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태국여행기/미얀마 2004 여행

안녕 미얀마

정안군 2005. 6. 24. 10:08

새벽녁에 몸을 정비할 시간을 준다.   일단 허리도 펴고 세수도 하고 밥도 먹고(그 꼭두새벽에 밥맛이 있을까마는 먹는 사람도 있었다 O.O) 아마 바고인듯 하다.   양곤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6시에 도착한다.   무려 17시간 30분 걸렸다.   "경축" 버스 승차시간 신기록 달성.

 

너무 힘이 들고 피곤해 옆에서 얼쩡거리는 삐끼에게 인야호텔에 3000짯을 줄테니 가자고 하니 얼른 택시를 갔다댄다.   그러나 빈자리를 이용하려고 손님을 더 모으길래 내리려고 하니 2000짯에 해준다고 한 사람만 더 태우잔다.   그러더니 두사람을 태운다.   이런 이런... 1000짯 내주고 2000짯 받고 셈이 그렇게 되는가보다.   아무튼 양곤대학생이라는 청년과 아줌마를 같이 태우고는 내달린다.   먼저 박물관 근처에서 청년이 먼저 내리고 아줌마를 내려 주어야 하는데 위치를 잘 모르나 보다.   칸도지호수 근처에서 한참을 헤매길레 유창한 우리말로 "지금 뭐하는거야... 우리 피곤하다구.  빨리 호텔로 가" 그러니 아줌마와 택시 기사가 당황해서 뭐라 하더니 아줌마가 내린다.   아마도 내가 소리질러서 목적지에 오지도 않았는데 그 아줌마가 내린듯하다.   미안은 하지만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우리 생각도 해야지.   바짝 언 택시기사는 호텔로 데려다 준다.   호텔 현관앞에서 먼저 내리더니 우리 문도 열어주고.   아마도 돈을 제대로 못 받을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나보다.  ^^

 

그렇게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왔어도 8시도 안된 이른 시간이라서 방 청소도 제대로 안된 듯 하다.   좀 기다리라고 하더니 방에 데려다 준다.   오늘 아침은 포함이 되지 않았으니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알았다 임마.

 

좀 자고 선교사에게 전화를 하니 데리러 온단다.   인레에서 일찍 돌아온 탓에 일정이 4일이나 남았지만 양곤에서의 일정이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 미얀마에서 이틀을 줄이고 태국에서 그 시간을 더보내기로 한다.

 

그날은 주일이라서 라후족 교회에 가서 예배 드리고 오후는 선교사 가정 예배에 참석했다.   역시 장시간 버스 여행은 몸이 보통 축나는 것이 아니다.

 

다음 날은 양곤 시내 트레이더스 호텔안에 있는 미얀마 항공에 가서 출국 날짜를 당기고 사꾸라 센터 빌딩에 있는 타이 항공에 가서 방콕 - 치앙마이 왕복표를 샀다.(2명 248달러)   미리 한국에서 추가를 했었더라면 요금의 반을 줄일 수가 있었을텐데 무계획이 돈을 더들게 한다.

 

비가 오는 중에 그 옆에 있는 영화관에서 트로이를 본다.   원래 800짯인가 본데 삐끼에게 혼이 나가 1000짯을 주었다.   영화는 생생한 원어다.   많은 미얀마 젊은이들이 생생한 영어를 즐기면서 영화를 보고 있어서 놀란 것이 우선 '와 !!!   영어 실력 대단하다'이고,  입장료가 만만치 않을텐데 이 정도 돈을 취미 생활로 쓸 수 있는 이들의 부모들의 실력이었다.

 

트레이더스 호텔안에 있는 메밀국수가 맛있다는 '다테고토'라는 일본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들어가보니 요금이 일본 수준이다.   제일 싼 것이 메밀국수 7달러(0.0)   다시 나갈 수는 없어서 하나만 시켜서 둘이 먹는다.   ㅎㅎ  먹긴 먹었지만 맛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돈이 너무 너무 아까웠다.

 

보족 시장 구경을 가는데 북적이는 식당이 있어서 가보니 딤섬도 한단다.   딤섬은 아침에만 해서 남은 것이 별로 없다길래 남은 것 가져오라고 하니 이것 저것 갖다 준다.   먹어보니 괜히 일본 식당에서 맛도 없는 것으로 배를 채워가지고 더 못먹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꼭 이렇게 맛있는 집은 돌아갈 무렵 알게 된다..TT

 

공원 근처에 있는 샨 국수집에서 국수도 먹고 오키나와 레스토랑에서 과일 주스도 먹고(이런 때는 배의 용량이 더 컸으면 좋겠는데)  술레 퍼야 근처의 시장에서 두리안도 사고 망고도 산 다음 호텔로 돌아온다.  

 

원래 두리안은 호텔에 반입이 안되게 되어 있지만 집사람이 우겨서 가지고 왔는데 잠시 후 집사람은 호텔방에 두리안 냄새를 채운다.   ㅎㅎ  저는 두리안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TT

 

돌아가는 날.. 우리를 데리러 온 선교사와 함께 일단 집으로 간 다음 더 보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어본다.   그냥 쉬다가 간다고 하니 흰코끼리와 새로 만든 절 그리고 마약 박물관에 가보라고 한다.   흰코끼리는 정권 찬양 차원에서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흰코끼리가 나온다는 옛 말을 미얀마 군인아저씨들이 이용하느냐고 희생되고 있었다.   4마리가 쇠사슬로 묶여 있는데 입장료가 외국인 1달러란다.   볼 가치도 없고 볼 이유도 없는 곳이었다.   썩을 놈들.    코끼리가 무슨 죄라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새로진 절에 가본다.   이곳도 군인 아저씨들이 정권 유지 차원에서 새로 철도 가설까지 해가면서 만든 불상이 있는 곳이다.   그 크기가 엄청나다.   헛돈 참 많이 쓴다.   정권과 종교가 밀착해서는 좋은 일이 없는데.   이곳은 종교와 정권이 너무 밀착한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신라면을 먹는데 너무 맵다.   결국 이것이 배탈로 이어지고...

 

우중에 마약 박물관을 간다.   입장료는 3달러인데 돈에 비해 볼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 전시관같은 내용들도 채워져있었다.   다만 국공내전시 중극 운남성에서 철수한 장개석군이 미얀마에 쳐들어와 전투도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수확이라고나 할까.   이 때 추락한 전투기와 전쟁 영웅이 된 미얀마 공군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때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세력을 키운 군부의 네윈이 미얀마 실력자로 등장하게 된다.   이 장개석군과 미얀마 그리고 태국과 마약왕 쿤사 이 관계들에는 미국이 깊숙히 개입되어 있다.

 

라면 탓에 화장실이 급해서 가보니 잠겨있다.   이 급한 순간에... 여기 저기 달린 끝에 담당자에게 열쇠를 얻어 들어가보니 엉망이다.   관리가 안되는듯.   하긴 누가 여기를 오겠는가... 엘리베이터도 장식물인지 가동이 안되고.   아마 이 나라 정치군인들인 똥별이나 뜨면 운행하나 보다.   

 

 

돌아가자.

 

원래는 5시 경이었었는데 비행기 시간이 오늘 만 7시 30분이란다.   그 이유를 물으니 다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공항에 가보니 답이 나온다.   우리가 타고 태국으로 갈 비행기로 군실력자가 귀국하는 바람에 시간이 늦춰진 것.   역시 미얀마답다.   북적이는 군인들과 기자들. 아마 꽤 거물이었던 모양이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 중고 시내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향한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 비를 맞으며 비행기 꽁무리로 비행기에 오른다.   꽁무리로 들어가다니 역시 어메이징 미얀마 !!!

 

비행기가 미얀마 양곤 상공으로 떠오르며 고도를 높일 때 미얀마를 위해 기도한다.   이 나라에도 어둠이 거치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스럽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안녕 미얀마.   어둠속에 희미하게 빛나던 불빛들도 희미해지면서 현재의 미얀마처럼 짙은 어둠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