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땅끝마을까지 輪行記

함열에서 정읍까지 - 앞

정안군 2006. 3. 26. 09:30

 

 

오랜만에 마음속에 두고 있었던 땅끝까지 자전차 이어달리기를 다시 해보기로 한다.  이번에 이어달리기를 시작할 곳이 함열이니 아침 6시 47분 기차로 조치원까지 가면 바로 여수가는 무궁화호(8시 17분)와 연결이 되어 시간 손실없이 함열까지 갈 수 있다.  

 

땅끝까지 가려면 서해안쪽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오늘은 돌아오는 기차편이 되는 정읍까지 가기로 한다.   물론 도중에 힘이 들면 김제나 신태인에서 그냥 기차를 타고 돌아오기로 하고.   돌아오는 편은 토요일만 운행하는 광주발 강릉행 관광열차편이 충주까지 바로 연결이 되어 활동 시간이 확실히 보장된다.

 

전날에 표를 예약했더니 다 문제가 없는데 조치원에서 함열까지 좌석이 없단다.   그럼 문제가 있는건가 ?  

 

그냥 내지르기로 한다.   안되면 1시간 20분 정도야 그냥 서서 가지 뭐.

 

3월 25일

 

6시에 일어나 전날 분해해 넣어두었던 자전거 가방과 가벼운 짐을 챙겨 역으로 향한다.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손님들이 많지 않다.   다행히 조치원에서 함열까지도 표가 있었다.   누가 나를 위해 표 1장을 취소한듯.    너무나 고마운 이름모를 그 사람...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함열까지 가는데 아직은 봄빛이 완연하진 않다.   도중에 탱크를 태운 기차가 엇갈려 간다.   저 무기들은 사용되지 않고 그냥 묵을수록 더 좋겠지 ?  

 

마지막에는 객차를 한량 달고 있는데 그 안에는 군인들이 타고 있다.   탱크 운전사들인가 ?

 

군인들만 보면 국방부 10급 공무원(?)으로 취직해서 월급 5만 몇 천원받는 아들 생각이 난다.  

 

100일 휴가 나올 때 민간인들 그 누구도 알아주지도 않는 온통 군복에 폼을 달고 와서 4박 5일동안 정신없이 돌아치다가 들어 가기 싫어서 얼굴에 그 모습을 달고 귀대한 해병대 이병 아들.... 

 

 

드디어 함열이다.   여기에 와 본 것이 몇년 전인가도 가물가물하다.   첫날 조치원에서 출발하여 부여 집에서 자고 다시 다음 날 부여에서 강경을 거쳐 여기까지 왔었는데 여기서는 예약해 놓은 기차가 서질 않아 익산까지 갈까 망설이다가 도로 강경까지 갔었다.   강경까지 올 때는 그야 말로 순풍이라 날다시피 했었는데 다시 갈 때에는 맞바람이라 고전했었다.  

 

역 구내에서 자전차를 조립하고 아담한 역광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출발한다.  

 

 

9시 48분  출발 !!!!

 

어제 일기예보에 바람이 강하게 분다고 했는데 오늘 와보니 그 바람 방향이 남서풍이다.   오늘 예정이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니 맞바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는데...

 

 

정말 그랬다.    할 수 없지...

 

그래도 바람이 널 부는 아침 무렵에 맞바람 방향을 재빨리 이동하고 바람이 세어지는 오후에는 순 방향을 타자.

 

각본은 그랬었는데 그것은 단지 각본이었다.

 

아침부터 바람이 심상찮았고 게다가 바람 방향이 거의 정면이다.  오늘은 바람과의 한바탕 전쟁일 듯 싶다.  

 

'안되면 즐겨라' 

 

해병대에 간 아들에게 심심찮게 해 주던 말을 오늘은 내가 실천해 보기로 한다.    역앞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가다가 지방도 724번을 만나 우회전한 다음 낮은 구릉 지대를 일단은 기분 좋게 달린다.  

 

<시간은 9시 48분, 거리는 0으로 세팅>

 

좀 가다보니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열심히 달린다.   마라톤과 자전차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것 덕보지 않고 자기 힘들여서 간다는 것.   그래서 만나면 반갑다.   인사를 하려다 호흡 조정을 방해하는 것 같아 그냥 지나치는데 오른쪽으로 안내판이 있다.

 

'교도소 세트 공사장'

 

교도소 전문 세트장을 짓고 있었다.   눈익은 서대문 교도소같은 것도 보이고 사진으로 찍어두려고 잠깐 멈추었는데 지나가며 마라토너가 인사를 한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할 걸 그랬다.   좀 지나서 앞지르기하다가 인사를 한다.

 

"먼저 갑니다" ^^

 

<교도소 세트 공사장>

 

 

안정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지방도 711로 바뀐다.   사차선 확포장 공사중이라서 공사가 덜 끝난 포장 도로를 기분 좋게 달리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바람이 정면이다.  

 

평지는 당연히 비벼대야하지만 내려가는 길도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나가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세다.   중간에 길이 2차선으로 좁아지는데 서해안 고속도로 동군산 톨게이트로 이어지는 도로라서 그런지 대형 벌크 트럭의 통행이 많다.   위협적인 크락션도 있어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는 길이다.

 

도중에 탁류의 작가 채만식의 묘소 안내판이 있다.   탁류의 무대가 군산인 것은 알았지만 고향도 이 근처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탁류 내용이 뭐였나 ?   아는 것은 그냥 군산을 배경으로 하고 작가는 채만식이라는 것..

 

하긴 그것만 알아도 그 당시 입시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안 그렇겠지만 ^^

 

임피면 소재지 슈퍼에서 물을 사서 먹고 좀 쉬는데 이곳은 새만금 공사 재개 확정이라는 대법원 승소 걸개를 길가에 많이도 걸어 놓았다.   이것으로 군산시가 훨씬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인가 본데 과연 그럴까 ?

 

확실히 요즘의 우리 나라는 가치관이 혼란스럽다.   청계천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그야말로 흉내이고 문제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청계천 복원했다고 좋아하며 난리를 치는가 하면 새만금 공사에는 눈 하나 꿈쩍도 안한다.    하천 천변도 마찬가지이다.  한 쪽은 자연 상태로 복원하느냐 돈 들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복개하느냐 돈 들이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굴다리를 빠져 나오니 왼쪽으로 광활한 김제 평야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놈의 바람만 아니면 여러가지로 여유가 있겠는데 바람이 세니 정신도 없다.

 

대야면 소재에서 국도 26번과 만난다.   여기서 만경 가는 도로 국도 29번은 지도에서 보면 일단 군산쪽으로 좀 가다가 들어가는 것인데 삼거리가 아니고 사거리라서 아무래도 도로가 새로 뚫린 듯 하여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일단 전주시 방향으로 좀 가면 검문소가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하면 된단다.   가보니 말 그대로 검문소가 있고 그 앞에는 꽤 웅장해 보이는 대야 성당이 있다.   역사가 좀 있는 듯.

 

그냥 지도대로 갔더라면 한참을 알바할 뻔 했다.   역시 경험이 좀 되다 보니 이런 때 도움이 된다.^^;;

 

가는 방향이 바뀌니 바람 영향을 덜 받게 되니 일단은 살 것 같다.   그나저나 大野는 그 이름대로 큰 들이다.  

 

대야라 !!!  

 

언젠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적 1호였던 미국 숏트랙 선수가 오노였다.   일본계와 이탈리아계를 부모로 둔 이 오노는 이름이 아폴로 안토니오 오노인데 이 오노가 일본어 한자로 大野이다.

 

사실 오노의 오버 액션이 잘못이었으면 심판이 판정할 문제였다.   욕을 얻어 먹어도 잘못 판정한 심판이 욕을 얻어 먹을 일인데 그것이 오노에게 집중되었었고 월드컵 미국전에서는 그 유명한 오노 오버 액션 세레모니까지 등장하게 된다.

 

그것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왠 개 오줌 싸는 흉내를 내고 있는가 생각했다지 ^^;;

 

ONO가 아니라 Oh !!! No !!!

 

 

오른쪽으로는 끝도 안보이는 들인데 왼쪽으로는 전주와 군산을 이어주는 산업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시야를 막는다.   좀 더 가니 드디어 만경강이다.   이것으로 군산은 작별이고 강 건너 동네는 김제시 청하면이라는 곳인데 그 청하가 맑을 淸자에 물 河자면 좀 거리가 멀다.   오늘 보이는 만경강은 온통 흙탕물.  

 

 

만경읍쪽으로 더가니 백산으로 들어가는 안내판이 나온다.  

 

이 지역은 조정래님의 아리랑에서 나오는 곳이다.  

 

그 책에서 보았었는지 다른 책인지는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동학혁명 때 농민군들이 모여있을 때 모두 앉으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죽창으로 산을 이루어 죽산이 되었고 그들이 서면 그들의 옷 색깔로 백산이 되었다는 글이 있었는데 죽산, 백산이 이 근처에 있어서 생겨난 말인듯 하다.  

 

'징게 맹겡 외에밋들'은 이곳 말로 김제 만경 넓은 뜰을 말한다고 했는데 바로 그 곳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퍽이나 감회가 새로웠다.  

 

 

만경읍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먹을 장소가 마땅치가 않다.    좀 더가서 길가의 기사 식당 같은 곳에서 점심을 먹으려 하니 앞에 갈림길 안내판이다.  

 

어디로 가나.

 

국도 29번을 타면 김제로, 지방도 711번을 타면 죽산을 거쳐 부안에서 태인으로 연결되는 국도 30번을 만나게 되어 있는데 일단 김제 방향은 바람은 덜 받지만 오후가 문제이고 지방도는 처음에는 맞바람이지만 조금씩 나아지게 되어 있다.

 

 

갈림길 조금 못미쳐서 주유소가 있길래 쉬면서 좀 생각해 보려고 했더니 주유소에 식당이 딸려 있었다.   그래 좀 허름하긴 하지만 전라도 식당은 어디든 다 괜찮다고 하니 일단 점심을 먹고 결정하기로 한다.

 

전라도하면 백반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김치찌개 백반으로 한다.

 

4,000원이란다.   나온 것을 보니 갈치도 한 토막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밥도 한공기를 더 가져다 놓았다.  

 

자전차를 탈려면 기름인 밥을 부지런히 넣어야 하기 때문에 2 공기를 말없이 비웠다.

 

맛은 ???  자전차질 두세시간인데 무엇이든 맛이 없겠니 ?   일구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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