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여행 2022 16

[에게르] 기독교 세력의 보루였던 곳으로

에게르(Eger)는 부다페스트에서 북동쪽으로 대략 130 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조용한 작은 도시이다. 1552년 오스만 제국의 군대의 공격으로 포위되었던 요새가 있는 곳으로 온천과 포도주로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갔다 와서 드는 생각. 미리 세계 테마 기행 에게르 편을 보고 갈걸. 포도주와 온천은 별 관심이 없으나 막강 오스만 군대를 막아낸 성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기차는 부다페스트 동역(Keleti)에서 매 시간 출발을 한다. 역에 가는 도중 만난 거리 음악가들의 바이올린 솜씨는 대단했다. 거리에서 듣는 바이올린 연주의 마이웨이라니. 우리나라에서 저 정도면 마스터 급일 텐데 이 나라에서는 거리 음악가라. 거리에 오줌을 싸는 강아지들의 솜씨도 대단하지만 거리 음악가의 실력도 대..

[부다페스트] 안드라씨 대로를 따라서(하)

두나를 따라서 긴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두나 유람선은 아픈 기억이라서 타고 싶은 마음은 없다만 보기에는 멋진 풍경이다. 벤치에 앉아서 다리로 쉬고 경치 관람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인간들이 행진하는 것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딱 보면 알겠더라, 그들이 어떤 종자들인지. 유대인들이었다. 아마도 내가 가려는 곳에 가서 무슨 행사를 하려는 듯. 그러더니 경찰이 그쪽으로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왜 안 된다고 하니 잠시면 갈 수 있으니 기다려 달란다. 제네들은 되고 나는 왜 안 되냐 해도 그냥 막무가내. 도로도 경찰차로 막고 도나에도 배가 감시를 하기 위해 떠 있었다. 짜식들. 그렇게 세상 사람들이 무서우면 착하게 살아야지. 영어로 진행하는 것을 보니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인 듯 보인다..

[부다페스트] 안드라씨 대로를 따라서(상)

컨디션 난조인 아내는 숙소에서 쉬고 혼자 거리 구경에 나섰다. 우선 공포의 관(Terror Haza)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념관을 먼저 보려고 했다. 이곳은 박물관 겸 정치적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물이 있다고 한다. 아침부터 좀 으스스하고 보고 나면 우울해지는 곳을 보려니 유쾌한 것은 아니나 사는 게 늘 즐거운 일만 보고 살겠는가? 가는 도중 학생인 듯한 인물상을 만난다. 1956년 헝가리 반소 항쟁 그때를 회상하며 만든 동상일까? 이 항쟁은 소련군의 강경 진압으로 수 천명이 희생되고 20여만 명이 해외로 망명하는 참담한 비극을 남기면서 실패로 끝났다. 학생들의 희생도 컸다 하니 총을 잡기는 했지만 공부를 갈망하는 그때를 회상하는 것 같기도 한데 글쎄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헝가리로 현대사가 피로 얼룩졌다..

[센텐드레] 두나 강변의 작은 마을

부다와 페스트를 가르며 흐르는 두나는 조금 상류로 가면 ㄱ자로 급격히 꺾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 지역을 다뉴브 밴트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 언저리에 헝가리를 정복했던 마자르의 옛 수도였던 마을들과 슬라브족이 산다는 마을이 있다. 수도였던 곳은 에스테르곰(Esztergom)과 비셱그라드(Visegrad)이고 그 아래쪽에 센텐드레(Szentendre)가 있다, 앞의 두 마을이 더 의미가 있고 예쁘다고 하지만 센텐드레가 아무래도 부다페스트에 가까우니 더 유명세를 타는 모양. 우리를 좀 더 빨리 그리고 좀 더 많이 알려 주고 싶은 지인의 재촉에 시내 구경도 제대로 안 했지만 센텐드레 나들이에 나섰다. 여기는 버스 편도 있고 기차 편도 있어서 뭘로 갈까 고민하던 터인데 그냥 가볍게 해결이 되고 만다. 인구 100..

[부다페스트] 거리 익히기와 주일 예배

헝가리는 '투르키에'와 시차가 한 시간이어서 한국과는 무려 일곱 시간으로 벌어졌다. 한 시차가 별 것 같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 보면 잘 알게 된다. 어김없는 내 안의 생체 시계. 요즘 너무 과식한 탓도 있어할 일도 없는 우리는 하루에 두 끼만 먹기로 하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여기 오니 다른 것이 역시 햄과 소시지가 나온다는 것. 이 나라는 돼지 나라가 맞다. 여기서 돼지 나라란 돼지(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산책을 하러 나온 근린공원.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으나 개 놀이터와 어린이 놀이터가 완전히 분리가 되어 있었고 출입 제한 시간이 있다는 점은 달랐다. 아침부터 누군가의 신고를 받았는지 구청 관계 직원 같은 사람들이 와서 벤치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거리..

[부다페스트]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

정들었던 이즈미르를 떠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왔다. 여기서 이번 여행의 남은 여정 십여 일을 지내게 되는데 어떤 일이 있을지. 남들은 볼거리가 없어서 별 재미가 없다는 이즈미르에서 지내는 동안 살기에는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었다. 여러 사람들의 넘치는 사랑도 받았다. 거기에 풍성한 먹을거리, 엄청나게 싼 물가 오지랖이 지나치게 넓은 친절한 사람들. 한참 동안 그 이즈미르가 그리울 것이다. 거의 한 달을 산 아다(ADA) 아파트 호텔. 장점 : 교통의 요지라서 여행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단점 : 조금만 겸손해지면 단점은 보이지 않는다. 짐이 많고 무거워 여기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물가 비싼 나라에서는 택시는 엄두도 못 낼 소리이지만 이 나라는 경제 폭망의 최고 전성기이니 그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