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인도네시아 태국여행기/인도네시아 수마트라 2010 여행

브라스따기에서 만난 사람들 - 1

정안군 2010. 2. 18. 13:25

 

 

브라스따기는 유난히 기억나는 사람들이 많네요.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사실 이들과는 연습 시간이어서 오래 이야기는 못했어요.

 

 

온천갈 때 탄 미니 버스에서 만난 중학생들입니다.

 

집사람 바로 옆에 앉은 아이가 영어를 아주 잘 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어요.

 

이 미니 버스가 풀제라서 사람이 차야 가는데 매일 이렇게 기다리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네요.

 

후끈거리는 미니 버스 안에서 지루하게 기다리기가 쉽지 않을텐데 당연한 일로 여겨서 그런지 점심도 그 안에서 해결하고 아주 쾌활했습니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더니 너무 좋아하더군요.

 

수퍼 주니어라는 가수를 무지 좋아한다는군요.

 

내가 수퍼 주니어가 누군지 알 턱이 있나요?

 

하지만 수퍼 주니어 때문에 우리까지 값이 올라가니 나쁘지가 않았어요.

 

이왕 말 나온 김에 좀 오버를 했습니다.

 

내가 한국에서 교사라고 하니 어느 학교냐고 묻네요..

 

고등학교라고 하니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너희들 Boys before flower 아니?"

 

안다는군요.

 

구준표는?

 

안답니다.

 

"구준표 내가 담임했어."

 

사실 조금 있다가 조크라고 말할려고 했는데 아이들 표정을 보니 도저히 그런 소리가 안 나오더군요.

 

완전히 턱이 빠져 있어서...

 

ㅎㅎ

 

공부 잘 했냐네요...

 

"그 아이.. 공부 잘 못했어... 영화 촬영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거든."

 

그리고는 이왕 말하는 김에 완전 오버하네요..

 

"너희들 메일 주소 알려주면 내가 사인 받아서 보내줄께."

 

다행히 메일이 없다는군요.

 

그 다음부터는 내가 구준표였어요..

 

구준표씨 미안해요..

 

공부 못했다고 해서...

 

구준표는 본명이 뭐라더라?

 

아무튼 한국 드라마 대단합니다.

 

참, Boys before flower 가 뭔지는 아시나요?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

 

이것이 동남아에서는 Boys before flower라는군요.. 

 

어쨌든 덕분에 나도 덩달아 대단해지고...

 

동남아시아에 갈 때에는 미리 인기 아이돌 스타들을 알아서 그들의 사진을 가지고 가면 좋겠더라구요..

 

 

이 사진을 찍던 전날 밤 이 집에서 잔치가 벌어졌어요.

 

잔치가 벌어진 시간이 밤이라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고 사진을 찍을 분위기도 아니라서...

 

이 집은 브라스따기 시내에서 우리가 머물던 호텔 가던 길 옆에 있는데 보시다시피 정원이 무척이나 넓습니다.

 

그 너머에는 마스지드(이슬람 사원)이 있는데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그 날...

 

잔치 규모가 대단하기에 처음에는 또바 호수에 있을 때 바딱 족들의 결혼식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그런 결혼식인가 했어요.

 

잃어버린 사진 가운데 이 바딱 족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은 참 아깝습니다.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쌀 포대를 머리에 이고 와서 춤을 추면서 신랑과 신부 그리고 그 가족과 인사를 한 다음 큰 쌀 자루에 남아주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는데...ㅠㅠ

 

슬슬 들어가 보니 가수가 노래를 한참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음식을 접시에 담아 무대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 음식을 먹고 있었어요.

 

우리는 이미 저녁을 먹은 뒤라서 더 이상 먹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상 차린 곳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이 잔치의 호스트인 듯한 남자가 오더니 오른손을 펴서 자기 가슴에 댄 뒤 우리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웰컴 그러더군요.

 

그렇게 정중하게 손님 대접 받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혼식이냐고 하니 결혼식이 아니고 자기들은 이슬람 신자들인데 할례를 행하는 날이라고 하더군요.

 

성경 구약에 나오는 그 할례 의식요...

 

아브람함이 이삭의 할례 때 큰 잔치를 열었다는 성결 귀절이 있잖아요..

 

이들도 그 전통에 따라 자기 자식의 할례 때 큰 잔치를 여는 것 같았어요.

 

이슬람과 기독교의 사이가 멀지 않음이 느껴지더라구요.

 

물론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할례를 행하지 않지만 기독교가 나온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유태교는 지금도 할례를 하잖아요..

 

유태인 구별법이 할례 여부에 달려 있다고들 하니까요.

 

이슬람하면 엄격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들을 보니 엄격한 규율에 억매인 것은 아닌 것 같았아요.

 

물론 술은 없어요.

 

주변을 보니 히잡을 쓰지 않은 여자도 많았고 또 머리에 모자를 쓰지 않은 남자들도 제법 있었어요.

 

축의금을 내는 모양이던데 우리는 축의금을 내기는 그래서 알아 들을 수도 없는 노래를 들으며 주인이 권한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더니 그 주인이 다시 오더니 음식을 권하더군요..

 

우린 배부르다고 하니 차라도 먹으랍니다.

 

너무 배가 불러 차 대신 천막 위에서 내려 달린 바나나 하나를 먹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가수가 노래하는 것을 조금 보고 있으니 알 수 없는 말이라서 재미가 좀 덜하고 해서 가려고 나서니 다시 그 주인이 오더니 가슴에 손을 대었다가 악수를 청하며 웰컴하는 것이었어요.

 

아마도 가슴 속 깊은 사랑으로 당신을 환영합니다 하는 표현인 듯.   

 

그런 느낌이 팍팍 전해 오더군요.

 

그 시간 할례의 주인공들은 그 행사 전인지 집 안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신나게 놀고 있었답니다.

 

행사 후라면 그런 행동이 불가능하겠지요?

 

몇 일을 꼼짝 못할텐데...

 

집사람은 할례하는 것을 혹 볼 수 있을까 하는 눈치지만 그것을 공개된 곳에서 하겠어요?

 

그 다음날 사진을 찍으면서 집 근처를 살펴보니 어제밤 잔치의 흔적은 전혀 없더군요..

 

마치 꿈인 것처럼..

 

그래도 그 호의는 마음에 진하게 남았드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