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1월 19일 수요일

정안군 2022. 1. 20. 11:44

집에서 나올 때는 평소와 다른 게 없었습니다.
인간극장이 끝나는 걸 보고 비슷한 시간에 출발을 했으니.
날이 좀 많이 차기는 했지만 해도 잘 보이고 전혀 문제가 없는 날이었죠.
그런데 여주쯤 오니 아내가 10시부터 서울 광주 이천 쪽에 대설 경보가 내려진다네요.
하늘이 저렇게 멀쩡한데.
이천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하여 얼마를 달리니 가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가 아들에게 전화가 옵니다.
서울은 함박눈이 내리니 조심해서 오시라.
뭐 그럽시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는 눈 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으니 오지 마시라고.
복된 소식에 눈이 확 밝아집니다. ㅎ
어디서 돌아가야 하나.
나는 그걸 궁리하는데 아내는 아들에게 며느리의 의견을 물어보라 하네요.
역시 여자는 남자와 다릅니다.
얼마 뒤 며느리의 연락이 있습니다.
오셔야 된다고.
그 이유는 우리 둥이에게도 다 계획이 있다.
오늘은 할배와 할매가 오는 날인 것을 알고 있어서 그 도착 시간이 되어 가면 어린이집을 떠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가지 않으면 어린이집에서 둥이들을 감당을 못한다.
그래요?
그럼 가는 걸로.
구리 IC를 벗어나니 눈은 제법 내리고 길은 꽉 막혀 있었지만 길은 염화칼슘 덕인지 눈이 쌓여 있지는 않고 젖어 있기만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뿌려진 염화칼슘은 다 어디로 간대요?

길이 이 정도면 늦어져서 그렇지 문제는 없겠네 하고 상황대로 천천히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거북이 행진을 하던 차량들 앞으로 구급차도 달리고 레커차도 달리고 뭔가 사고가 있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죠.
과연 정릉터널을 지난 홍지문터널 안에서 사고가 있었어요.
무려 팔 중 충돌.
어떤 승용차는 보닛 위로 트럭 화물칸이 올라앉아 있기도 했어요.
다친 사람들은 있겠지만 다행히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고 현장을 벗어나니 그제야 차들이 제 속도로 달립니다.
아들 집에 도착하니 딱 세 시간 걸렸네요.
하지만 눈 속에 잘 왔으니 고맙죠.

 

 

점심을 먹고 어린이집에서 둥이들을 데리고 나오는데 인도는 보통 미끄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둥이들은 눈이 신기하고 재미있어해 조그만 눈사람을 만들어 주려 하니 습기가 적은 건설이라서 잘 뭉쳐지지 않아 그만두었습니다.
센터에 가니 주차 공간이 센터 옆 학원 문 앞 밖에는 없더이다.

 

 

차 안에 연락처를 남기고 아내와 둥이는 센터로 나는 홍제천으로 산책을 갑니다.
인도는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럽지만 아주 못 걸어 다닐 정도는 아니었어요.
홍제천 내려가는 길은 꽤 미끄러워 위험해 보였는데 구청 청소 담당하는 분들이 눈을 날려 주었어요.
고마운 우리나라.
눈이 조금씩 내리고 산책로는 젖어 있어 걷기에 좋지 않았는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사실 예쁩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눈은 우리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었죠.

 

간단한 설중 산책을 마치고 센터 앞으로 오니 우리 차 앞에서 한 남자가 전화를 걸고 있었어요.
보기에 차량 안에 놓인 전화번호를 보고 차를 치워 달라는 연락을 하는 중이더군요.
물어보니 그렇답니다.
그런데 말이 깁니다.
전에도 여기에 주차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또 했다고.
문을 피하려 최대한 노력을 했는데.

학원 차량도 주차를 해야 하니 이해가 되긴 합니다만 말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뭔가 욱하고 솟아올랐지만 얼른 참습니다.
우리는 센터에 일주일에 딱 한 번 오고 다른 공감이 있으면 거기다 주차하겠지만 공간이 없어서 그랬으니 이해를 해라 하는 정도도 그치는 걸로.
그 남자는 뭔가 계속 구시렁.
뭐 그렇죠.
주차 공간이 넓으면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원인은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탓이죠.
서울아, 니 얘기여.

 

며칠 전 산책길에서 본 것입니다.
길가 집이었는데 철망 케이지 안에 큰 개 세 마리가 함께 들어가 있었는데 옆으로 지나던 나를 보고는 열심히 짖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죠.
그런 좁은 공간에 함께 갇혀 있으면 개들이라고 멀쩡할까?
이미 서열은 정해진 듯해서 나를 보고 짖을 때도 한 개는 다른 개 눈치 보느냐 꼬리를 감추고 있었고 다른 두 마리도 정상처럼 보이지가 않았어요.
저 주인은 왜 개를 저렇게 키울까?
그런 개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뜩 떠오르는 장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상태가 저럴 수도 있겠구나.
젠더 갈등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들 앞에 펼쳐진 세상 속에서 받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서로 극단적으로 나간 건 아닐지.
그걸 이용해 단순히 표로만 생각하는 집단은 버리고 젊은이들이 맘껏 그들의 삶을 즐길 수 있게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 이 나라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은 푸른 집주인에게만 요구되는 건 아니고 여의도 큰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젊은이들에게 넓은 기회를 주기 위해 공무원 숫자를 늘리려면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하며 발목을 거는 집단들.

뒷감당은 나중에 하는 것입니다, 니덜이 아니고.
그들은 정말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일까요?
후손들 부담이 늘어난다면 우리 둥이들이 나중에 세금을 더 내면 됩니다.
어려워 세금도 못 내며 사는 사람보다 열심히 노력하여 돈을 잘 벌어 세금을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내는 사람이 되라고 우리 둥이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될 거지?


아무튼 차는 뒷골목 다른 장소로 이동시킨 다음 거기서 대기 상태로.


그러다 둥이들을 태우고 집에 돌아오는데 오늘 같은 날도 계획대로 해자고 할까 궁금했습니다.
여지없네요.

 

 

할 수 없이 유모차에 태우고 나섰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아이스크림 가게는 무리네요.
근처 피자집에 가서 피자로 대신.
잘 먹고 돌아왔는데 우가 뭔가 허전한 듯 고집을 부리네요.
뭔가 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듯.
집 안에 들어오니 삐져서 방으로 들어갑니다.
다시 나가 간단한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잘라주니 우의 허전한 반쪽 마음도 해결이 됩니다.
정치가 별 건가요?
이렇게 가려운 곳을 긁어 주면 되는 것이죠.
그걸 잘할 사람 누구?

둥이들은 피곤했는지 둘 다 잠들고 얼마 있어 둥이 엄마도 돌아와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는 걸로.
5시 조금 못 되어 나왔는데 사정은 너무 다릅니다.
그냥 내달리네요.
눈도 그쳤고 막힘이 없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오는데 마침 나오는 패티김의 노래.
패티김이라.
이 누나 참 좋아했는데.
무엇보다 길옥윤 위로 음악회에서 부른 이별이라는 노래는 참 감동이었어요.
길옥윤.
일본 이름 요시야 준.
요시야 준이라는 일본 한자 이름이 길옥윤입니다.
길옥윤과 패티김의 만남 그리고 이별.
헤어진 뒤 일본에서 암 투병 중이던 길옥윤을 한국으로 불러 음악회를 열어 줍니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때로는 보고파지겠지
둥근달을 쳐다보면은
그날 밤 그 언약을 생각하면서
지난날을 후회할 거야
산을 넘고 멀리멀리 헤어졌건만
바다 건너 두 마음은 떨어졌지만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일 년 뒤 길옥윤은 세상을 떠납니다.
길옥윤.
패티김과 혜은이를 스타로 만들어 주었는 등 화려한 이면에는 파란만장한 인생 이력이 있었어요.
그가 세상을 떠 날 때 머릿속에 맴돌던 노래가 있었다면 일 년 전 자기에게 불러 주었던 패티김의 노래가 아니었을까요?

체인징 파트너를 불렀던 패티 페이지를 좋아해 자신 이름을 패티로 했던 패티김도 한 시대를 물들인 대 스타였습니다.

이별을 차 오디오로 들으며 돌아오는 길은 길옥윤과 패티김이 함께 한 길이었습니다.

 

뱀발) 너튜브에 패티김 길옥윤으로 검색하면 이별을 부르던 장면이 나오는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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