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12월 15일 수요일

정안군 2021. 12. 16. 11:49

3주 만에 서울 나들이가 되겠습니다.

보름 이상 나와 같이 살자고 죽기 살기로 안 떨어지던 감기는 이제 고만고만하네요.

참 징합니다.

저도 살아 보겠다고 그러겠지요?

비가 살살 뿌리는 길을 달려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을 합니다.

점심을 먹고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갑니다.

호가 무슨 불만이 있었던지 우를 물었다더군요.

나를 본 호는 성격대로 싱글벙글한데 우는 물려서 그런지 좀 우울해 보입니다.

호는 듣거나 말거나 좀 혼내고 우는 달래며 센터로.

들어가자마자 늘 하던 대로 윗옷은 벗고 양말도 벗고 서가에 가서 책을 한 권 가지고 오는군요.

책은 늘 하던대로 '이제 아프지 않아요'

멍멍이 둥이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 어디가 그렇게 끌리는지.

바로 둘 다 교육에 들어가고 나는 산책에 나서 근처에 있는 홍제천으로.

 

화살나무.

홑잎 나무라고도 하는.

이제 겨울이 깊어 나뭇가지만 앙상하네요.

염화칼슘 녹은 물이 튈까 봐 방호벽을 만들어 놓은 듯하네요.

이제 눈이 많이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12월 중순입니다.

 

고이 스고이.

홍제천에는 정말 팔뚝만 한 잉어 떼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어요.

너네들 좋은 때 생겨나서 호강들 한다.

옛날 칠팔십 년대라면 어림도 없을 텐데.

고이는 일본어로 잉어.

스고이는 대단하다는 말입니다.

고이 스고이.

 

이렇게 어수선한 곳인데 걸을만한 공간이 없으니 이런 곳도 사람들이 언제나 넘쳐납니다.

그래도 좋다고 하지요.

백 년도 못 살면서 천년을 살 걱정을 하는 사람들.

 

1시간 반 후 아이들 교육이 끝나서 우 이 치료를 위해 치과로.

아이들 전문 병원이네요.

이 치과 병원 대표는 설대 치대 출신, 나머지 의사 선생님들은 치대전문대학원 출신이군요.

로스쿨도 그렇고 의학전문대학원도 그렇고 뭔가 원래 취지랑은 맞지 않은 감이 듭니다.

다양한 경험자들이 갈 수 있도록 한 것은 맞는데 일단은 둘 다 너무 비싸요.

대학 학비에 대학원이 더해지면 어지간한 가정은 감당이 안 되겠죠.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면서 그들처럼 언제 우리나라도 대학 입학할 때 학비 걱정 안 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

교육 문제는 수도권 인구 집중의 시작점이죠.

이걸 누가 풀 수 있을까나.

 

치료와 관계없이 동생 따라 치과에 온 호는 괜히 신이 났습니다.

 

치과 치료가 끝난 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다른 곳에 가자고 안 하고 일단 집에는 들어왔는데 그 사이 엄마가 다시 없어져서 우가 골이 많이 났습니다.

호는 그러든지 말든지 혼자 신나서 놀고요.

우는 골이 나서 그런지 아크로바틱 한 동작이 많이 나오는군요.

웬 물구나무서기?

그렇게 우가 한참을 잠투정 비슷하게 하다가 잠이 들고 얼마 있어 혼자 놀던 호도 잠에 빠집니다.

그러면 우리는 잠시 휴식.

인터넷으로 남들 여행기를 통해 대리 여행에 나서지요.

코로나 시국에 동유럽 여행에 나선 사람이 있더군요.

완전 부럽당.

 

그럭저럭 애들 아빠도 돌아오고 엄마도 돌아오고 아이들도 깨고 그 사이 저녁도 먹고 목욕도 시키니 대략 7시 30분.

이제 충주로 돌아 올 시간입니다.

북부간선도로에서 내부순환로로 갈라지는 곳에서 잠시 정체가 되었고 대체적으로 밀리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천쯤 오니 안개가 심상찮습니다.

거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가.

안개가 자욱한 밤에 뭐 이렇게 시작하던 노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살다 살다 이렇게 심한 안개는 처음이었어요.

중부내륙고속도로도 마찬가지.

내비 아니면 고속도로 갈림길이나 출구 찾기도 쉽지 않을 정도였어요.

살살 비상등 깜박이며 충주로 충주로.

충주 시내도 안개가 짙었지만 우린 더 진한 안갯속을 뚫고 온지라 설설 기는 차들에게 뭘 이 정도로 그래 해주는 여유가.

그 안개는 다음날인 오늘 점심 대가 되어서 좀 풀렸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아들이 요즘 코로나가 너무 심하니 조심하라고 하던데 조심할 건 정작 안개였네요.

아들 씨.

하늘을 봐야 별을 따고 임을 봐야 뽕을 따고 사람을 만나야 코로나에 걸리지 나처럼 혼자 놀고먹고 하는 사람이 뭔 코로나?

자네나 조심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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