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부여 이야기

추억의 음식

정안군 2021. 1. 22. 12:41

누구에게 추억의 맛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건 어릴 적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이나 누나가 해 주던 음식이 준 맛이 아닐까 싶은데.

나에게도 당연히 그런 음식이 있다.

 

언젠가 부여 외곽에 있는 절에서 쩜장을 만들어 판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다.

쩜장은 어릴 때 외가에 가면 먹을 수 있었던 외할머니 표 음식이었다.

먹어 본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그게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에도 없었고 그냥 이름만 생각이 나는 것이었는데.

그런데 정말 깜작 놀랐다.

조금 찍어 맛을 보니 그 옛날 그 맛을 생생하게 혀가 기억을 하고 있었다.

아, 바로 이 맛이었어.

 

내 고향 부여는 충남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금강 하구 언저리의 동네와 같은 정서를 지니고 있다.

서산, 예산, 당진 이런 충남 북부 지역은 본래 왕래도 없었고 완전 다른 동네로 여겨졌다.

금강 하구 언저리하면 지금 행정 구역으로 보면 충남 부여, 서천, 논산 그리고 전북 익산과 군산 정도일 것이다.

여기는 말소리도 비슷하고 먹는 음식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젓갈의 명소인 강경과 가까와 젓갈이 많이 밥상에 올라 오는 곳이다.

내가 지긋지긋하게 여겼던 꼴뚜기젓이 우리 집의 점심 도시락 주요 손님이었다고 말했더니 다른 동네 출신들은 다들 기이 여기더라고.

그리고 특별한 음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홍어 무침이다.

이는 나의 대표적인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신혼 초에 집에 가면 엄마가 비싼 국산 홍어 대신 칠레산 홍어를 사서 무침을 해서 싸 주시곤 한 음식이다.

아내는 그냥 그렇고 나 혼자만 좋아하는 것이라서 냉장고에 두고 두고 먹었는데 그러다 다 떨어지면 얼마나 서운했던지.

홍어하면 암모니아 냄새가 풀풀나는 아랫녁 스타일을 생각하는데 우리 동네 홍어는 그런 홍어가 아니다.

발효가 되지 않은 홍어를 도라지나 말린 무와 섞어 새콤달콤하게 무치는 홍어 무침.

우리 동네에서는 이것이 없는 잔치는 잔치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전북 지방 혼인 잔치에는 어지간하면 가곤 했었다.

그 동넨 어김없이 풍성한 홍어 무침이 준비가 되어 이었으니.

그런데 어느샌가 부페식으로 변하면서 그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사실 나는 홍어를 좋아하지만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홍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홍어 삼합이니 뭐니 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만 먹으라고 하고 나는 오로지 우리 동네 홍어 무침이 좋다.

엄마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맛을 잃어 벼렸고 체력도 따라 오질 못해 엄마표 홍어 무침은 먹어 본지도 무척 오래 되었다.

그나마 엄마도 이제는 이 세상 사람도 아니니 그저 남은 건 추억 뿐이다.

 

갑자기 홍어 무침이 먹고 싶어 아내에게 만들어 보라고 했다.

좀 난감한 아내는 우선 충청도 홍어 무침을 구해 줄테니 그것부터 먹어 보라고.

해서 인천 어딘가에서 충청도 홍어를 주문해서 택배로 받았고 정말 오랜만에 먹어 보았다.

어떨까, 아내는 몹시 궁금한 모양이다.

맞기는 맞았다.

온 건 충청도 스타일이고 만드는 모양도 비슷하다.

그러나 영 뭔가 2% 부족하다.

100% 엄마표 홍어 무침은 아니었다.

그려, 똑같을 수는 없겠지.

그래도 오랜만에 홍어 무침을 먹어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퍽 좋았다.

추억은 아름답고 엄마 표 음식은 더 아름답다.

그런데 우리 아들들은 엄마 표 음식으로 무엇을 기억할꼬?

닭발?

 

오늘 아침 뉴스 공장에서 소개한 이적의 노래로 그런 추억을 마무리 한다.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잊지는 않았잖아요
간절히 기다리잖아요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