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사르트] One more 사데 교회

정안군 2022. 6. 14. 00:54

세상살이는 관계라는 것이 있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미 계시록 일곱 교회 나들이는 우리 스스로 끝냈지만 여기에 사시는 귀인은 도움 찬스를 쓰지 않은 우리가 좀 서운하신 모양.

해서 가깝기도 하고 가장 좋았던 사데를 또 한 차례 데려다 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드렸다.

가는 김에 우리에게 도움을 준 잔다르마 친구에게 선물을 전달하여 한-투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민간 외교(?)도 해 보고.

다섯 명이 낑겨 탔더니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빠름이야 다른 것이 어떻게 당하랴.

2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했던 사르트를 1시간 10여분 정도에 해결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마을 중심에 있는 잔다르마 사무실.

우리에게 도움을 준 그 친구를 찾아 선물을 전달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잘 안 되었다.

경비를 서던 친구들의 따뜻한 환대로 사람 찾기에 나섰지만 오는 사람 족족 다른 사람이었다.

아마 그 친구들은 좀 높은 사람들이고 관내 순찰 중이지 아니었을까 하는 동네 잔다르마들의 말이었다.

하긴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얼굴도 잘 몰라 그러니 모르는 동네에서 김서방 찾기와 진배없었다.

이렇게 다시 올 줄 알았더면 사진이라도 함께 찍던지 이름이라도 확실히 적어 달라고 할걸.

그리고 이런 촌구석에 잔다르마가 몇 명이나 되랴 하는 얄팍한 생각도 사실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일이 벌어진 다음에 껄껄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다른 잔다르마들과 우정을 나누고 이런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이곳 공식일정은 마쳤다.

가져간 선물은 여러 졸병 잔다르마들이 나눠 먹으며 어떤 한국인이 도움을 받았다고 이런 것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증표로 오래 남겠지.

그러면 진짜 잔다르마 친구도 전해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에 양념을 쳤으니 양해해 주시길.

 

저번은 잔다르마 빽으로 공짜 통과를 하였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니 입장료 20리라를 지불하고 멀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장을 했다.

다시 만나는 사데 유적지.

대단한 인연이다.

짧은 기간 방문 중에 이곳을 두 번이나 올 기회가 생기다니.

오늘도 제법 방문객들이 많았다.

버스로 온 사람들도 있었고.

 

무슨 나무인가 했더니 사과나무였다.

사과하면 충주인데 여기도 사과가 있다.

우리 충주에도 사과가 저만큼 자랐겠구나.

 

이번에는 아르테미스 신전보다는 사데 교회 유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뒤 언덕 포인트에 올라갔는데 생각대로 예쁜 그림을 얻을 수가 있었다.

 

유적 뒤의 언덕.

여름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누렇다고.

차라리 겨울에 초원의 모습을 보인다네요.

지중해성 기후는 겨울이 우기라서 비가 많이 내린단다.

그런데 요즘 며칠 비가 내렸는데 이것도 기상 이변이란다.

 

언덕 위에서 교회가 제대로 들어간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좀 멀다.

좀 내려가면 더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가 있겠는데 하는 기대가.

 

유레카.

드디어 잡았다.

이런 모습을 사진에 담았으니 이것만으로도 여기에 온 보람이 있다.

이 사진은 공개하지 말고 나 혼자만 보려다가 그런 생각을 접었다.

1961년에 다시 세운 사데 교회이다.

계시록에서는 많이 혼난 교회이지만 그러나 그런 건 나는 신경을 안 쓸란다.

이렇게 예쁜 교회인데.

이 사진은 현상을 해서 내 서재에 두고두고 봐야겠다.

 

예배당 안의 모습.

강대상이 있던 단 자리.

교회 규모는 개척 교회 수준이었지만 이곳에 모인 신자들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았겠지.

그렇게 믿어 본다.

하긴 믿음이 굳었으면 어떻고 약했으면 어떠랴.

요즘 교회에도 그런 사람들이 섞여 있으니 말이다.

 

돔 형식의 지붕.

그래서 돔 형식은 교회의 모습으로 남게 된다.

고딕 양식이 등장하기 까지는.

하긴 정교회는 이런 모습의 전통을 오래 지켰다.

 

뒷공간.

돌도 된 바닥이니 철퍼덕 앉아 예배를 드리지는 않았을 테고 의자를 놓았을까?

그러면 공간이 좁아 대충 10여 명 정도면 충만한 장소가 되었을 텐데.

신경을 안 쓴다 해도 요즘 교회 신도들의 관전 포인트인 신도 수에 자꾸 마음이 간다.

이렇게 작은 교회가 신도가 많아져서 장소를 옮겼을까 아님 이러다 말았을까?

 

그리고 신전은 무너지고 폐허 위에 예배당이 있었을까?

그렇담 교회가 있던 곳은 도회지 아주 변두리였다는 이야기인데.

지금은 신전 기둥이 위압적으로 예배당 건물을 노려 보고 있다.

 

명판이 잘 안 보여 뭔지는 모르겠다.

아르테미스 뭐라고 쓰여 있기는 하니 신상 좌대였을까?

아주 잘 생긴 앞산에게 안녕을 고한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고 없으면 지금까지 처럼 사데 교회를 잘 지켜 주세욤.

 

발굴을 지휘하는 사무소 인 듯했는데 이곳에서 나온 기둥이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올 수 없을 사데 교회를 품은 아르테미스 신전 유적에게 안녕을 고한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따뜻한 사람들과 이곳의 대단한 풍광은 대단히 소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