서를 진행할 때 루암밋 아이들은 뜻도 모르는 내용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죠.

그저 관중이었죠.

 

그게 안쓰러워 책임 전도사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말해서 루암밋 아이들도 좀 우스꽝스런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일방적인 모습이 아니라 퍽이나 다행이었죠.

 

오늘은 여러 가지 다양한 순서를 선 보이는 걸 보니 퍽 좋았습니다.

 

어린이들이 준비한 순서 뒤에는 학년 별로 부모가 준비한 선물을 자기 자녀에게 전해 주는 순서가 있네요.

선물을 전해 주면서 꼭 안아주면 좋았을 텐데 그러는 부모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런 순서를 준비한 이유는 자녀들의 소중함을 알려 주려고 하는 것이랍니다.

 

지금은 겨우 밥은 먹고 살 정도는 되었다고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녀를 돈 받고 팔아 넘기는 부모가 흔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녀가 소중하다는 것을 심어 주고 싶은 것이 이곳에서 사역하시는 박목사님의 소원이라는 걸 듣고는 뭔가 마음이 울컥합니다.

 

아이들에게 누구든 나와 격려의 말을 해 달라고 전도사가 말 해보는데 나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들 아직 남 앞에 서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부모 한 사람에게 전도사가 미리 부탁을 했다는데, 그 사람도 쑥스러워 오지 않았다고 말하고는 간증 비슷하게 말을 시작합니다.

어려서 예수를 믿기 시작했는데, 동네 무당이 아들이 예수 믿으면 풍이 걸릴 거라고 아버지에게 말해 그걸 들은 아버지가 집에 오면 죽인다고 칼을 준비했다 합니다.

그런 어려움을 견디고 전도사가 되었고 이 센터로 오기까지 많은 결심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

 

사실 오십여명이 넘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그 뒤 이 전도사 아버지가 풍에 걸렸냐고 박 목사님께 물으니 아니랍니다.

아닌 게 당연하겠죠?

 

그 무당, 썩을 놈.

말을 어떻게 그렇게 싸가지 없이 하는 고?

 

센터에서 점심으로 준비한 식사는 돼지 고기와 선지를 넣고 끊인 국물에 국수를 만 음식입니다.

식사 시간에 준비한 빵도 나누어 주었어요.

 

그럭 저럭 식사를 마치고 가족 별로 집에 돌아 가기 시작하는데, 한 무리 사람들이 뭔가를 기다립니다.

목사님이 가족 사진을 찍어 휴대용 인화기로 사진을 현상해 사진틀에 넣어 주셨는데, 그걸 기다렸다네요.

사진이 든 사진을 받아 든 가족들이 너무 좋아 하더군요.

 

예쁜 여자 아이를 만납니다.

오빠를 따라 온 아이인데, 미쓰 루암밋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미모네요.

예쁜 값을 하는지 어쩜 까탈스러운지 한참을 얼러서 사진을 찍긴 합니다만 사진이 영...

 

아무튼 사진을 찍고 나서 이 아이와 한국과 태국 사이의 우호 증진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눠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 아직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아니라서 태국어를 못 하더군요.

라후 말만 유창하게 잘 한다니, 라후말은 어보우자만 아는 나와는 말이 안 통하는 사이네요.

언젠가 이 아이가 태국어를 할 때를 기다려야겠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느끼는 보람찬 크리스마스를 보냅니다.

여러분들도 즐거운 성탄절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