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8

[치앙라이] 맛 있는 음식, 어려운 음식

정안군 2018. 12. 12. 15:14

 

 

 

음식점 경영 일선에 머슴으로 참여하면서 혼밥 먹는 일이 더 많아졌다.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혼밥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혼밥을 준비하는 동안 하나 깨달아 안 것은 김치에 돼지고기를 넣어야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아내가 만들어 준 김치 소고기국은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다른 맛의 깊이가 있었다.

이런 맛도 있단 말이지.

집에서 혼밥을 준비할 때 직접 해 보니 앞으로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을 이유가 생겼다.

이래서 내가 할 줄 아는 요리에 새로 하나가 추가가 되었다.

 

꼭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데 아직도 맛을 흉내내지 못해 포기한 음식이 있다.

바로 오이무침.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던데 나는 오이를 무척 사랑한다.

특히 오이무침을 좋아하다.

특별히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도전을 해 보았다.

고추가루, 마늘 등 설명 들은대로 만들어 보긴 했는데, 어울어져 맛을 내야 할 아이들이 따로 지 맛을 내고 있었다.

오이 따로, 마늘 따로, 고추가루 따로.

뭐 지들이 따로 국밥도 아닌데.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생 오이를 잘라 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이 세상에 쉬운 것이 없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해 준다.

 

사실 아내가 총각 김치와 배추 김치를 만들어 놓아서 그렇지 그게 없으면 참 난감할 듯 하다.

기껏 할 수 있는 것이 김치를 응용한 것이나 단품 요리이니.

달걀이 얼마나 훌륭한 음식 재료인지 날마다 깨닫게 된 것도 이를 이용하는 단품요리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달걀찜, 달걀후라이, 달걀부침 등.

 

오늘은 점심에 아내가 특별 음식을 만들어 주어 모처럼 음식점에서 먹었다.

주꾸미볶음이 특식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주꾸미가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 많은 부분이 태국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그러니 태국 주꾸미는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맛에서 떨어지지 않고, 값도 훨씬 싸다.

물론 태국 물가로 보면 싼 재료는 아니다만.

태국도 해물 재료는 싸지 않다.

 

거기에 주방장이 팍붕파이뎅을 만들어 주었다.

팍붕은 모닝글로리라 하는 채소로 이것에 굴 소스를 넣고 볶은 것이 팍붕파이뎅인데, 내가좋아하는 태국 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오랜만에 먹으니 한 마디로 아러이, 오이시이, 딜리셔스, 헌하오츠 등등이다.

이건 쎈 불에 볶아야 되는 줄을 알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생각은 애초 하지 않았다.

 

다음은 아내가 비싼 재료를 써서 만든 총각김치.

총각 김치는 내가 김치 가운데 보쌈김치 다음으로 좋아하는데 보쌈김치는 먹어 본 게 몇 십년이 지나서 맛조차 가물거리니 요즘은 총각김치가 갑이다.

누가 태국에서 총각무를 기를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치앙마이에 사는 어느 분에 의해 태국에서 총각 김치를 먹게 되었다.

이렇듯 잘 느끼지 못할 때가 있지만 항상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산다.

재료도 좋고 아내의 솜씨도 좋아 금방 동이 났단다.

동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남편이라 부족하지 않게 먹는다.

또 만든다고 하는데 재료값이 너무 비싸 많이 남지 않는 게 함정.

하긴 한국 씨앗으로 어렵게 만들어 내는 것이니 비싸도 다 이유는 있다.

 

아침에 이런 글을 읽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좋은 음식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미식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식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좋은 음식을 만난다고 생각한다.

하긴 시장이 반찬이긴 하다.

배고프면 모두 미식가가 되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