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골프

[치앙라이] 골프로 배우는 인생살이

정안군 2014. 9. 30. 10:42



어제는 처음으로 18홀 정규 규격(?) 골프장에 가서 즐겼습니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40km 정도 떨어진 조용하고 소나무 향이 날리는 워터포드 골프장인데요.

골프 손님은 우리 일행 밖에 없어 마치 전세낸 곳 같더군요.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저렴한 금액에 플레이가 가능했는데요, 이제 11월이 되면 성수기로 접어들어 요금도 많이 오르고 손님들도 많아진다는군요.

 

지난 월요일 매콕 군인 골프장에서 초보치고는 잘쳤다 소리를 많이 들어 조금 기고만장했다고나 할까 오늘은 초구부터 헤맷습니다.

 

처음 타구는 심한 토핑, 똘똘똘 구르면서 옆 연못으로 퐁당.

그래서 다시 친 둘째 타구는 그라운드 볼이 나면서 숲속으로 도망가 순식간에 공 두개가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어요.

 

어찌해서 겨우 앞으로 쳐 놓았는데, 다음은 아이언 5번으로 쳤더니 오른쪽으로 슬라이스가 나면서 다시 숲속.

공 세개째 행방불명.

오늘 헌 공 10개 샀는데, 그걸로 될까 모르겠네요.

이런.

 

내 스승님이 한마디 하십니다.

"힘이 너무 들어가"

 

그랬나 봅니다.

워낙 깃대가 너무 멀리 보여 멀리 쳐야겠다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았나 보더라구요.

사실 힘을 잔뜩 주면 공도 안 맞고 멀리 나가는 것도 아닌데.

 

우선 손에서 힘을 빼면서 치기 시작합니다.

아, 맞네요.

하지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

 

다시 한 마디.

"공을 끝까지 보게"

결과를 얼른 확인하고 싶어 머리가 도는 순간 몸이 따라 돌아 타점이 정확하게 되지 않게 되는 것이랍니다.

 

두 가지를 기억하면서 다음 플레이를 진행하니 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초보치고는 괜찮은 솜씨(?)로요.

 

그런데 햇살이 문제가 되더군요.

모두들 골프 양산을 준비했는데, 나만 없어 강력한 햇빛에 그대로 노출.

확실히 많이 부족합니다.

몸도 마음도.

 

9홀을 돌면서 햇빛에 시달리니 땀이 비오듯 합니다.

겨우 10홀을 마치고 그늘집에서 휴식.

 

찬 콜라가 원기를 회복시킵니다.

그런데 날이 갑자기 수상해집니다.

구름이 많아져서 시원해서 좋았는데, 13홀을 마치니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지더군요.

천둥과 번개도 함께 난리를 떱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진행을 해보는데, 잘갑과 스틱이 비에 젖어 제대로 된 플레이가 되지 않습니다.

멀리보다는 정확히 치려고 하니 되기는 하던데 이게 먼 일인지.

 

결국 마지막 18홀은 그냥 지나가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습니다.

다행히 공은 연못으로 날려 실종된 것과 숲속으로 도망간 것 이렇게 두 개 추가해서 네 개를 잃어 버리는 것으로 끝.

 

아무튼 이렇게 우중 시합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어 벌어진 일.

다른 분들은 여벌 옷을 준비해 오셨는데, 나는 그것도 안 되어 그냥 젖은 옷을 입고 놉니다.

어휴, 찝찝해.

 

아무튼 오늘 참 많이 배웁니다.

골프도 그렇고 인생살이도 그렇고.

 

가만히 보면 골프는 인생살이를 많이 닮았습니다.

연습장에서 그리고 골프장에서 이런 것들을 많이 느낌나다.

 

그래서 요즘은 골프로 '도'를 닦습니다.

이러다가 도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ㅎ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 와 골프채를 닦아 말리고 골프백을 손질하는데, 골프백 속에서 물이 주루루 나오네요.

커버도 가져가지 않아 덮질 못했거든요.

 

오늘도 힘이 들기는 했지만, 처음 군인 골프장 9홀 돌 때보다는 덜 합니다.

슬슬 적응이 되어 가는 모양이지요?

 

다른 일이 또 하나.

며칠 전부터 맹꽁이 한 마리가 집사람 운동화에 들어가서 집사람을 놀라게 했는데, 그 때마다 꺼내어 집뜰에 놓아주곤 했어요.

 

어제도 집사람이 운동화를 살펴 보라 하더군요.

내가 운동화를 살펴 보니 아무 것도 없어 차 트렁크에 넣고 골프장에 갔는데, 골프장에서 운동화를 신으려던 집사람이 호들갑을 떱니다.

신발 속에 맹꽁이가 있다는군요.

그럴리가.

 

혹시나 해서 살펴 보니 그 맹꽁이가 정말 신말 속에 들어 가 있습디다.

먼일이래.

 

맹꽁이를 꺼내어 골프장 잔디밭에 놓아 줍니다.

참 이상합니다.

내 운동화도 있는데, 어째서 집사람 운동화에만 들어가며 계속 반복해 그럴까요?

아마 그 맹꽁이가 집사람을 짝사랑해 왔나요? ㅎ

 

이제 멀리 떨어졌으니 다시 출현을 하지 않겠지만 집사람이 좀 서운한 모양입니다.

스토커 맹꽁이에게 애증이 생겼나요?

 

캐디들은 맹꽁이를 보고 먹으랍니다.

장난인지 실제로 먹기도 하는지는 확인불가.

 

또 한가지 더.

집안에도 바바람이 들이닥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노트북 컴퓨터가 빗물을 먹고는 지금 작동되지 않고.

창을 안 닫고 갔더니 그 덕이군요. TT

 

아무튼 참, 인생살이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