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풍경

한 여름의 일박 이일 여행 - 남쪽 바다 통영

정안군 2012. 7. 21. 14:45

학교가 여름 방학을 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멀리 통영과 광양 그리고 여수 엑스포를 다녀왔다.


일박 이일의 여행이었는데, 우리나라가 작다고는 하지만 중부지방인 우리 동네에서 남쪽 바다가 있는 동네까지 갔다 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지겨움이라니.


원래는 여수 엑스포를 목표로 한 것인데, 그 동네 숙소가 꽤 비싸다고 해서 숙소를 통영으로 잡았다고 한다.


통영은 옛날 충무라고 불리던 시절, 그러니까 1984년 봄인가, 수학여행으로 잠깐 스치듯 지나간 도시인데 그것이 나하고는 인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학년 담임하던 시절인데, 수학여행을 제주도 가는 것은 조금 세월이 지나고서이고, 그 때는 남해안 일주가 우리 학교 수학여행 일정이었다.


충주에서 부산 해운대로 간 다음 거기에서 일박, 그 날은 육지 촌놈 원 없이 회를 먹은 날이었다.


그 다음날은 일정이 멀기도 멀었다.


그 중간 충무항에 들려, 한산도에 배를 타고 간 다음, 다시 충무로 돌아와서 여수까지.


이 때 잠깐 들린 곳이 충무, 지금의 통영이니 기억이고 뭐고 남을 것도 없는 방문이었던 것인데.


그 때 지겹도록 차를 탔는데, 오늘도 지겹도록 차를 탄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통영이다.


그러고 보니 남쪽 행도 퍽 오랜만이다.


둘째 아들 해병이가 진해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을 때, 면회하러 온 것이 2008년이니 이쪽 경남으로 나들이를 오는 것은 4년 만인가 보다.



통영 시내에 도착을 하면서, 충무고등학교, 통영고등학교를 지나더니 다리를 건넌다.


학교에 근무하니 보이는 것은 역시 학교이다.


그래서 직업은 못 속이나보다.



그리고 엄청난 언덕을 넘고 넘어 도착한 곳이 바닷가에 있는 한 리조트인데, 이 동네를 도남관광단지라고 하는 모양이다.


나중에 지도에서 확인해 보니 이곳은 원래 미륵도라는 섬인데, 다리로 연결되어 지금은 섬인지 아닌지 구분도 어렵게 되었더라고.



숙소 방 배정을 받고, 밖을 보니 도남관광단지는 오목한 만을 끼고 있는데, 리조트 앞에는 요즘 부의 상징이라는 요트가 많이 정박해 있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연수를 받을 때, 그 대학 교수의 꿈이 요트를 소유하는 것이었는데, 그 때는 잘 감이 잡히질 않았었다.


그런 우리나라도 이제 웬만큼 산다하면 요트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 듯 하는 분위기란다.


서민은 골프라는 곳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고.


나도 골프로 가려다가는 샛길로 빠져 자전거를 타는 데, 이것이 더 좋지만.


그러니까 요즘 취미의 상층부는 요트라는 이야기인데, 그 전 단계는 승마란다.   그 아래는 골프이고.


취미도 계급이 있다는 발생이 재미가 있는데, 세상 참 웃긴다.

 


어쨌든 취미가 다양해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옛날처럼 축구하던 시절은 모두 축구만 하고 테니스 칠 땐 테니스만 하더니, 요즘은 배드민턴과 골프가 서민들에게는 대세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그것에 집중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긴 저녁인는 삶이 한 대선 주자의 구호이고 보면, 뭔가 운동을 취미로 삼기도 만만한 세상은 아닌 듯 싶기도 하다.



리조트 앞쪽으로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그 길을 따라서 조금 가보기로 한다.


옛날에는 바다 가운데 조그만 섬이었을 텐데 지금은 육지와 연결이 되어, 해수욕장처럼 만들어져 있다.


그 모래사장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있었고.


섬 주변에는 바닷 낚시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바닷가를 거닐어보니 바닷바람이 불어 시원하긴 했지만, 역시 소금기가 묻어 있어 상쾌한 맛은 없었다.


그리고 공기도 뭔가 묵직한 느낌이고.


역시 우리 동네에서 불어오는 산 바람이 제일이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사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시원한 사람. 



우리가 묵을 리조트는 일단 크기는 엄청나다.


해안을 매립해서 지은 모양인데, 남해안도 옛날 자연 해안은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저녁식사는 도남지구 입구 주차장 근처에 있는 한 횟집이라고 해서 슬슬 산책삼아 가보기로 한다.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이 바로 이 놈인데, 어떤 사람은 요트를 타고 재미있게(?) 놀고, 누구는 그 요트를 배경으로 사진 잘 나왔다고 신나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조금은 세상이 엿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그림은 보니 '태양은 가득히'라고 아랑 드롱이 주연한 영화가 생각나더군.


젊은 날의 아랑 드롱은 참 잘 생겼었는데, 1935년 생이라고 하니 지금은 곱게 늙어가고 계시겠지?


지금은 아랑 드롱이라고 하지 않고 알랭 드롱이라고 하던가.


그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요트에 걸려 있던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의 황홀했던 꿈은 개꿈으로 바뀌고 진실이 들어나던 장면이 아직도 생각에 남는 것을 보니 꽤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저러나 그 영화가 1960년 대 영화이고 프랑스 부자들은 그 때에 요트를 탔다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이천하고도 십년이 지나서 요트를 타고 계신다고 하니 경제 속도는 모르겠지만 취미 속도는 엄청나게 느린 듯 하다.



멀리 콘크리트 덩어리 리조트 건물이 보이는데, 그 오른쪽 언덕 위에 지어지는 건물은 주변과 더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자연친화적인 것 같다.


그 자연친화적인 건물도 옆 리조트와 조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니 전체 모습으로는 수준 미달인 듯.


그래서 도시계획이라는 것이 중요한 데 말여..



이 만 안쪽에 남포초등학교가 있는 것을 보니 이 동네 원 지명은 남포였나보다.


남쪽에 있는 포구라는 뜻으로 해석해보면 잘 어울리는 곳이다.


관광지구로 개발되기 전에 한적했던 모습은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