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2

[치앙라이] 꽃이라는 이름으로

정안군 2016. 12. 28. 19:07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입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혹 향이 너무 진해 싫어할 사람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매년 겨울이면 이 치앙라이에서 꽃을 주제로 한 행사가 열립니다.

아시안 플라워 패스티발이라고 연말 연시를 화려하게 장식하게 되는데 그 주인공이 꽃이죠.

 

올 해도 23일부터 매꼭 강변 행사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내 달 8일까지인데, 꽃 특성 상 늦게 가면 시들기 때문에 일찍 가는 게 좋겠죠.

 

나도 벌써 세 번째로 이 축제에 구경을 갔다 왔습니다.

삼 년째라는 이야기지요.

 

이번은 자의 반 타의 반도 아니고 타의였네요.

그저 운전 기사의 역사적 임무을 띠고 말이죠.

 

올 해는 태국 국왕 서거를 애도하는 의미로 무채색의 장식물이 중앙 무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꽃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먼 장식물이 좀 보기가 그랬네요.

 

실제 세 번째 가서 보니 확실히 감동이 적습니다.

물론 꽃이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흥미가 적어졌다는 말이죠.

그래서 작년과 달라진 것만 찾아 보았네요.

증명 사진으로 몇 장 담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갔지만 그걸로 찍기도 귀찮아 그냥 핸드폰으로.

 

그 전에 손님으로 모셔온 왕비마마와 친구분들은 꽃 구경에 나섰지요.

사진 몇 장 찍은 후 나는 그냥 벤치에 앉아서 아이패드에 받아 놓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습니다.

뉴스공장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는 나라는 요지경 속이고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이 되는 사건이 꼬리를 무는 상황이지만 이곳은 꽃 향기가 진하고 하늘은 파래 확실히 남 나라 이야기입니다.

 

사실 꽃 축제에 가서 꽃 사진을 찍지 않은 이유는 그 동안 축제에 가서 찍어 놓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려 했는데 사실 그럴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어떤 꽃이 전시가 되었는지 궁금하시면 작년과 재작년에 올려 놓은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꽃은 전과 다른 듯하나 다르지 않더이다.

 

특별 보너스 하나 추가합니다.

 

한 가지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피어 있는 꽃나무입니다.

이게 신기한 게 흰 꽃은 아침에 활짝 피고, 붉은 꽃은 저녁에 활짝 핀다네요.

이름을 알고 싶어 꽃나무 주인에게 물어 보았더니 모른답니다.

 

다른 가지에 다른 색의 꽃이 피는 것이야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한 가지에 다른 색의 꽃이 피는 건 참 신기하더이다.

그렇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