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하 2014 여행

새로운 경험, 새로운 땅 영하 회족 자치구 은천(銀川)을 찾아서 140526(상) 서하 박물관

정안군 2014. 7. 4. 23:43

은천하면 서하릉, 서하릉하면 은천.


‘충주하면 사과, 사과하면 충주’를 카피해 봤네요.

아무튼 은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는 서하릉(西夏陵)이지요.

또 하나는 암각화가 있다는 하란산(賀蘭山)인데, 여기는 생략하기로 했답니다.

땡볕에 바위에 그린 그림을 보러 그 멀리까지 간다는 것이 좀 맹구 같아서요.

이건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구경 간 사람이 맹구 같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니 오해 마시라.


서하릉가는 버스는 신월광장(新月廣場)이라는 곳에서 출발하는데요.

북경로를 따라서 가는 것이니 꼭 신월광장에서 타지 말고 중간에 타셔도 됩니다만, 버스 안내판에 나오는 시간이 정확하지 않아 중국말이 잘 되는 분은 미리 알아보시고 그렇지 못한 분은 신월광장에 가서 타시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을 겁니다.



이건 시내에서 보는 안내판입니다.

버스 안내판에는 아침 8시 30분과 9시 30분에 출발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게 그렇지 않더군요.

실제로는 아침 8시, 9시, 10시 이렇게 세 편이 운행하는 듯 했습니다.

이것은 정확한 정보가 못되니 가실 분들은 정확하게 다시 알아보시길.


호텔에서 신월광장은 걸어가기는 좀 멀고 버스타기는 좀 그런 애매한 거리였습니다만, 아침부터 걷기 싫어서 버스를 타고 갑니다.


아침은 우선 버스 시간을 확인한 다음 근처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안 되더군요.

신월광장은 쉽게 찾았습니다.



공교여유총참(公交旅遊總站)이라는 글씨를 달고 있는 작은 건물이 있거든요.

이 건물 앞에서 각 방면 버스가 출발합니다.

여기서는 서하릉과 하란산 말고도 이 근처에서 제법 유명한 듯한 곳도 가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여기 안내판에는 서하릉 가는 버스가 9시, 10시에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게 맞는 듯 하고, 아침 8시에 한 대 더 있는 것 같지만 확인은 못했습니다.


원래 8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간 것이라서 시간은 충분하게 남았습니다만, 아무리 근처에서 식당을 찾아 봐도 없네

요.

개똥보다 흔한 길가 식당도 여기는 없습니다요.

하긴 요즘은 중국도 애완용 개 똥은 개 주인이 바로 치우더군요.

그러니 개똥이 길에 흔하다는 말도 이젠 아닙니다.


하는 수 없이 매점에서 과자 한 봉지와 물만 준비를 합니다.



요즘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9시에 관광객 5명을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북경로를 따라서 호객을 해보지만 거의 타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은천이라는 도시는 동서로 엄청나게 긴데, 서하릉이나 하란산을 가는 버스는 모두 동서 노선을 따라 가네요.

그러니 시간이 참 많이 걸립니다.


은천역에서 사람을 태우려고 해보지만 한 사람도 못 태우고는 여기부터 제법 속도를 내며 달려 서하왕릉 앞 주차장에 도착을 합니다.

햇살이 보통 뜨거운 게 아니네요.


돌아가는 버스는 11시 30분, 12시 30분 그리고 1시 30분에 있습니다.

1시 30분에 돌아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매표소로 향하는데.


서하왕릉 입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띠는 것은 한자 같지만 한자가 아니라 서하 글자로 서하 왕릉을 표시한 것입니다.



매표소에는 입구와 마찬가지로 한자와 서하 글자가 있는데 거기에 영어와 반가운 한글 표시가 있습니다.

영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글이라.

감동 먹기 꼭 좋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판매 창구’라고 쓰인 글자는 어째 억지로 공간을 차지한 느낌이 드네요.

나중에 컴퓨터로 글자를 넣은 느낌이 드는 게 영 꺼림칙합니다.

실제로 누가 나중에 한글을 사진에 집어넣었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좀 엉성하더군요.


아무튼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이 먼 타국 땅에서 한글 구경을 한다는 것이.



입장료는 무려 60원이나 합니다.

다른 동네 200원 가까이 하는 곳도 있으니 싼 편인가요?

아무튼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입장료를 지출하네요.

시내버스를 타고 온 우리 일행 말고는 구경꾼이 거의 없더군요.

관광버스 한 팀이 있었던가?

유명세를 탄 관광지인데, 의외로 너무 한산한 풍경입니다.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면 골프 차가 기다립니다.

다행히 이건 타도 돈 내라 소리 안 합니다.



멀리 가는 것은 아니고, 서하박물관으로 데려다 주네요.


우선 예고편 같은 서하박물관을 먼저 구경합니다.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은 전문 지식인인지 사진 찍기와 전시물을 열심히 나름 보던데, 나는 영하박물관에서 본 것도 있고 해서 그냥 설렁설렁 넘어 갑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안 것이 있습니다.

내가 머무는 호텔이 은천시 흥경구라는 구 안에 있는 것인데, 이 흥경(興慶)이라는 이름이 서하의 도읍지 이름이었더군요.



흥경성이 자리 잡고 있는 터를 보면 참 대단한 곳입니다.

서쪽으로는 하란산이 벽처럼 버티고 서있어서 고비에서 불어오는 모래 바람을 막아 주었고 앞에는 강이 흘러 물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장소로 보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 데, 강이 해자의 역할을 하니 방어에 최적지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서하는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군에 의해 멸망당하는 것으로 역사에 그 이름을 지웁니다.

자리가 아무리 좋아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몽골 전쟁 기계들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서하 왕 이원호의 인상이 더럽습니다.

이원호는 당의 황제 성씨인 이씨를 하사(?)받았다고도 하고 또 당나라 다음 나라인 송나라 황제 성씨인 조씨도 받았다고 전해지는 서하의 거물입니다.

이원호 시절이 가장 강성기였나 봅니다.



서하를 세운 민족은 당항(黨項)이었던 모양인데, 그 중에 탁발(拓拔)부도 있군요.

당을 세운 이 서방네들은 원래 선비 탁발부라고 했는데, 이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내 짧은 지식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더 자세한 것은 네이버 지식인으로 알아보시길.




제일 눈에 들어온 것은 전시물 가운데 몽골군 장군이 입었다는 쇠고리로 엮은 갑옷입니다.

촘촘히 이은 것이 대단한 솜씨로 보입니다.


















그리고 전시된 유물을 보면 서하라는 나라의 수준은 그다지 만만해 보이지 않습니다.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보이는 것이 별로 없더군요.

박물관을 볼 때마다 내가 좋아하던 글귀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 따갑다 못해 타는 듯한 햇빛이 찬란합니다.


여기부터는 걸어서 이동을 해야 하는데, 다행히 바로 옆 건물과의 거리가 멀지는 않습니다.


박물관 옆 건물은 좀 뭔가 성격이 이상합니다.

방마다 서하 역사에서 중요한 장면을 ‘모여라 꿈동산’ 스타일로 꾸며 놓았는데, 아마도 박물관 정도로는 구경거리가 약해서 보충을 한 것일까요?

자세한 역사를 모르니 내용이 뭔지 확실히 알기 어렵습니다.

머리 모양이 생소하더군요.

아버지와 아들인가요?



아들은 주변머리를 남겼고, 아버지는 속알머리를 남겼더군요.

그때 그 모습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아님 그냥 요즘 편하게 그린 것인지.


자, 이제 오픈 게임은 끝냈고 본 게임으로 들어갈 시간입니다.

서하왕릉으로 이동을 해야 하겠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