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019 여행

[호치민] 어영이와 부영이와 함께 한 하루

정안군 2019. 10. 30. 16:43

 

 

 

 

 

 

 

 

 

 

 

대학 동기 중에 어영부영이라는 호를 가진 분이 계셨다.

이 분은 어찌나 이빨이 센지 어지간한 화제는 그의 입을 통하면 태풍급 재미진 이야기가 되었다.

이빨로 하면 전성기의 뽀빠이 이상룡이나 백남봉 같은 우주 최강급은 아니더라도 반 급 낮은 지구 최강급은 충분했다.

그때는 모든 걸 ‘믿습니다’하는 정도이었는데 세월이 가고 내 세상 지식이 늘으니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가 되더라.

오늘은 하루 종일 어영부영 하며 지내니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 갈고?

 

한국과 베트남은 시차가 2 시간이 난다.

그러니 아무리 늦게까지 잔들 한계가 있다.

실컷 잠을 잤다 하였지만 현지 이곳 시간으로는 5시 30분.

 

한국은 이미 7시가 넘은 시간이니 뉴스공장을 듣다가 야구 월드 시리즈 중계로 넘어간다.

한국 시간으로는 9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시작하지만 이곳은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된다.

호텔 조식을 먹으며 야구를 보는데 워싱턴이 1 회 초에 한 점 뽑은 뒤 바로 말 공격에서 휴스턴이 두 점을 내며 역전하는 걸 보고 오늘 시리즈가 끝나는 걸로 500원을 걸었는데.

와.

스트라스버그.

역시 야구는 투수 노름이라 하지만 대단한 친구였다.

결국 워싱턴이 오늘 이기면서 경기는 동률이 되었고 내일 결판을 내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가게 되어 MLB 이 친구들은 얼마나 신날까.

제일 좋지 않은 경기장 좌석도 우리 돈으로 150만 원이나 한다더만.

 

9회에 워싱턴이 추가점을 내는 걸 보고 더 볼 이유가 없어져 안에서 어영부영했으니 밖에 나가 여영 부영 하기로.

EXK 카드로 베트남 돈을 인출하려 했으나 뭔가 잘 안 되어 다리 품을 좀 팔았다.

카드로 돈 빼기는 실패.

그냥 있는 태국 돈을 바꿔 쓰기로 했는데.

 

아내는 중앙 우체국에 가서 엽서를 몇 장 부치고 싶다 한다.

할 일이 생겼으니 어영부영은 잠시 접어 둔다.

중앙 우체국은 명승지답게 오늘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북적인다.

아내가 아날로그식으로 엽서를 사서 몇 자 써서 부치니 할 일이 없어진다.

하긴 나는 본래 할 일이 없었다.

날이 덥다.

시원한 나라에서 지내다 와서 그런지 여기 날씨가 원래 그런 건지는 한참 살아 봐야 하는데 내일 가니 그냥 여기 날씨가 더운 걸로 한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호텔 바로 옆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 분짜를 먹어 보기로.

분짜는 맛있는 베트남 음식으로 소문이 난 것인데 먹어 본 적이 없다.

숯불 돼지고기구이를 쌀국수를 함께 먹는 것이라 하는데 그 궁합이 어떻게 어울릴까 궁금하기도 했다.

돼지고기 구이는 국물과 함께 나왔다.

이 국물에 쌀국수를 넣고 함께 나온 채소와 같이 먹으니 의외로 괜찮다.

 

식사 뒤에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꼭대기의 피자집으로.

나는 분짜로 점심을 해결했지만 아내는 먹지 않아서리.

가는 도중 꼬꼬닭(CO CO DAK)과 힌두교 성전이 눈에 들어왔다.

꼬꼬닭은 한국인이 힌두교는 인도인이 관련 있을 텐데 깊은 사정은 관심이 없는 걸로.

백화점에서 살 물건은 어차피 없다.

그냥 피자집으로 직행.

아내가 시킨 피자가 나왔는데 먹어 보니 이건 옛날 시루떡을 찔 때 옆에 붙인 밀가루 떡 같은 맛이었다.

아내는 그래도 맛이 있다고 베스트라 하고 나는 워스트라 부른 피자.

피자는 극을 달렸지만 가방과 같은 소지품을 내려놓으라고 내주는 나무로 엮은 상자가 굳 아이디어.

더 갈 데도 없고 가기도 싫고 해서 오후는 그냥 숙소에서 어영부영.

저녁도 점심 먹은 식당에서 해결하는 걸로.

당면 같은 가는 국수에 게살을 넣은 볶음으로 했는데 맛은 그냥 그랬다.

게살이 들어가서인지 값은 17만 동.

베트남에서는 무시 무시한 가격이라서 맛이 훌륭해야 했는데 그만 김이 새 버렸다.

 

오늘 어영부영하던 중에 자한당 대표 황 아무개가 영입할 후보에 박찬*라는 사람이 있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그 주옥같은 이름, 몇 주 사이에 많이 듣기도 한다.

몇 주 전 우리 교회 주보에 같은 이름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우리 교회가 속한 지방의 장로회에서 이 양반을 모셔 와 간증 집회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그 주일의 오후 예배는 지방에 속한 각 교회가 연합하여 드린다고.

전 육군 대장이라는 벼슬과 이름이 생소하지 않아 검색을 해 보니 군에서 부부 갑질로 유명해진 바로 그 사람이었다.

하도 기가 막혀 누가 장로회장이며 어떻게 이런 주옥같은 분을 강사로 모시게 되었는지 우리 교회 장로들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이 나왔다.

그 사람은 교회 장로이고 훌륭한 분인데 정치적으로 모함을 받은 사람이라고.

고래?

더 검색을 해 보니 이 대장 장로님 요즘 한참 강연인지 간증인지 열심히(?) 다니던데 말하는 요지는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은 현 정권의 희생자이고 불라불라.

나머지는 극우 세력이 떠드는 소리와 같아서 생략.

한 마디로 태극기 모독 세력과 동일한 dog sound 내는 분들이다.

부끄러움을 모르시는 분들.

장로들 참.

이승 10000, 김영3, 이맹바기 여기에 박찬* 추가요.

 

어쨌든 이렇게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더니 자한당 대표 군 면제 황 아무개 전도사에게 눈에 들었나 보다.

그래서 영입 후보 일 순위가 되었는데.

그런데 어쩌나 자기 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듯.

 

아무래도 이 전 육군 대장 박찬* 장로는 그냥 잠깐 뉴스 소재가 되는 걸로 만족하셔야 할 듯하다.

더 털리면 군대 영창에 갇힐 때 맛보았다는 지옥의 맛을 또 볼지 모르니.

 

자한당은 대표나 졸다구나 어찌하는 짓이 그 모양일까?

그 당이야 그렇다 해도 내가 다니는 교회를 포함해서리 우리나라 개신교는 어째 이 모양 일고?

빤스로 불리는 자칭 목사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사실 교회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

이래서는 교회의 미래가 있을까 싶다만.

도대체 어찌해야 좋을고.

 

그저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다.

오호통재라, 오호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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