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하 2014 여행

새로운 경험, 새로운 땅 영하 회족 자치구 은천(銀川)을 찾아서 140523

정안군 2014. 6. 28. 22:59


이제 섬서성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갑니다.



황량한 벌판을 가로질러 달리던 버스가 제법 큰 도시에 진입합니다.

 

드디어 은천(銀川)이라는 새로운 도시에 온 것이지요.

 

성급 수도이니까 엄청난 규모겠지만 동부나 중부의 성도에 비하면 인구가 덜한 지역의 수도라서인지 도시의 규모가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도시 입구부터 유난히 호수가 많더군요.

아마도 은천은 오아시스의 성격을 지닌 도시가 아닌가 싶었어요.

오아시스라면 조그만 샘이나 연못이 있고 주변에 야자나무가 우거진 작은 규모를 상상하겠지만, 그것을 엄청나게 튀긴 규모가 은천이 아닌 가 싶었습니다.

은천은 클린 시티, 청결 도시라고 자랑하듯, 초입의 분위기부터 상당히 깔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무튼 시내를 가로질러 버스는 한참을 달리는데, 이 동네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시내 중심가 근처쯤에서 내리곤 하겠지만, 정보가 없는 나는 그냥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가 종점인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터미널 안에 서있는 버스도 좀 꾸리하고 건물도 상당히 노후 되어 있어서, 딴생각님이 도착했던 터미널과 분위기가 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오늘도 이러다 배낭 매고 한참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대합실에 들어가서 시간표를 보니 큰 도시 행은 없고 어딘가 시골 마을을 가는 것만 나와 있네요.

이게 무슨 조화인지?


그런데 일단 밖에 나오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터미널 이름이 은천 여유 기차참(旅遊 汽車站)이었거든요.

은천 기차참이 아닌.


여기도 웬만한 중국 도시가 그런 것처럼 옛날 터미널 건물을 근처 마을에 가는 버스들을 타는 터미널로 이용하는 것 같았어요.


바로 이곳이 그런 곳일 듯. 


그렇담 신 터미널이 어딜까요?


여유 터미널 앞에서 시내 버스 노선도를 보니 남 기차참(터미널)행이 종점인 것이 많이 있더군요.


아무래도 이 남 기차참이 신 터미널일 듯싶었어요. 


그렇담 그쪽으로 이동해서 그 근처에 호텔을 잡기로 합니다.


그리고는 그쪽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몇 정거장을 지나니 왼쪽으로 터미널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객운총참(客運總站)이네요.

이런 이름은 대개 도시를 대표하는 터미널이잖요.

얼른 내려서 건너가 형편을 살펴보는데, 뭔가 이상하네요.





멀리 산동성 청도와 연운항 가는 버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 몇 편 말고는 별 게 없습니다.

이게 이름만 거창하지 그냥 장거리 노선 몇 개만 다니는 버스 터미널이었던거였죠.

 

아무튼 여기서 버스를 타면 청도까지 한 방에 갈 수는 있으니, 뭔가 위안이 되긴 하더이다.

허나 버스를 타고 청도까지 가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이런 짝퉁 총참 터미널에 대한 사정을 알고 나니 김이 새서 남 터미널까지 가는 게 좀 망설이게 됩니다.

배낭 매고 버스를 타고 하는 것도 힘이 많이 들고.

 

일단 바이두 지도에서 이 근처에 대해 살펴보는데, 구 시가지의 중심지 종루(鐘樓)가 멀지 않은 곳에 있더군요.


그리고 지도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몇 군데 호텔도 보이고요.

일단 점심을 먹고 호텔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국수집이 근처에 있어서 그곳에 가서 쇠고기 면(牛肉面)을 한 그릇 시켜 먹기로 합니다.

이곳은 반찬도 몇 가지 준비가 되어 있네요.

오이를 기름에 약간 볶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어 그거랑 국수를 같이 먹습니다.

원래 면 종류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쇠고기 면은 맛이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국물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면발이 좀 밀가루 냄새가 났어요.


그래도 오이 반찬이 있어서 그 정도는 용서해 줄 수 있었죠.

가만히 보니 이 음식점은 청진(淸眞) 즉 이슬람 식당이네요.


회족 자치구라고는 하지만 도시 중심가에서 이슬람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네요.

단지 녹색 간판으로 표시되는 청진 이슬람 식당만이 여기가 회족이 많이 사는 동네의 중심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대도시의 특성 상 한족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으니 사실 회족의 도시라는 특징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무서운 한족의 증식력이지요?

세월이 가면 몽땅 우리 것이 될 건데 뭐...

 

점심을 먹고 이제 호텔을 찾습니다.




내가 점심을 먹은 식당 앞으로 지나는 도로는 남북으로 이어지는 청화북가(淸和北街)인데, 조금 내려가서 동서로 이어지는 문화동가(文化東街)를 따라 조금 걸으면 호텔이 몇 개 나옵니다.



그 중 하나는 좀 비싸고, 만만하게 보이는 곳 원태(元泰) 상무빈관으로 들어가는데, 일단 가격도 괜찮고 구 시가지 중심과도 가까워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에 등재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는 모양이었어요.

한참을 헤매다가는 안 되니 미안하지만 다른 곳에 가라고 하네요.


이 근처에 몇 군데 호텔은 있지만, 여기서 이러면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수기로 공안에게 안 되면 물어봐라 하고 버티니, 남자 주인이 나와 전화로 어딘가에 연락을 하더군요.

그러더니 되었다고 방을 내줍니다.

아마도 컴퓨터상으로는 등재가 안 되었는데, 공안에서 그냥 해주라고 한 것 같았어요.


일반 와이파이만 되는 일인실 방은 88원이라고 하니, 어중간한 시골 동네보다는 차라리 큰 도시가 싸더군요.

컴퓨터로 외장형 하드 디스크에 보관해 온 드라마를 보고 싶어 그런 방을 원하니 120원이라네요.

방은 일인실 정도로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고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있을 것 중에 모기도 있더군요.

이곳에서 이 모기 때문에 많이 고생을 했어요. 


아무튼 구경거리가 집중된 구시가지 중심 부에 호텔을 잡고 나서 한숨을 돌리고 나니 그제서야 이 동네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여기서는 나흘 정도 충분히 쉬면서 여유를 가지고 지내기로 합니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청도까지 한 방에 가기로 했습니다.

 

슬슬 시내 중심가 쪽으로 가봅니다.



일단 옥황각(玉皇閣)을 향해 가보는데, 거리의 모습이 가로수가 우거진 것이 느낌이 참 좋습니다.

길도 널찍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깨끗한 것이 중국이 아닌 듯합니다.



도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옥황각은 건물 덩치는 무지 큰데 솔직히 별 건 없습니다.

남쪽 광장에는 무슨 공연이 있는지 미리 죽치고 계시는 노인 분들이 많이 있더군요.

이따가 돌아 올 때 들려야 되니 무슨 공연인지 알게 되겠죠?



옥황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종고루(鍾鼓樓)라 이르는 건물이 있습니다.

다른 동네는 종이 있는 건물 종루와 북이 있는 고루가 따로 있는데, 이 동네는 하나로 합체가 되어 있군요.



이 종고루 남쪽으로 이어지는 거리가 보행가(步行街)입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의 모습은 많이 눈에 띠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동네의 좋은 점은 인간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네요.

아무래도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이라서 그런 모양이지요?

이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근처에 취덕이라는 식당이 좋아 보였습니다.

여기를 떠나기 전에 한 번 가서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이 약속은 지켰답니다.



과일도 제법 있더군요.

망고스틴도 보이고 청도 산 체리와 서역의 상징 포도와 살구도 많이 있습니다.

체리 가격을 물어보니 청도와 크게 차이가 없더군요.



돌아오던 중 옥황각 광장에서는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그냥 동네 아주머니들이 연습을 하곤 이곳에 와서 공연을 하는 모양입니다.

잠시 서서 구경을 해보는데, 옆에 있는 아저씨들 담배 연기에 오래 있기가 힘이 듭니다.

그리고 구경거리로도 크게 대단해 보이지 않고요.


저녁은 회족의 대표 요리가 양 꼬치이니 그것을 먹어 보기로 합니다.

호텔 바로 옆에 꼬치집이 있어 일단 앉아서 주문을 받는데.

뭔가 물어 보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러라고 했더니, 일단 꼬치가 10개 그리고 또 10개 그리고 또 10개 그리고 또 10개 그리고 또 10개가 나왔답니다.

이 친구야 나 혼자 이걸 어떻게 다 먹어?

소리를 쳐 보았지만, 주문 받은 청년은 니가 시킨 건데 뭔 소리여 하는 표정입니다.

별 수 있나요?

실컷 먹어야지요.

가격은 50원.

그래도 다행인 것이 꼬치 하나에 1원으로 쌌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뭔가 10개 묶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아마 종류별로 먹을 건지 물어 봤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코에서 냄새나도록 꼬치를 먹었답니다.

그래도 5개 정도는 더 못 먹을 것 같아, 싸 달라고 해서 우리 호텔 종업원에게 선물했습니다.

아까 컴퓨터에 내가 등재가 안 되어 한참을 고생했으니.

아무튼 꼬치집 종업원에게 나중에 나 한국인이라서 니가 뭔 소리하는지 잘 몰랐다고 하니, 그 청년 상당히 미안해 하긴 하더군요.

됐네, 이 사람아.


오늘의 지츨


오기에서 정변 버스 37원

은천 버스 40원

과자 4원

시내버스비 1원

점심 13원

호텔 120원

꼬치 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