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013 여행

안개가 만들어내는 꿈의 마을 사파에 오다

정안군 2013. 5. 7. 08:19


오늘 참 먼 길을 왔다.

나중에 구글에서 거리를 검색해 보니 273 km에 3시간 50분 정도 소요 시간이 나오던데 이는 말 그대로 구글 지도 안에서 가능한 것이고.

하지만 날씨 변화 만큼이나 경치의 변화도 워낙 다양한 당최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5시 50분 쯤 디엔 비엔 푸 버스 정류장에 가니 이렇게 사파에 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버스는 사파(SAPA)가 최종 목적지가 아니고 라오카이(LAO CAI)가 최종 목적지인데 요금은 아마 사파나 라오카이나 같다 한다.

왜 같다고 확신을 못 하냐고?

정보는 그런데 물어서 확인은 불가능했으니까?

이 동네 그런 고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요금은 사파까지 235,000동이다.




어쩄든 일찍 온 덕에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대기하는데, 시간이 되니 정확하게 출발을 한다.

여기서 한국 청년 한 사람을 만나서 승객은 한국인 3명과 호주 2명 그리고 나머지는 현지인들이다.

바로 앞자리에 앉은 젊은 애기 엄마는 차가 출발하자 마자 속에 있는 것을 계속 확인하더니 거의 다 가서야 그 일을 끝내더라고.

보는 우리도 힘이 들었지만, 당사자가 오죽 하겠냐 싶어서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무옹 차(MOUNG CHA)까지는 소수민족들이 자기네 고유 의상을 입고 길거리를 배외하는 모습이 너무 흔하다.

전통 타이족 주택 양식을 지닌 동네가 길을 따라 이어져서 볼거리는 정말 많았다.

여기까지 길 상태도 좋은 편이고.


다음 이정표는 무옹 라이(MOUNG LAY)라는 곳인데, 민족 의상이 조금 변화를 보인다.

무옹 라이는 강을 따라 정말 길게 이어진 마을이었다.

특히 전통 양식으로 이루어진 집들의 모습은 참 예뻐서 내려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는 곳.

 



한참을 가다 잠시 휴식.

특별한 볼거리는 없고, 강가를 따라 자리잡은 집들의 모습이 정겨운 곳.



무옹 라이를 지나자 댐 공사 영향이라고 하는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비포장이라고 말하기는 뭔가 한참 부족한, 정말 길이라고 하기에 너무 부족한 구간도 가끔씩 나타나서 운전기사를 당혹하게 할 정도.

그러다가 이런 공사 현장이 있어서 한참을 대기한다.



주변은 이 동네 사람들이 농사 짓는 듯한 개간지가 있었다.

경사가 너무 급해서 일하기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우리나라 강원도 경사는 저리가라 할 정도.




파탄(PA TAN)이라는 곳 가까이 와서야 공사 구간은 끝나고 길이 좋아진다.

이름은 파탄이라서 기분 좋은 것은 아닌데, 길이 좋아지니 이름이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부터는 기분 좋게 달리는 길이다.

한참을 북동쪽 방향으로 달리다 남동쪽 방향으로 방향을 선회하는데,

이때부터는 정말 경치가 좋았다.

가끔 비가 오고 그리고 개고.

또 안개가 자욱했다가 걷히고.

신선이 사는 동네인가 싶기도 하고.






모내기가 시작한 곳이 있고, 또 어떤 곳은 아직 시작 안 한 곳도 있고.

이렇게 경사 논도 가끔씩 나온다.







라이 짜우(LAI CHA) 좀 지난 한적한 동네에서 잠시 식사 휴식이 있었다.

이런 곳이야 당연히 비싸게 받겠지?

국수가 30,000동이니, 디엔 비엔 푸보다 비싸거나 같은 요금이다.

여기서 우리와 비슷한 시간대의 버스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소수민족 애기 엄마가 있었다.

식당에 앉아 있기는 하는데, 아마 돈이 없는 듯.

집사람이 다가가서 국수 한 그릇 시켜 준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더란다.

대신 국수가 아니라 밥을 먹겠다고.

아까부터 아기가 젖을 빨고 있는데 아마 엄마가 먹은 것이 없어서 젖도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시작된 식사로 그 차는 다른 사람들이 기다려야 했지만 너무나 흐믓했다는 거.

밥은 반찬 몇 가지를 포함해서 50,000동이나 받더군.

우리나라 돈으로 2,500원의 행복이다.





여기서부터는 엄청난 고개가 시작된다.

안개가 자욱해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폭포.

정말 환상이었는데, 높이 올라 왔는데 공기는 완전 냉장고 수준이다.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한참을 정말 한참을 오르더니 내리막에 들어서서 내려 가다가 드디어 사파에 도착을 한다.

무려 9시간 정도 걸렸다.


이 버스는 사파 시내까지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입구에서 내려 주는데,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니 밴으로 옮겨 탄다.

무료인데 물론 아주 공짜는 아니다.

좀 능글거리는 친구가 호객하는 소리를 한참 들어야 하니까.


미란다 호텔이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삐끼 친구들 떼어 놓고 우리가 직접 호텔을 찾아 나선다.

이 동네는 베트남이 더 이상 아니었다.

웨스턴과 이를 호위하듯 따라 다니는 소소민족들이 점령한 땅이었다.


다시 빠이 스타일의 도시로 온 것이다.



그러다가 찾은 마운틴 뷰 호텔.

경치가 좋은 방 25 달러를 20 달러로 하는 것으로 절충해서 결정한다.



방에 들어가니 눈 앞에 산과 구름의 향연이 한참이었다.

이 모습을 보러 이곳에 오는 것이다.




긴 웃옷을 입고 길에 나서보는데, 해가 떨어질 때 쯤 되니 상당히 추웠다.

대표적인 사파의 모습을 담은 천주교회 모습.

하늘이 파래서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다.

 



밤에 기온이 더 떨어지니 고산증 증세가 갑자기 왔다.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오한이 온 것.

얼른 숙소로 돌아 오는데, 그 사이 정신없이 이가 탁탁하며 부딪혔다.


어~~~

이러다 정말 병나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전기 담요로 몸을 덥히니 나아지는데.


그러다가 생각하니,

어제는 덥다고 에어컨 타령하다가, 오늘은 전기 담요라.


참, 별난 세상에 오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