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7 여행

대구 찍고 포항, 그런데...

정안군 2017. 11. 15. 18:30

 

 

 

 

 

 

그러고 보니 올해가 대학에 입학한지 40년이 되었네요.

40년이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그 아들들이 대학을 졸업했으니 그냥 짧은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시절 매일 붙어 살던 친구가 두 명이 있었습니다.

떨어지면 어찌 살까 싶던.

하긴 초딩 시절부터 죽자 사자 붙어 다녔던 친구와도 그랬는데, 막상 떨어지니 잘 살게 되었지만요.

 

그런데 대학 졸업 후 그 친구들은 경상도, 나는 충청도로 직장을 따라 옮겨 살게 되니 일년에 한 차례 만나기도 어렵습디다.

그러다가 직장 퇴직을 하면 자주 만나자 했는데, 내가 외국에 나가면서 그것도 어렵게 되었어요.

이번에 모처럼 만나기로 약속을 잡습니다.

모두 나처럼 심판없는 친구들이라서 가장 멀쩡한 내가 희생을 하기로 합니다.

그런 이유에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백수고 한 명이 현역으로 있어 백수들이 그쪽으로 이동하기로.

그곳이 포항이었습니다.

포항.

오늘 오후 화제의 대상이었던.

 

충주에서 일단 대구로 가서 친구를 만난 다음, 친구 차로 포항으로 이동을 합니다.

전에는 충주에서 대구까지 직접 가는 차가 없어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지금은 직접 가니 많이 편해졌습니다.

대구로 가는 고속도로변의 들판은 추수가 끝나고 볏단을 둥글게 말아 논 흰 뭉치들이 엄청나네요.

소 밥이라 하던데 저렇게 몽땅 싸서 묶으면 새들은 뭘 먹고 살까 걱정이 되더군요.

조금씩이라도 남겨 두면 들짐승도 먹고 할텐데 그런 생각이.

 

충주에서 대구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내린 곳은 북부 터미널.

굉장히 허름합니다.

동네도 그렇고.

원래 공단 지역이라서 그렇답니다.

뭐, 그건 내가 알바 아니고.

 

나와 있던 친구 차를 타고 포항으로 향합니다.

몇 년만에 본 친구는 얼굴이 많이 삭았네요.

그 친구도 내 얼굴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겠죠?

 

포항 쪽은 바람이 아주 세네요.

약속 장소인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그 쪽 횟집에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잠시 후 부산에서 온 선배 한 명 더 해서 네 명이 다 모입니다.

자, 이제 서로가 가지고 있던 정보를 내 놓아 업그레이드 시킬 시간이지요.

누가 그랬나요, 수다가 여자의 전유물이라고.

남자들도 오랜만에 만나면 수다가 대단합니다.

포항에서 먹는 회는 그저 그랬고 수다 떠느냐 한참이 지납니다.

그리고는 커피숍으로 옮겨 수다를 이어 가는데.

이 때 일이 벌어집니다.

한 차례 콩.

뭐여, 지진인가?

설마.

그리고는 수다를 이어가는데.

쿠쿠쿠쾅.

드드드드드드.

누가 집 전체를 잡고 흔들어 대는 것처럼 요란하게 흔들렸어요.

지진이다.

그렇다면.

얼른 탁자 밑으로 숨기.

그랬는데, 탁자 위에 있던 커피 잔이 넘어지면서 내 머리 위로 쏟아졌습니다.

우시.

잠시 후 진동이 끝나 얼른 밖으로 나오는데 벌써 실내는 엉망입니다.

화분은 넘어져 깨졌고 액자는 떨어져 박살이 나 있고.

우리가 있던 곳이 이층이라 흔들림이 더 심했나 보더라구요.

밖으로 나오니 종업원들은 모두 밖으로 튀어 나와 있습디다.

그런데 이 친구들, 손님이었던 우리들이 어떤지 빈말이라도 물어 봐야 될 것 같은데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네가지하곤.

 

밖은 주변 건물의 실내에 있던 사람들이 몽땅 튀어 나와 지진 체험을 곱씹고 있었어요.

별난 체험을 합니다.

우리가 있던 커피숍 건물은 외벽에 금이 좍~~~

오매.

 

그나저나 이 동네가 원전 밀집 지역인데, 어쩐다죠?

이래도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할라나요?

핸드폰에서는 재난 경보가 막 올라 옵니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오네요.

여진 경보가 더 있다고 얼른 나오라고.

그렇찮아도 갈라고 했다오.

 

언제 다시 만날 지 기약없이 다시 헤어집니다.

한 친구는 흔들리는 포항에 남고.

선배는 부산, 그리고 둘은 대구로.

 

대구 터미널에 도착하여 시간을 확인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충주가는 4시 50분 버스는 가 버렸고 다음 버스는 7시.

한참을 기다리게 생겼습니다.

뉴스에서는 지진 속보가 계속 됩니다.

내가 거기 있었단 말씨.

 

오랜만에 친구 만났고 흔히 할 수 없는 지진 체험도 해 보고.

오늘은 이래저래 참 뜻깊은 날이었네요.

그나저나 지진, 참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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