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이즈미르] 셀추크 + 쿠사다시

정안군 2022. 6. 11. 01:17

오늘은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시린제와 쿠사다시를 노려 보기로 했다.

둘 다 이미 유명세를 타고 계신 몸이라 굳이 설명을 하진 않겠다.

도시 설명이 필요한 사람은 구글에게 물어보시라.

유명하면 다 이유가 있겠지.

일단 셀추크까지 가면 두 곳 다 돌무쉬로 연결이 된다 하니 가봅시다.

셀추크까지는 우리 동네 알산작에서 이즈반을 타도 되고 좀 떨어진 바스마네 역에서 일반 기차를 타도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반 기차가 더 빠르고 또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어 그걸로 결정.

 

저번 사르트에 갈 때처럼 비슷한 시간대의 기차 알라셰히르행과 데니즐리행이 홈에 나란히 서 있었는데 오늘은 Tire 행이 꼽사리를 끼어 있었다.

너는 뭐냐?

나중에 확인을 해 보니 10시 행 기차인데 마냥 대기 중이었다.

결국 이 친구는 10시 50분에 출발했다.

데니즐리는 45분, 알라셰히르는 55분인데 저번에도 그러더니 알라셰히르는 정시 출발하고 우리 데니즐리행은 오늘도 늦장 부리더니 결국 15분 늦은 11시에 출발했다.

한가할 줄 알았는데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기차는 만석.

우리 표는 좌석 지정이 없는 표였는데 여유로운 객차에 앉아 있다가 승무원 아저씨에게 혼나고 일반실로 옮겨 왔다.

늦었으면 좌석이 없을 곤란한 상황에 처할 뻔했다.

지정석 칸이 여유롭기에 승무원이 괜한 트집을 잡나 했더니 출발 무렵에는 꽉 차있더라고.

 

1시간 20분 정도 걸려 셀추크에 도착을 했다.

우리 숙소에 갈 때는 이즈반을 이용하기로 하고 시간표를 사진에 담아 둔다.

4시 50분 기차가 적당하겠군 그래.

왼편이 셀추크에서 이즈미르 방향이다.

이즈반은 셀추크에서 종점인 아리아(Aliaga)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단 테페쿄이라는 곳에서 갈아타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도 메네멘까지 가는 것과 아리아까지 가는 기차가 있다.

테페쿄이에서는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영 불편하다.

거기서 대기 시간도 길고.

아마 운영 주체 회사가 달라서 그런 모양인데 어떻게 해결이 안 되겠니?

셀추크에 왔으니 한국 식당에서 허전한 마음을 달래 보기로 한다.

 

중간에 있는 에페스 박물관.

건물 지붕 위에 집을 지으신 분.

참 좋은 집에 살고 계시네요.

건물이 셀추크 전통에 맞게 지었는데 참 예쁘다.

안의 내용들은 보지 않았지만 본 거나 진배없다고 생각해서 일찍이 패스해 두었다.

 

오늘 점심은 라면 정식이다.

고작이라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이 나라에서는 소고기 스테이크보다 더 비싼 음식이다.

아무튼 모처럼 거창하고 비싼 한식에 갈증을 풀었다.

라면 떨어진 지가 꽤 오래되어 한 동안 구경을 못 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을 가 보기로 한다.

에베소의 아르테미스는 성서에도 등장하는 대단한 분이셨다.

잘 못 했으면 바울이 일찍 순교할 수도 있었으니.

 

중간 공터에 계신 분들, 너네들은 염소니 양이니?

 

그런데 가는 도중에 만난 가로수길이 나 혼을 쏙 빼놓았다.

이런 멋진 길이 있단 말이지.

더 놀란 것은 이 고목들이 모두 뽕나무였다.

뽕나무가 이렇게 클 수가 있어?

잔차로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길이 죽 이어졌다.

아마 셀추크에 오는 사람들은 이런 멋진 길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갈 거야.

 

간단히 만나는 아르테미스 신전 유적.

달랑 기둥 하나만 남아 있다.

그것도 한참 후대에 근처에 있는 돌을 성의 없이 쌓아 올린 모습으로.

그런데 뒤 배경에 자미가 있고 사도 요한 교회가 있고 성이 있으니 그림은 아주 근사했다.

 

아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 신전에 대한 설명이다.

투르키어 영어 독일어로 되어 있으니 취향에 맞게 골라 읽어 보시라.

처음 세워질 때는 엄청난 기둥을 가진 더 엄청난 건물이었다.

 

여기저기 유적에 흩어져 있는 돌들.

어딘가에 쓸모가 있던 돌들인데 이미 그 역할을 잃고 그냥 돌덩이로 남아 있다.

 

이날은 탐방객들이 꽤 많았다.

주로 서양인들.

패키지이니 버스나 밴을 타고 와서 설명을 듣고 떠났는데 나는 걸어서 와서 걸어서 돌아갔다.

다시 보아도 멋진 유적지.

 

입구의 유도화 길.

가로수 길과 이 유도화 길이 아주 멋져 식당에 남아 있던 아내를 데리고 다시 와서 구경을 시켜 주었다.

이런 멋진 곳이 입장료가 없다.

사람들은 그저 눈에 뭐가 보이느냐에 따라 돈이 결정이 된다.

그러나 돈이 그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달랑 기둥 하나만 남아 있지만 그 역사와 배경을 알면 가치는 돈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린제로 갈까나 아니면 쿠사다시로 갈까나 결정을 못하고 돌무쉬를 타러 터미널로 가다가 별다방이 있는 쿠사다시로 결정.

그리고 돌무쉬 사정이 쿠사다시 쪽이 훨씬 좋았다.

한쪽은 무 에어컨 한쪽은 유 에어컨.

당연히 유 에어컨이고 그게 쿠사다시이다.

 

멀지 않은 곳이라 얼마 안 걸려 쿠사다시에 도착을 했고 대략 10여 분을 걸어 해안 근처의 별다방에.

생각보다 쿠사다시는 컸고 생각보다 사람도 많아 너무 번잡했다.

결론은 별로 마음에 드는 도시가 아니었다.

거기에 별다방도 수준 이하.

건물도 폼이 안 나고 시설은 더 형편이 없고.

 

어쨌든 바로 앞은 바다.

항구에는 거대한 유람선이 두 척이나 떠 있었다.

나는 저런 배를 탈 기회가 있을까?

아들들 어떻게 생각하나?

 

쿠사다시라고 쓰여 있는 언덕.

그 언덕을 오르면 그 너머에 있는 그리스 섬도 보일 듯한데 미쳤냐?

이런 뜨거운 날에 언덕을 오르게?

 

저 너머가 그리스 영토인가 했더니 체쉬메가 있는 반도였다.

그러니까 투르키에 땅이다.

하나가 마음에 안 드니 다 성에 차지 않는다.

체쉬메가 훨씬 더 좋아 보였다.

거기는 덜 번잡했고 바다색도 훨씬 더 예뻤고.

 

해안 따라 길이 있었지만 이미 흥미를 잃은지라 그냥 여기서 백 하기로.

다시 돌무쉬를 타고 셀추크로.

이제 쿠사다시를 올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찾았다고 환호를 올린 셀추크의 어느 공방.

여기서 올리브 쟁반을 발견했고 더 값이 싸다고 더 흥분을 한 아내.

결국 우리 짐에 올리브 나무 쟁반 세 개가 추가가 되었다.

 

4시 50분 이즈반은 시내에 들어오면서 퇴근 승객이 몰려 엄청나게 복잡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좌석이 있는 우리는 편한 좌석에 앉아 왔지만 오늘 하루는 왠지 헛공사를 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기대가 컸던 쿠사다시.

글쎄다 잘 못 된 만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문난 잔치였다.

먹을 것은 없는.

 

뱀발_ 이건 순전히 쿠사다시에 대한 내 개인 의견입니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공간의 미학을 아시는 분에게는 강추.

아니면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