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0 살이 81

[충주] 계명산에서 만난 구릿대

한참을 찾아보고 찾아 봤다. 네 이름이 뭐니? 당귀는 아니고 개당귀도 아니고 뭘까? 일주일을 두고 보다가 날 잡아 찾다가 그 이름을 겨우 알았다. 백지라고도 하는 구릿대란다. 흔히 보이는 식물은 아닌 듯 이 구릿대도 샘터 가는 길에 조성된 꽃밭에 딱 한 그루만 보였다. 구린내가 나는 대나무 비슷한 식물이라서 구릿대라고 한다고 하는데 구릿내는 모르겠다. 뿌리와 줄기는 약재로 쓰는데, 특히 뿌리는 ‘백지(白芷)’라고 해서 머리 아픈 데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모르던 식물을 알고 그 이름을 찾아 내면 그 기쁨이 크다.

한국 2020 살이 2020.07.28

[충주] 계명산에서 만난 참나리

이름에 '참'이란 글자가 붙으면 괜히 고귀해 보인다. 그래서 '참'이슬도 등장했겠다. 나리는 종류도 참 많다. 그 중 참나리가 이름만으로도 갑이다. 그 귀한 참이 들어가 있으니. 나리 종류에 까막눈이었던 나도 이젠 참마리와 중나리는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알면 참 쉽다. 잎 사이에 팥알 같은 것이 붙어 있으면 참나리이다. 그리고 시기도 참나리가 좀 늦게 피는 듯 하다. 계명산 샘터 가는 길 중턱에 조그만 산야초 밭을 만든 분이 계신다. 그 분이 선택한 꽃 종류에 참나리도 있었다. 사실 참나리는 흔한 편이다. 동네 꽃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으니. 그러나 언뜻 보지 말고 한번 자세히 보시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갈 그 정도의 꽃이 아니니. 여기부터는 그냥 하는 소리. 요즘 산에 가면 날파리나 모기가..

한국 2020 살이 2020.07.27

[충주] 다양한 하늘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덩달아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중이다. 계명산 샘터에 오르며 본 하늘은 한창 우기 때의 치앙라이 하늘을 닮았다. 한쪽은 흐림, 다른 한쪽은 아주 흐림. 그 와중에 한용운님 시에 나오는 표현처럼 검은 구름 사이로 누구의 얼굴인지 푸른 하늘도 보인다. 그 푸른 하늘은 참 맑은 하늘이다. 요즘은 온도는 높지 않지만 습도는 아주 높아 그 습함이 온 몸을 감싸는 느낌이다. 이제 칠월도 저물어 가고 팔월도 지나면 뽀송뽀송한 가을이 오겠지? 코로나로 발이 묶여서 지내는 세월인데 빠르기는 총알 같다.

한국 2020 살이 2020.07.25

[충주] 월악파인 오토캠핑장

월악산은 충주와 제천에 자리잡은 명산이다.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두 물이 개천을 이루어 월악산을 사이로 한강에 흐르는데 하나는 동달천으로 송계계곡을 지나며 다른 하나는 광천으로 용하계곡을 지난다. 두 계곡 모두 절경으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데. 전에는 억수계곡으로 불렀단 용하계곡에 요즘 여기저기서 흔한 캠핑장이 있다. 그 가운데 오래된 소나무가 무리지어 있는 월악 파인오토캠핑장은 마치 신선이 사는 동네 같다. 운영자는 한때 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관계인데 요즘이 성수기라서 퍽 바쁘단다. 소시적에는 자주 했지만 뼈마디가 뻣뻣해지다 보니 지금 캠핑은 엄두도 못내는 쫄보로 전락한 처지라 캠핑장 선전은 좀 멋적지만 환경이 너무 좋아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이 3초 동안 들었다고. 코로나로 외국 여행은 물건너가 올..

한국 2020 살이 2020.07.19

[충주] 남산에서 만난 거시기

내 고향 말에 거시기라는 게 있다. 본래 거시기는 전라도 사투리로 알려져 있지만 내 고향이 전라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말이 전라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러다 보니 말이 전북 북부 쪽 말과 거의 같아 한 묶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도 뭔가가 잘 생각 안 나면 거시기로 퉁치곤 하셨다. 히긴 영화 '황산벌'에서 거시기가 나오니 거시기가 그냥 그 당시 백제 서울이던 충남 부여 지방 사투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만. 아무튼. 나이가 먹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즘 나도 이 거시기가 그립다. 하지만 충주에서는 이 거시기가 외계어와 동종이라 사용할 수 없으니 그저 아쉬움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이 거시기를 쓸 기회가 생겼다. 잎으로 보면 다래 같은데 꽃은..

한국 2020 살이 2020.07.16

[충주] 남산에서 만난 원추리꽃

원추리를 우리말로는 넘나물이라고 하여 봄철에는 어린 싹을, 여름철에는 꽃을 따서 김치를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데 그런 대로 맛이 있다. 원추리 뿌리는 멧돼지가 즐겨 파서 먹을 만큼 영양분이 많은데 자양강장제로도 쓰였고 녹말을 추출하여 쌀, 보리 같은 곡식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또 꽃의 술을 따 버리고 밥을 지을 때 넣으면 밥이 노랗게 물이 들고 독특한 향기가 나는 밥이 된다. 에서 퍼옮. 꽃이 피면 하루만에 지지만 계속 꽃대가 올라와 그게 제법 간단다. 참 흔하지만 나름 예쁘고 쓸모가 많은 꽃이다. 어지러운 말들을 많이도 쏟아내고 있다. 잘난척하며 떠드는 인간 군상들을 보며 너는 차마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냐고 묻고 싶다. 죽음 앞에서는 일단 입을 다물자. 그게 한 시대를 고..

한국 2020 살이 2020.07.15

[충주] 장마가 몰고 온 계곡 풍경

장맛비가 잠시 주춤한 틈을 노려 계명산 샘터까지 산책에 나섰다. 비 끝이라 그런지 숲은 상큼하고 성가시게 굴던 날파리의 앵앵거림이 좀 덜하다. 그 놈들 참. 다 어디 갔어? 짧은 삶 속에서 많은 걸 해야 하니 바쁜 건 이해가 간다만 사람 코와 귀 근처에서 그렇게 요란 떠는 이유는 뭐냐?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돌탑이 나온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쌓아 놓은 돌탑이 작은 것, 큰 것 해서 제법 많다. 살짝 마이산 탑사 분위기도 난다. 옛날 귀신 영화에 단골 장면으로 많이 나와서 그런지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와 야옹하던 그 장면이 생각난다. 탑사와 고양이라. 아무튼 그 근처부터는 경사가 심해지는데 거기서 일단 능선에 붙는다. 그런데 오른쪽 골짜기에서 전에는 들리지 않던 바위 구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뭔 소리지? ..

한국 2020 살이 2020.07.14

[충주] 남산에서 만난 하늘말나리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등장한 예쁜 꽃. 키도 크지 않고 꽃송이도 한 친구는 딱 한 송이, 다른 친구는 두 송이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세 송이를 달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이렇게 서로 짰냐? 참나리도 보았고 중나리도 보았는데 그 중 제일 예쁜 것이 하늘말나리네. 하늘말나리는 하늘나리와는 좀 다른데 똑같이 꽃이 하늘을 바라보며 피지만 '말'이라는 글자가 붙는 하늘말나리는 줄기 아래쪽에 여러 장의 잎이 돌려 나있다. 하늘말나리 꽃은 색도 강렬하고 작고 예뻤다. 꽃말도 순결,순진,변함 없는 귀여움이란다. 성벽 끝에 위치해 조심 조심 또 꽃이 다치지 않게 사진에 담았다. 몇 번 남산 대신에 계명산 약수를 갔다오곤 했는데 역시 남산이 좋다.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꽃도 만나고.

한국 2020 살이 2020.07.12

[충주] 계명산에서 만난 개암나무

개암나무보다는 깨금나무로 더 알려져 있고 그 열매 깨금은 옛날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야산 낮은 기슭에 흔해 힘들게 높이 오르지 않아도 되었으니 금상첨화였다. 밤이 아닌 것이 밤 맛도 나고 오도독 씹히는 맛이 있어 대단한 간식거리였지. 며칠전에 계명산을 오르는 길에 발견한 샘은 산책 거리로 딱이었다. 오르고 내리고 합해 두 시간 정도. 정말 딱이라는. 그래서 산책 코스를 남산에서 계명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물론 정상까지는 힘드니 그냥 딱인 샘까지로. 저번에 깨금을 보았다 하니 아내가 추억의 먹거리라고 따오지 그랬냐고. 아직 안 익었다고 해도 믿지 않는 분위기라 오늘은 맛보기로 두 개를 따왔다. 확실히 요즘은 먹을 게 흔하긴 흔하다. 앵두가 그냥 떨어지고 보리수가 그냥 떨어져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

한국 2020 살이 2020.07.06

[충주] 등계명산

등 계명산으로 읽어야 한다. 등계 명산도 아니고 등계명 산도 아니라는. '등'은 오를 등. 즉 계명산에 올랐다는 이야기. 계명산은 남산과 더불어 충주의 지킴산이다. 남산은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올랐는데 계명산은 서너 차례 올랐고 그것도 마지막으로 오른 적은 몇 십년 되었나 보다. 올라 보면 남산은 600m대라서 만만하고 실제로도 그런데 계명산은 남산보다 대략 150m나 더 높고 산도 악산이라서 쉽지 않다는. 그래서 남산은 산책 정도의 접근인데 계명산은 본격적인 등산 행각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러니 올라갈 때 마음 가짐이 달라진다. 남산은 물도 없이 올라도 크게 문제가 없는데 계명산은 반드시 물을 가지고 올라 가야 한다. 처음 계명산에 올라 갈 때가 언제던가? 벌써 30년전 쯤 되었으니 올라 갔던 산 입..

한국 2020 살이 2020.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