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운남 2013 여행

소수 민족 가도를 따라서 간다. 제 13 편 - 멍라(孟力>腊 MENGLA), 모한(磨憨 MOHAN) 1

정안군 2013. 7. 11. 11:46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요즘은 받기도 힘들다는 90일 비자를 받아와서는 20여일 만에 중국을 떠나자니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나이 먹은 탓인지 아님 집 떠나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객지 생활에 에너지가 다 빠져서인지, 운남의 남쪽 땅 경홍에서 난창이나 임창 같은 다른 지역에 갔다가 다시 이곳 경홍으로 돌아 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여행자가 싫어하는 것이 여정이 겹치는 것 아니던가.

 

괜히 치앙라이 입출국으로 해가지고는..

 

흑~~~

 

그러나 워쩌랴.

 

게다가 집사람이 팔을 다쳐 아무래도 여기 저기 움직이기가 힘들 것 같아서 이제 그만 치앙라이로 되돌아 가기로 한다.

 

또, 기름에 떡칠한 중국 음식에 질리기도 하고. 

 

경홍에서 태국 치앙라이까지 한 번에 갈 수가 없으니 일단 루앙남타로 가야 한다.

 

그러니까 치앙라이를 떠나 루앙남타로 와서는 다음 반시계 방향으로 큰 원을 그리듯 이동을 시작한 처음 도시 루앙남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루앙남타에서 우돔사이, 우돔사이에서 농키아우, 농키아우에서 무앙쿠아, 무앙쿠아에서 베트남 디엔 비엔, 디엔 비엔에서 사파로.

사파에서 중국 멍자로, 멍자에서 금평, 금평에서 노맹, 노맹에서 원양, 원양에서 녹춘, 강성을 거쳐 보이 그리고 장기간 체류한 경홍.

 

그리고 오늘 경홍에서 루앙남타로.

 

지도에서 보면 공간빵처럼 납작한 원형으로 돌았다.

 

그런데, 원래 시작한 도시 루앙남타로 돌아가는 게 그게 마냥 쉽지기 않더라는 거.

 

그 드라마가 시작된다.



일단 이렇게 이틀 전에 경홍 남터미널에서 표를 사두었다.

 

다음 날 표는 메이요라고 해서 그 다음 날 표로.

 

표를 살 때 이렇게 시간을 고쳐 주었는데, 아마도 경홍터미널에서 10시 40분에 출발하고 그 버스가 남터미널에 11시에 도착을 하여서 11시로 고쳐 준 것 같았다.

 

버스 요금은 70원이었다.

 

그런데 남 터미널에 조금 일찍 도착을 해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웬 아저씨가 남타 가느냐고 묻더라고.

뭐라 하는지 알 수 없어하니, 이 친구 표를 파는 아가씨에게 나를 데리고 간다.

이 아가씨 영어로 뭐라 하는데 도대체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를 하는 것인지 중국어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더라고.

 

짐작은 우리를 여행사 버스에 태우고 갈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싫다고 했는데.

 

시간이 되었는데도 버스가 안 와서 X-Ray 투시기 앞에 앉아 있던 아가씨에게 이유를 물으니 다시 그 표를 파는 아가씨에게 데리고 갔는데.

'밍티엔 메이요우'란다.

 

그러면서 내일 표로 바꾸든지 아님 돈으로 바꿔준다고 한다.

 

아~~~, 그래서 좀 전에 한 남자가 와서 남타 가는 사람을 찾은 모양이다.

오늘 버스가 취소된 것을 알고 돈을 더 받고 태우려고.

그런데 그런 걸 알았나?

 

현황판을 보면 버스 시간과 남은 표가 나와 있는데, 우리가 탈 버스는 우리 말고 다른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그러니까 모두 3명이 표를 산 것인데 바로 우리 말고 다른 한 사람인 한 중국인 아저씨도 무척 당황을 하더라고.

 

어떡하지.

 

이 아저씨는 내일 표로 바꾸어 간다고 하고.

 

그럼 우리는?

 

호텔에서 짐 싸가지고 나왔는데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어짜피 그쪽 방향이니 멍라까지 가기로 한다.

 

그래서 멍라 가는 표를 달라고 하니.

 

'아임 소리', 그러면서 '메이요우"

 

정말 미치겠더라고.

다시 메이요의 공포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요즘은 워낙 아무리 시골이라도 컴퓨터화되어 있어서 한 동안 메이요를 잊고 살았구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시간표 상에는 분명히 멍라가 나와 있는데 없다고 하니.

 

그러면 다른 곳에서 살 수 있냐고 하니 그렇다네.

 

경홍 터미널은 돼냐고 하니 된다고 한다.

 

그래 그럼 경홍 터미널로 가자고.

 

지나가는 택시 기사에게 경홍 터미널로 가자고 하니,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멍라 갈라고 그런다 하니.

 

경홍 터미널이 아니고 판납(版納 BANNA) 터미널로 가야 된다면서 10원을 달란다.

 

알려 준 건 고마운데, 택시비는 좀 비싸다, 이 친구야.

 

6원만 달라는 다른 택시를 타고 판납 터미널에 가니 정말로 멍라 가는 차가 많이 있었다.

 

중요한 요점 정리

 

멍라를 가려면 판납(BANNA) 터미널로 가시라.



자,  이렇게 판납 터미널에서 37원을 주고 멍라가는 표를 구입하고는,

타고 갈 차를 보니.



다시 문명의 세계를 벗어나는 듯한 기분이 확 들더군.

다행히 담배를 피는 인간은 없었다.

하지만 이 더운데 에어컨이 없어서 사실은 안 켜서 이 날 땀 깨나 흘렸다.



그래도 버스가 출발을 하니 좀 시원하긴 한데, 더 다행히 비가 와주기까지 했다.

비가 와서 모두들 창문을 모두 닫으니 그 때서야 에어컨을 틀더군.

에어컨이 없는 줄 알았는데, 기름값 아끼느냐고 그러는지 참.

아무튼 참, 중국 아저씨들 여러가지 한다.

 

아무튼 이렇게 비는 오는데, 이렇게 와이퍼가 꼬였는데도 그냥 가더라고.

하여튼 대단한 중국이다.

경홍부터 모한까지는 고속도로는 아니고, 소마공로(小磨公路)라 하는데, 2차선으로 옛날 우리나라 영동고속도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토바이도 다니고 길에서 사람이 내리고 타고 하는 것을 보면 그냥 고급화된 도로의 모습.

아무튼 도로 상태는 참 좋았다.

그런데 가끔씩 공로 옆에 있는 동네에 손님을 싣고 내리고 하느냐 들려서 가느냐고 시간은 많이 걸리더라고.

 

아무튼 이렇게 멍라에 도착을 하는데.



막상 도착을 한 곳은 막 신장 개업한 터미널이었다.

 

아는 정보로는 시내 한 복판에 터미널이 있고, 모한이나 루앙남타가는 버스는 남터미널이라는 곳에서 간다고 되어 있는데, 그거야말로 옛날 정보였다.

 

이렇게 깨끗하게 터미널이 지어져 있더군.

 

아무튼 터미널 근처 와이파이도 터지는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는 인터넷을 즐기는 집사람을 식당에 두고는 나 혼자서 버스 시간을 천천히 알아 보는데.




 

비엔티엔이나 루앙 프라방 그리고 우돔사이 가는 차편 시간도 잘 나와 있다.

 

또, 이렇게 루앙남타 중국에서는 남탑(南塔 NANTA) 가는 것이 하루에 두 대나 있으니, 여기서 느긋하게 하루를 지내고 내일 9시 버스로 가면 될 듯 싶었다.

그래서 내일 표를 미리 사두려고 매표소 아줌마에게 9시 표를 달라 하니 9시 표가 없단다.

 

뭐라고라?

없다고.

없단다.

그럼 내일 14시 차를 타야하나.

14시는?

 

그건 내일 와서 사란다.

오늘 그 시간 버스가 안 왔기 때문에 내일 가봐야 안다고.

그러니까 14시 버스는 경홍 터미널에서 10시 40분에 출발하는 놈인 모양인데, 오늘이야 안 온 것은 잘 알지만 내일도 그렇다면 이거야 원.

 

그러고보니 어제 표가 매진되었다는 것도 사실은 버스가 빼먹은 것 아닌가 싶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아무튼 처음에는 깨끗해 보이는 멍라에서 하루 묵고 가려고 마음을 먹고는 터미널 근처에 경란(景兰 JINGLAN)대주점이라는 멋진 호텔이 있어서 가보니 카운터 아가씨 요금은 348원이라면서, 웃기지 말라는 표정이더라고.

당신같이 걸어서 다니는 사람이 들어 오는 호텔이 아니라는 듯.

아긴게 아니라 정문 근처 주차장에는 벤츠가 몇 대 주차되어 있었다.

이거 왜이래.

하려다가 그래 알았어.

여기서 그냥 꼬리를 내린다.

참, 약해졌구나, 정안군.

우리 돈 칠만원에 깨갱하다니...

흑~~~~

 

그런데 그곳말고는 터미널 근처에 만만해 보이든 만만해 보이지 않든 호텔이라는 놈은 전혀 없었다.

 

에이, 그렇다면 시내로 들어가야 된다는 건데.

 

다시 식당으로 돌아와서 구글에서 지도를 보고는 식당 주인에게 물으니 그렇다고.

아마도 신 터미널은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고, 그 사이를 시내버스가 다니는 것 같았다.

 

그렇담, 내일 차가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마냥 여기서 기다리기 보다는 그냥 오늘 모한까지 가자고 결정한다.

모한이야 여기서 40여 km 정도 밖에 안 되니.

 

모한에서 여차하면 걸어서 국경을 넘으면 되니까, 버스가 빼먹던지 안 빼먹던지 별 문제가 될 것 없겠고.

해서 오늘 모한까지 내달리기로 한다.



모한가는 버스는 멍라올 때 탔던 버스보다 더 작고 더 꾸졌다.

어째 갈수록 더 하냐?



요금은 17원, 두 사람이 34원이었다.

도로는 그냥 잘 포장된 것이라서 별다른 애로 사항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태족 마을들이 간간히 보였다.



중간 상용(尙勇)이라는 마을에 잠깐 멈추는데, 이 동네는 태족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동네인 듯 보였다.


 

변두리쪽으로 태족 전통 주택인 고상식 건물들이 보이지만, 시내 중심가는 그냥 허름한 중국 소도시의 모습이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냥 전통 건물은 허물고 콘크리트나 벽돌 건물을 지면 잘 하는 짓으로 알고 있으니.

하긴 우리도 마찬가지이니 남 말하기는 좀 그렇다.



그리고 도착한 모한 터미널.

여기는 중국이지만 작은 동네라서 터미널 건물은 없고, 건물 한 모퉁이를 사무실로 쓰고 있더라고. 



일단 모한에서부터 차례대로 동네를 지나며 멍라까지, 그리고 모한에서 제법 큰 도시를 거치며 묵강명까지 가는 버스가 한 대씩 있었고.

그리고 원강에서 서고 중간 도시를 거쳐 곤명까지 가는 침대 버스가 세 대.



동네는 작지만 이렇게 시간표는 국제적으로도 놀더라고.

 

하지만 국제적인 시간표는 이렇게 나와 있어도, 여기서 다시 정확하게 확인을 해 봐야 된다.

에를 들어 남타가는 것은 3대로 나오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지는 않은 듯 하다.

매표소에 확인을 하니, 내일 8시 40분에 한 대 있고 15시에 또 한 대가 있단다.

 

아마도 징홍에서 10시 40분에 출발한 놈이 여기 15시가 되는 듯하고, 멍라에서 9시에 출발한 놈이 여기 10시인 듯한데 12시는 뭔가?

 

정말 매표소 직원 말대로 하루에 두 대만 있는 것인지, 아님 일람표에 있는 것처럼 세 대가 있는 것인지.

 

언어가 짧으니 이 때는 잘 알 수 없었는데, 시간표에 나온 수수께끼는 다음 날 확실히 알게 된다.

 

어쨌든 내일 버스가 확실히 있다고 하니 걱정은 한 시름 덜었고, 숙소를 잡아 보는데.



터미널 바로 앞에 숙소는 널렸다.

값도 컴퓨터가 있으면 60원, 없으면 50원 정도로 퍽 싼 편이다.




이렇게 도시는 아주 깨끗했다.

그런데, 뭐라 할까 사람에 비해 도시 건물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나 할까?

돌아 다니는 사림의 수는 정말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한산해도 너무 한산한 분위기인데, 베트남에서 건너와서 처음 만난 하구(河口 HEKOU)와는 많이 비교가 되었다.

 

뒷골목도 이렇게 깨끗한 중국 도시가 있을까?





터미널에서 걸어서 500m 정도 가면 중국측 출입국 사무소가 나온다.

여기도 이미 시간이 지나서인지 조용한 절집 같았다.

 

어쨌든 여기서부터 중국 도로가 시작된다.

말하자면 소마공로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것이 끝이면서 시작인 것이라는 거.


 

길거리에 가끔씩 묘족 아줌마들이 다니기는 하지만, 길거리에서 소수 민족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호~~

 

맹인 안마소가 있었다.

나중에 찾아 가보니, 정말 시각 장애인 청년 두 명이 있더라고.

이들에게 발 안마를 받았는데, 너무 이들이 안 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중국에서 태어났으니 안마사라도 하기 망정이니, 라오스에게 태어 났더라면 어쩔 뻔했어?

 

아니다.

 

만족도는 라오스가 높다고 하니 이들도 라오스에서 태어났더라도 그냥 만족하고 살았을까?




저녁은 이렇게 길가 반찬 여러 개 중 몇 가지를 골라서 먹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먹는데, 그래도 기름기가 적은 것을 고르니 먹기는 괜찮았다.

 

값도 한 사람당 7원으로 퍽이나 싸고.

이 동네 가만히 보니 물가가 꽤 싸다.

사람들도 순수해서 바가지 씌우거나 그런 것도 없고.

 

아무튼 그냥 하루 정도는 지내고 갈 만한 동네인 듯 싶다.

 

이렇게 국경의 밤이 지나간다.

그냥 스치고 지났을 동네에서 예기치도 못하게 하루 자게 되었다.

 

사실,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