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치앙라이] 전망 좋은 곳 운원주루(Yunnan Restaurant)

정안군 2015. 6. 23. 23:03



 

 

 

 

 

음식은 남 나라에서 원활히 정착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척도일 수 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에는 한국인이 제법 거주하는 어디를 가도 한국 음식점이나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만 한국인의 수가 적은 곳이면 이야기를 달라지죠.

치앙라이는 아직 한국인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만 한국 식당도 제법 되고 한국과 같은 쌀 문화권이라는 동질성도 있어 비슷한 식재료를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허나 미시적으로 보면 사정은 많이 다르죠.

한국 사람에게 빠져서는 안 되는 김치를 예를 들어 볼까요?

배추?

있습니다.

고추와 마늘?

물론 있습니다.

젓갈?

우리나라와 같진 않지만 여기도 수 많은 액젓이 있지요.

 

이렇게 크게 보면 김치를 만들어 먹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맛이라는 게 참 미묘하죠.

조금만 내가 먹던 것과 다르면 아주 이상한 게 되어 버립니다.

아무리 열심히 이곳 재료로 김치를 담가도 제대로 된 맛을 내기 힘든 이 어려움.

사실 이 작은 차이가 현지에서 적응하느냐 못 하느냐를 결정짓는 키로도 작동하지요.

 

이렇듯 음식은 나라 별 특징을 짓는 큰 요소입니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우리나라 밖에 사는 다양한 인종 가운데 우리와 비슷한 식생활을 하는 민족은 누구일까?

 

어느 민족이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랑 비슷하다고 하니 좀 기분이 나쁘신가요?

그래도 맛을 떠나서 분위기만을 보면 가장 닮지 않았나요.

우리는 기본 식탁이 밥, 국, 찌게 그리고 반찬으로 구성됩니다.

내가 알기로는 이런 식으로 구성되는 곳은 미얀마와 일본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모르죠.

세상은 넓고 인종도 많으니.

 

일본의 기본 식탁도 우리와 아주 비슷합니다.

밥 그것도 우리와 같은 질감은 끈기 철철 넘치는 쟈포니카 종이고요.

우리나라 된장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소시루는 늘 붙어 다니고 김치처럼 기본이 되는 것은 우메보시가 있네요.

그리고 찌게 종류인 나베 요리까지.

물론 맛은 우리나라 음식과 많이 다르지요.

먹기 괜찮은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달고 밍밍한 맛이라고 할까요?

 

나는 일본 음식은 전체적으로 그다지 좋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꽁치나 고등어 구이를 반찬으로 주는 정식은 좋아합니다만.

아, 회나 초밥 같은 것은 별미일 수 있겠군요.

 

외국에 나가서 우리 음식점이 없을 때 우리 식욕을 만족시켜주는 요리는 무엇일까요?

일본 음식?

그것보다는 중국 음식이 더 낫지 않나요?

 

외국 패키지 여행에 나서면 가이드들은 어지간하면 한국 음식점에 데려다 주는데, 정 없거나 값이 안 맞으면 그 다음 고려 대상이 중국 음식점이더군요.

대개 외국에서 중국 음식은 싸고 맛있는 음식입니다.

일본 음식은 대개 고급이고 비싸죠.

 

한국 음식은?

아직은 정체성이 확실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고급 음식점으로 자리한 곳도 있긴 하지요.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중국 음식은 어지간 하면 대개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어 주니 선택으로도 괜찮죠.

사실 태국에서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태국 음식은 대개 중국 화교들의 손에서 나온 중국계 음식입니다.

특히 방콕은 중국 광동 조주 출신 화교들이 많아 음식이 괜찮은 곳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쿠알라룸푸르보다는 좀 처지는 감이 있긴 하더군요.

 

이 동네 치앙라이도 중국계가 많이 삽니다.

허나 음식 잘 하는 동네 출신들이 아니어서인지 맛있는 음식점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 와서는 두씻 호텔에 딸린 중국 음식점말고는 간 곳이 없습니다.

그곳은 깔끔하긴 한데 가격이 대단히 비싸더군요.

 

그런데 이 동네 곳곳에 운남 출신 중국인들이 세운 곳인지 운남 식당들이 제법 많이 생겼습니다.

지나가다 보면 중국 패키지 손님 위주인 것 같아 영 내키질 않아 아무 곳도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운남이라니.

운남은 사실 소수 민족 비율이 높고 한족들도 소득이 높지 않아 음식 문화가 뛰어 난 곳은 아니었죠.

게다가 바다가 머니 음식 재료도 아무래도 제한이 있고요.

사실 그 동네 가서 먹어 봐도 대단하지 않았어요.

 

도이 매쌀롱 운남면교관에 가서 그 대단하지도 않은 음식에 감격(?)하는 내 모습에 치앙라이에 이 정도 이상하는 음식점이 과연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서 가 본 곳이 운남 운원주점.

르 메르디앙 호텔 부근 매꼭 강변에 있습니다.

매일 중국 패키지 손님들 때문에 대형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곳이지요.

일단 전망은 좋습니다.

강가니까요.

리라와리 그리고 루람 다음이 운원주점입니다.

입구를 중국풍으로 꾸며 놓아서 찾기는 무지 쉬워요.

 

패키지 손님은 안쪽으로 배치해 보통 손님과는 섞이지 않도록 했더군요.

태국식 중국 음식의 전설 뿌팟뽕커리를 시켜 봅니다.

있다더군요.

거기다 팍붕파이뎅.

팍붕파이뎅은 공심채 볶음입니다.

물론 공심채 볶음은 중국 요리 가운데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물론 중국 북부는 없습디다.

남쪽 지방이야그.

 

먹어 보니 뿌팟뽕커리.

게가 맛이 아닙니다.

냉동 게를 쓴 것이여 그렇다고 해도 살이 너무 없이 그냥 게 맛만 나는.

40점.

맛은 그냥 흉내는 낸 정도.

 

팍붕파이뎅.

이건 완전히 땡.

태워서 탄 맛에 비싸기까지.

 

전체적으로 시킨 음식는 낙제점.

 

하긴 내가 매일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에서 요리를 잘 했으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여기까지 온 요리사가 오죽하겠어요?

 

먹어 줄 만은 한데 맛있는 집은 아니었습니다.

모르죠.

다른 것은 괜찮을지.

허나 팍붕파이뎅 볶는 솜씨를 보면 아닌 듯 싶습니다.

중국 요리는 불 조절이 생명인데 태운 것을 보면.

 

아무튼 우리 입맛에 익숙한 중국 요리는 나옵니다.

아마도 MSG?

 

대단한 맛을 기대하지 않고 태국 음식에 적응이 안 되는 손님이 있다면 함께 가면 좋은 곳입니다.

전망은 좋거든요.

하긴 전망 좋고 음식 맛도 좋은 곳은 흔하지 않습디다.

세상이라는 게 그래서 공평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