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1 살이

벽초 선생의 임꺽정

정안군 2021. 12. 29. 13:40

요즘 벽초 홍명희 선생이 쓰신 임꺽정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책도 두툼하고 빽빽하게 쓰여 있어 한 권 읽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전체가 9권이나 되어 꽤 오랜 기간 동안 읽고 있네요.
이제 막 8권까지 끝냈고 마지막 9권을 남기고 있는데 계속 읽을까 말까 갈등 중입니다.
8권에서 모사 서림이 잡히면서 서서히 종말로 가고 있어서 9권에서는 나름 개성 넘치던 임꺽정 부하들이 죽어가는 장면이 이어질 것 같아 계속 읽기가 좀 꺼려지는 것이지요.
원래 좀 마음이 여립니다 제가요.
벽초 임꺽정은 전에 읽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 전에 고우영 님의 만화 임꺽정을 본 지라 그걸로 소설도 읽었으려나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결론은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만화와 소설은 내용 전개가 전혀 다르네요.
만화에서는 서림으로 시작했고 서림이 여자를 꽤 밝히는 껄떡이 역할을 맡으면서 비중이 꽤 컸는데, 소설에서는 모사의 역할이 나오긴 하지만 껄떡대지도 않고 잡히기 전까지 그렇게 많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이래저래 서림이도 참 딱한 사람이었어요.
벽초 선생도 구수하게 풀어간 솜씨가 일품이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누구에게 장원을 주겠는가 하면 나는 고우영 님을 선택하겠습니다.

임꺽정 소설의 배경은 조선 명종 때이지요.
태정태세 이렇게 따져 보면 명종은 선조 바로 전 왕입니다.
근근이 정실 왕자인 대군이 왕을 이어가다가 선조 때 첩의 소생인 왕자가 왕이 되면서 왕실 권위에 손상이 가게 되지요.
그때 조선은 나라 꼬락서니가 망해야 딱인 형편이었는데 마침 얼마 뒤 임진왜란까지 이어지니 그즈음에 망하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는 것이 훨씬 나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 봐야 그 나물에 그 밥이었겠지만.

임꺽정은 혁명가의 기질은 소설에서도 만화에서도 보이질 않는 것을 보니 자기가 세상을 새로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은 없었나 봅니다.
하긴 세상을 이끌 지도자가 되기에 그의 신분이 너무 낮았죠.
백정이라는 신분 장벽을 넘기에는 시대가 일러도 너무 일렀어요.

하긴 지금도 옛날 대과 정도에 해당하는 고시 정도는 되어야 나라를 통째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이 있나 봅니다.
그런 사람들은 조선 시대가 딱인데 시대를 잘 못 태어난 셈이네요.
그런데 어쩌죠.
흐름이 자기를 쪽으로 가질 않은 것 같은데.
그쪽 앞잡이로 세운 사람이 너무 품질이 떨어진 것이 우리나라나 국민들에게는 참 다행이라 생각이 드네요.

요즘 어떤 부부가 하는 모습을 보니 모처럼 이런 사자성어가 생각납니다.
부창부수.

어째거나 벽초 임꺽정은 시간이 여유롭신 분은 한 번 읽어 보실 만합니다.
적극 추천은 만화 고우영 임꺽정.
소설이나 만화나 둘 다 기억될만한 명작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것은 만화.
그런데 아쉽게도 도서관에는 없네요.

그나저나 임꺽정 9권은 읽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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