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태국여행기/미얀마 2004 여행

까꾸를 거쳐 인레로

정안군 2005. 6. 21. 10:00


 

아침에 일어나 시장 구경 좀 하고 들어오니 호텔 스텝이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고 먹으란다.   호텔앞 국수집에서 국수를 먹고 온 탓에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성의를 봐서 먹어주기로 한다.   식당에 가보니 서양 팀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곳 식당에는 미얀마인 할머니가 상주하고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팀들에게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자기는 영어를 하고 싶어서 돈도 안받고 이곳에 와서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고 있단다.   음메 기죽어.   이 호텔은 시설은 좀 못하지만 서양인들이 많이 오는 것이 아무래도 론리 플래닛에 올라 있는 것같다.   따웅지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동선에는 빠져 있어서 우리나라 관광객이 이곳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   식사 내용은 아메리칸 스타일 ??  식빵 몇 쪽에 쨈과 쥬스 그리고 달걀 후라이와 바나나.   간소한 아침이다.

 

식사 후 방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우리를 찾으러 사람이 왔단다.   드디어 왔구만.   나가보니 두꺼운 금테 안경을 쓴 나이 든 사람과 젊은 남자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든 분이 종이에다 자기 이름을 한글로 써주는데 야망 먹사님이란다.   먹사님을 목사님으로 고쳐 주면서 자기를 부를 때에는 목사님이 아니고 목사라고 해야 된다라고 하고 싶었지만 뭐 이 양반이 한글을 또 쓸 일이 있겠나 싶어 그냥 두었다.   7년전에 우리나라 노동자로 구로공단에 와서 근무한 적이 있단다.   가슴이 뜨끔한다.  혹시 우리나라에 와서 상처는 받지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한국에서 어떠했는지 물어보니 추웠지만 재미있었단다.    또 한국에서 번 돈으로 신학공부를 계속할 수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되었단다.

 

오늘은 택시를 렌트해서 까꾸와 인근 교회를 방문하고 인레로 내려가서 인레 호수 안에 있는 G.I.C에 가는 것으로 하쟌다.   그렇게 하지요.   호텔 체크아웃(하루 20달러, 일인당 10 달러)을 하고 짐을 싸고 나가보니 왜건형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제대로 된 택시를 타는 듯하다.   그러나 사람이 운전사까지 5명이라서 좁게 갈 수 밖에 없었다.   따웅지를 벗어나니 길을 넓지만 중간의 콘크리트 포장길은 폭이 1차선이 간신히 된다.   낮은 구릉지대를 야망 목사님의 완벽한 영어 설명을 들으며 가는데 갑자기 영어 모드로 들어가니 머리에서 쥐가 날라고 한다.

 

원래 미얀마가 영국 식민지를 겪은 탓에 영국식 정통 영어를 구사하는 데다 이 목사님은 영어로 논문까지 쓸 정도로 영어를 잘 한단다.   죽었구만.   ^^;;

 

중간은 한적한 시골이다.   중간에 동네 시장도 형성되어 있어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 돌아올 때로 미룬다.(올 때 보니 벌써 파장이었다 TT)

 

거의 까꾸에 도착할 무렵 큰비가 쏟아진다.   까꾸는 장관이었다.   작은 크기의 탑들이 뺵빽하게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니 인간의 신앙심이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입장료가 있는데 이 미얀마 목사님이 이곳의 책임자를 잘 알아 안내도 된단다.   돈 벌었다 ^^

 

비 그치기를 기다리니 바로 그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본다.   처음은 놀람 그 자체였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서 아쉬움으로 변한다.   중간 중간은 이곳 미얀마 유력자들이 돈을 내 새로 만든 것이 있어서 옛 것과 조화가 안되고 더더구나 중간에는 싱가포르 화교들이 돈을 기부해서 만들었다는 불당이 까꾸의 옛스러운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 놓았다.

 


<까꾸의 탑, 탑, 탑 또 탑들>

 

한 바퀴 돌고 나오니 낯익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한국 사람들.   그것도 용감한 우리나라 낭자군단 3인방.   회사에 다녀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어 미얀마 국내를 비행기로 이동하고 오늘 오후 양곤으로 돌아간 다음 내일 바로 귀국해야 한단다.   역시 시간은 돈이다.   언제쯤 우리나라 회사원들도 유럽사람들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행을 즐기게 될까 ?  

 

돌아오다가 중간에 있는 교회를 방문한다.   우리에 대하여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현지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목사님 동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워진지 100년이 넘었다는 교회에 들어가보니 참 감개무량하다.   목조 건물인데 장식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 장식이 문제랴.

 

옆에 있는 사택에 가서 점심 대접을 받는다.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찰밥, 그리고 찰옥수수 등등 많은 것을 준비해 놓았는데 선교사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잘 먹던 것을 준비했단다.   너무 너무 맛있어서 너무 너무 많이 먹었다.   그리고 옥수수를 잘 먹는다고 한 보따리 싸주기 까지 한다.   옥수수의 맛은 정말 환상적이다.(그러나 너무 많이 싸주어서 상해 버려야만 했다 TT)

 

이곳 목사님의 딸이 양곤의 선교사집에서 만났던 쭈쭈란다.   쭈쭈를 봤다고 하니 사모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너무 보고 싶단다.   거리가 너무 멀고 차비가 비싸 잘 오지 못한다고.

 


<교회 앞에서, 왼쪽부터 목사님 동생, 목사님, 나, 집사람, 사모님, 야망 목사님>

 

사모님에게 얼마를 드리라고 집사람에게 부탁하고 따웅지를 거쳐 인레로 향한다.   한참을 내려와 인레로 가서 배를 타고 인레 호수를 내달린다.

 

처음에는 뭐 그저그런가 했더니 안으로 들어가면서 물도 맑아지고 점점 넓어지는 것이 정말 좋다.   역시 명불허전인가....

 

한참을 달린 끝에 오늘의 숙소 G.I.C에 도착한다.   

 

뱃삯을 주라고 했는데 잘못 들어 너무 많이 주어버렸다.   찜찜하지만 얼마 안되는 돈이니 그러니라 한다.   우리가 묻고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님이 얼마를 내주라고 하니 좀 찜찜하다.   또 영어 전달 과정에서 아무래도 뭔가 허점이 있는 것 같고.   인레 호수 선착장까지 택시로 왔을 때에도 하루 택시 렌트비가 27000짯이란다.   아침에 듣기는 5000 짯으로 들은 것 같은데.   좀 찜찜하긴 했지만 얼굴을 밝게 하고 주었다.(처음에는 좀 바가지 성인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다지 많이 준 것은 없었다 ^^;;)

 

고장기가 있었던 사진기가 여기에 도착해서 완전히 먹통으로 변한다.   왜 꼭 결정적인 곳에서 사진기가 말썽을 부리는가 ?   큰 놈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설악산 대청봉에 어렵게 오른 적이 있었다.   평생 남는 기념 사진을 찍어주려고 사진기를 가져 갔었는데 그 때도 사진기가 먹통이 되어서 증명 사진을 남길 수가 없었었는데....  TT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 할 일이 많지 았었다.   호텔 스텝에게 낚시대를 부탁해서 고기를 잡아보려니 입질은 많은데 잡히질 않는다.   아무래도 이 곳의 물고기도 초짜 낚시꾼은 잘 알아보는 것 같다.   이곳이 좋기는 한데 물 위의 유배지라서 갈 곳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래도 이곳은 할일이 무척 많은(?) 신혼 부부가 오면 꽤 좋겠다.

 

해 질 무렵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부드러운 바람이 살살 부는 곳.   겨울에는 너무 날씨가 좋아 이곳에서 살고 싶다던 선교사의 말이 괜한 것이 아님을 실감한다.  

 

야망 목사님이 여러가지로 도와주는 것은 고마운데 너무 자세하게 도움을 주려고 해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 사진기가 고장나서 이곳의 사진들은 야망목사님이 우편으로 보내준 것임.   초상권을 허락해준 집사람과 야망 목사님에게 감사함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