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013 여행

디엔 비엔 푸에서의 한가한 나날들.

정안군 2013. 5. 4. 15:09

넓지 않은 동네라서 자전거만 있으면 제격이겠건만 자전거가 없는 이 청춘은 오로지 걷기만 했다.

오늘은 제법 더웠는데 게다가 햇살까지 따가워서 나중 저녁 때 보니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런, 이제부터라도 피부 관리를 좀 해야겠다.

아침은 당연히 쌀국수이다.




베트남어로 PHO로 시작하는 것이 쌀국수인데, GA는 닭고기 BO는 쇠고기가 든 것이니 쇠고기 쌀국수는 PHO BO가 되시겠다.

이제까지 쇠고기와 닭고기 쌀국수를 먹어 보았는데, 내 입맛에는 쇠고기가 좀 더 낫더군.

딸이 영어를 좀 하는 곳에서는 가격이 30,000동, 남들이 내는 것을 보고 눈치껏 낸 곳은 25,000동이었다.

역시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는 눈치가 제일이란다.

 

이 동네 길은 터미널 앞 길인 트란저린닌(Tran Dang Ninh)과 5월 7일 도로(Duong 7.5) 그리고 실질적인 본정통(이런 말을 쓰면 안 되지만)인 무옹 탄(Muong Thanh)거리를 따라 건물이 이어져있다.

그러니까 새로 외곽도로로 만든 듯한 트란저린닌과 5월 7일 도로가 ㄱ자 형태로 뼈대를 이루고 그 사이에 무옹 탄 길이 5월 7일 도로와 나란히 이어진다고 보면 되는데, 시장은 무옹 탄 첫 머리에 무옹 탄 시장이 있고 무옹 탄 옛 다리 근처에 길거리 시장이 있어서 대충 사람 구경은 무엉 탄 거리를 따라 다니면 된다.

 

우선 제대로 건물이 있고 우리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무옹 탄 시장에 가본다.



힘 람 (HIM LAM) 플라자 앞 공터에서부터 시작되는 장터는 그 사이로 해서 안으로 이어지는데, 입구에는 유난히 소수민족 아줌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동네는 몽족과 타이족이 많이 산다고 했는데, 아마추어인 내 눈으로 서로를 구별할 수는 없었다.

한 아줌마에게 가서 몽족이냐며 “몽?”하니 아니란다.

그런 “콘 타이?”

그렇다네.

역시 타이족은 타이 말이 통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말아서 올린 아줌마들은 다 타이족인가?

그것도 확인이 어렵다.



몽족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거의 전통 복장을 입지 않고 있어서 옷으로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하여튼 머리를 말아 올리는 기술은 모두들 남달라서 신비에 가까울 정도인데, 그 가운데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아줌마들의 그 머리 위에 헬멧을 쓰면 모양이 아주 우습게 된다.

헬멧을 한 쓰면 단속 대상이니 쓰기는 하는 모양인데, 효과는 전혀 없어 보인다.

아줌마들이 가지고 온 것 가운데 제일 많은 것은 역시 죽순이다.

지금이 죽순이 막 올라오는 시절인 듯.

그리고 다양한 과일들도 보이고.

물고기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 가물치란 놈도 보였다.

이놈도 멀지 가지 말라는 엄마 말 안 듣고 멀리 나왔다가 재수 없이 잡혀서 여기 왔을게다.

베트남 전통 모자인 농의 쓴 아줌마와 긴 대나무를 이용해서 물건을 지고가는 아줌마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지만, 타이족 아줌마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부끄러워 하면서 찍지말라고 해 제대로 정면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러니 뭐 어떻하겠어.

대충 멀리서 찍어 분위기만 담아야지.




 







 

게, 민물새우, 메기 이런 놈들을 사서 요리를 해 먹어보고 싶어 숙소 사장에게 부엌을 써도 되냐고 구글 번역기를 통해 어렵게 대화를 해보는데, 처음에는 좋게 가다가 무엇에서 걸렸는지 결국은 허락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이 동네에서도 시장의 맛있게 생긴 놈들은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여기도 시장에 앉아서 장사를 하려면 자릿세를 내야 하는 듯 길거리 매점마다 영수증이 꼭 하나씩 놓여 있더라고.

이 아줌마들 힘들게 이곳에 와서 물건을 팔면 얼마나 남을까?

그리고 여기 자릿세를 내고 나면 얼마나 남겨서 집에 돌아갈까?

여러 가지 궁금한 것이 많으나 역시 말이 안 통하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와, 정말 이 동네는 토막 말이라도 영어를 하는 사람 구경하기 참 힘들다.

 

5월 7일 도로를 따라 걸어본다.

무옹 탄 길은 도로라기보다는 골목길에 가까울 정도인데, 그렇다고 아주 좁은 길은 아니다.

차가 2대 교행할 정도는 되지만 오토바이가 엄청나게 다녀서 길이 훨씬 좁아 보인다.

거기에 비해 5월 7일 도로는 길 폭이 훨씬 넓고 이 길을 따라서 웬만한 관공서는 다 모여 있다.



그 중 압권은 디엔비에푸 인민위원회 건물인데, 인민 속에 스며들어서 봉사한다는 공산당 이념과는 거리가 아주 멀게 입구는 경비가 삼엄하게 지키고 있고 철문이 거만하게 버티고 있어서 오늘날 공산당의 위치를 잘 알 수 있는 것 같다.

 

처음 여기 와서 밤에 벌어진 일이다.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숙소를 찾아서 기분 좋게 시내 구경을 하고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워낙 사장과 사장 부인까지도 친절하여 더 없이 놓은 숙소인데, 갑자기 사장이 우리 방문을 두드렸다.

시간을 보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숙박계 종이로 보이는 것을 가지고 뭐라 하는데 가만히 보니 숙박계를 쓰지 않았으니 이것 좀 써달라는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아래층 카운터로 나와서 써 주려고 하니 집사람도 나와야 된다나?

뭔, 소리여.

그러면서 아는 유일한 단어 “폴리스” 뭐라 하는데, 눈치를 보니 우리 두 사람이 파출소에 가서 신고를 해야 된다는 것 같았다.

중국에서도 한 번 그런 일이 있어서 “그래, 가자고”

그러면서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향해 밖으로 나가려니 그게 아니란다.

잠시 후 등장한 앞집 게스트하우스 사장을 따라 그 집으로 가서 자라는 거.

이게 뭔, 황당 시리즈여?

결국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할 수는 없었지만, 눈치로 짐작을 해보니 이 숙소 사장이 외국인인 우리를 받으면서 숙박계를 쓰지 않았고(일부러 그랬는지 실수인지는 알 수 없음) 그것 때문에 공안에게 걸려서 외국인을 재울 수 없게 되었다는 말 같았다.

그럼 오늘은 앞집에서 자고 내일 와도 되냐고 물으니 5월 달은 안 되고 6월이나 된다고 하는 것을 보니.

이미 지불한 200,000동을 사장에게 도로 받아서 한 밤중에 짐을 옮긴다.

이게 바로 베트남 공산주의가 지배하는 나라의 모습이란다.

인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던 공산당, 하지만 지금은 인민 위에서 군림하는 공산당.

동물농장 나폴레옹 같은 놈들이 바로 이 나라 공산당 놈들이다.

원 숙소 사장 부부가 너무 죄송하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옮긴 곳도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한 밤중에 갈 데도 없으니 그냥 묵기로 한다.

방은 먼젓번 숙소가 훨씬 나은데 그나마 가격도 같다.

너무 흥분하면 몸에 해로우니, 다시 걷던 일로 돌아가자.

 

도로를 따라 건는데, 나무 그늘도 있고 길도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라오스에 비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도로와 인도 구분도 좀 애매한 곳이 많고 인도 사이에 도로가 나오는 경우 턱이 너무 높아서 이곳저곳 보겠다고 눈을 딴 데로 두면 다리 다치기 쉬운 곳도 많이 있다.

역시 동남아에서 길을 걸을 때는 발아래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철칙이다.

학교가 나온다.





제법 큰 학교인데, 안이 궁금해서 들어가 보려고 하니 입구에 있던 수위가 못 들어가게 한다.

영어로 몇 마디하니,

그 흔한 “NO ENGLISH"도 못하고는 고개만 절래 절래 흔들더군.

마침 교사인 듯한 사람에게 영어로 내가 교사라서 학교에 관심이 있어서 보고 싶다고 하니 몇 마디 들어가도 된단다.

하지만 수업이 한창인 학교 안을 다니기가 좀 그래서 그 교사에게 안내를 받으려고 했더니 그 새 어디론가 없어져 버렸더라고.

아마도 영어가 두려웠나보다.

초등학교, 중학교 영어 단어를 몰라 어리둥절하던데.

학교 앞에 써있는 베트남어를 나중에 번역기로 돌리니 무슨 중고등학교가 아니었나 싶다.

대개 자전거로 오는지 자전거 거치장은 참 거대했다.

그 중에서 괜찮은 놈은 역시 전기 자전거.

나도 이 동네에서 전기 자전거를 타고 타니면 너무 좋겠더라고.

그게 가장 잘 어울릴 동네이다.

 

길거리를 따라 걷다보니 열쇠를 고친다는 아저씨가 있었다.



뒷모습을 보면 저절로 베트남이 생각날 그런 스타일로.

이 아줌마도 그렇고


 

이 동네 베트남은 아직 주 5일제가 아닌 모양이다.

토요일이 아직 오전 근무란다.

은행 앞에 써 붙인 글이다.



 

여행자들이 베트남에 대해 남긴 악평 때문에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여기서 막상 지내고 보니 너무나 순박한 사람들이다.

요금을 가지고 장난치거나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거의 없다고 한 것은 25,000동인 쌀국수를 영어로 ‘서티싸우전드’라며 5,000동을 더 받은 한 국수집 딸 때문이다.

그것도 영어 잘하는 덕인가?

가만있자.

5천동이면 얼마인가?

대충 250원 정도 되겠구만.

 

확실히 베트남 물가는 퍽 싸다.

거의 태국 빠이 수준인 듯싶다.

참고로 생맥주 BIA HOI 500cc는 10,000동이다.

우리 돈으로 500원.

신나서 한 잔 마셨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 뒤 배탈이 나서 많이 고생하는 중이다.

그것말고는 다 좋다.

딱 한 가지, 이 동네 공안놈들만 빼고.


무앙 탄 옛날 다리 근처 시장도 비슷한 물건에 비슷한 분위기이다.

여기는 건물이 없고 그저 노점상이라는 것만 다르고.





이 엄청난 연기의 정체는?



불난 것이 아니고 바로 고기 굽는 연기이다.

어휴, 침 넘어가네.


우리나라 돈 오백원짜리 파인애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