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1월 5일 수요일

정안군 2022. 1. 6. 12:50

새해가 된 지 5일이 되었는데 벌써 서울행이 두 번째입니다.

벌써 지난 주일 새벽 호출을 받고 꼭두새벽에 서울로 갔다가 아이들 케어의 미션을 클리어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것에 대해 생각이 많습니다만 여기서 풀어놓기는 쫌.

 

미국 어디선가 한인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담임목사가 부목사 부부에게 새벽기도회를 반드시 참석하라는 엄명을 내렸다죠?

엄명을 받은 부목사 부부에게는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그 새벽에 어디다 맡길 곳도 없으니 아이를 그냥 집에 두고 교회에 갔고.

그런데 그만 새벽에 아이가 잠에서 깨었고 부모가 없는 것을 알고 울어대어 이웃집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답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와 보니 부모는 없고, 아이만 혼자 울고 있는 황당한 장면이 눈앞에 벌어졌지요.

어쨌든 아이를 홀로 집에 두고 새벽기도회에 갔던 그 부목사 부부는 아동학대죄로 기소가 되었다 합니다.

이게 미국이죠.

한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남 나라 이야기이지만 무엇이 중한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조금 덜 붐빈 길을 달려 평소보다 10분 정도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대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센타로 와서 공부를 하게 한 다음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홍제천으로.

 

도중에 만난 목련 나무.

날은 무척 추운데 목련은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네요.

세상 이치가 그렇습니다.

뭐든지 준비가 중요하지요.

자연은 이런 이치를 모두 아는데 사람 중에는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그냥 어찌하면 되는 줄 아는 삼류 멍청이가.

 

날이 조금 찬데 잉어가 떠난 물에 오리가 수영 중.

어휴 발 시려.

보기만 해도 그런데 오리는 발이 시리지 않은가요?

 

홍제천은 늘 그랬던 것처럼 운동하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거의 노인네들.

베이비 붐 막내가 60대로 접어 들었고 그런 이유로 전체 인구에서 60대 이상의 비중이 꽤 높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노인층에 극우로 흐르는 사람들이 많죠.

며칠 전 NHK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과 인터뷰를 하던데 그 언론인이 말을 하더군요.

어느 나라나 요즘 정치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는데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SNS라고요.

잘 들어보니 맞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카톡 그룹이라든지 유튜브가 사람들을 극단으로 모는 경우가 상당히 많잖아요.

그 중 특히 노인층이 현 정권을 빨갱이 정권이라 하고 중국과 친해져 나라를 김정은에게 통째로 넘기려 한다는 정말 황당무계한 소리가 여러 SNS를 통해 퍼졌고 이걸 맹종하는 사람들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뭐시기 하는 당이 그렇게 엉망으로 치달아도 지지율이 유지가 되지요.

지금 어느 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은 이래저래 자격에 미달인 듯하고 소속 당은 완전 콩가루 집안인데 그래도 나오는 지지율은 상당합니다.

참 불가사의한 일.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누가 그 사람을 지지하는가를 보면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지요.

특정 지역, 무직, 노인네들 이것이 그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입니다.

이러니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렇게들 살지요.

누구는 좋겠다 지지자들이 확실해서.

 

나는 산책을 마치고 아이들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옵니다.

날이 추워 집으로 들어가자 했더니 관성의 법칙인지 어림없다는 태도네요.

할 수 없이 유모차에 태우고 아이스크림집으로.

아이들은 세상이 궁금한 모양입니다.

 

우리 둥이들은 나이 미달이라서 투표를 하지 못합니다.

그저 어른들이 정해준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지요.

히틀러가 다스리는 세상을 어른들이 만들면 어린아이들도 그런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어른들이 좋은 세상을 선택해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기들이 좋다고 이상한 세상을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이 고통을 받는 세상이 됩니다.

 

둥이들 행동을 보니 많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엄마가 일을 보러 나가니 호는 그런가 보다 하는데 우는 울면서 떼를 많이 부립니다.

그런데 떼가 심하니 호가 우에게 가서 말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너무 심하게 하니 꼬집기도 하네요.

마치 큰 언니가 어린 동생에게 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심지어 자기가 하는 일을 못하게 하거나 싫은 일이 있으니 나를 꼬집기도 하더군요.

자기주장이 점점 더 세진다는 표시겠지요.

이래저래 아이들은 커가고 나는 늙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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