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04 여행

다시 치앙마이로

정안군 2008. 1. 28. 21:17
 

어제는 그나마 이곳저곳 다닌다고 피곤했나 보다.

호텔방은 가격에 비해 거지같지만 제공되는 아침 뷔페를 보고 용서해 주기로 했다.

역시 중국 아자씨들이라서 먹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사방을 꽉 메운 음식들.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가 확실히 있었다.

얼마 전(지금부터 3년 전이네요)에도 점심 뷔페를 그 식당에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단돈 120밧.   지금은 조금 올랐겠죠?

점심도 환상입니다.   가격 대비 확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터미널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만나는 사거리 한쪽에 있는 퍼스트 처치에 가보기로 한다.

예배당은 십자 형태로 지었는데 무려 100년이 넘은 건물이란다.   태국 북쪽이 남쪽 지방보다는 불교의 색깔이 조금은 덜 해 보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불교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방콕에서 태국인 교회를 찾아 갔을 때도 신자의 대부분이 화교였던 기억이 있다.

이곳은 어떨까?

일단 호텔에 짐을 맡기고 터미널에 가서 치앙마이 편을 알아보는데 VIP급은 벌써 매진되었다.

할 수 없이 1등 에어컨 버스로 하고 슬슬 교회로 향한다.

교회에 들어가니 아직은 예배전이라서 여기저기에 신자들이 있는데 우리를 보고 목사에게로 안내를 한다.

태국인 목사는 우리를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하니 여기도 한국인 교회가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태국 기독교 신자들과 함께 예배를 보고 싶다고 하니 뭐 그러란다.

오늘은 마더스 데이라서 특별 행사도 있으니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고.

마더스 데이는 태국 왕 부인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인데 태국에서왕은 거의 신격화되다시피 했고 실세 왕비는 당근 신의 부인 격이다.

예배가 시작되었다.

고생 시작이다.

찬송가 부르고 설교 듣고 하는 것은 말을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 우리와 비슷한 것인데 정말 특별한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왕비를 위한 시간.

여러 사람이 왕비 사진 앞에서 헌사를 하는 모양인데 이것이 무려 한 시간이 넘는다.

예수가 주인공인지 왕비가 주인공인지 그 구별이 무색한 교회 예배.

그렇지만 우리와 구경꾼이니 그냥 있긴 하지만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엄청나게 지루한 예배가 끝나니 교회 마당 한 구석에 차려진 점심 식사 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국수에 람부탄.   맛은 뭐 형편없었지만 우리를 잘 보살펴주는 아주머니 한 분 때문에 정말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그 여자 분은 집이 치앙마이라서 우리가 치앙마이로 갈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가 원한다면  승용차로 같이 가자고 하기까지.

허나 우린 표를 이미 사놓아서 정중하게 거절한다.

하도 영어가 능숙해서 영어 교사냐고 했더니 전직 교사란다.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고.

태국 실크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데 그 자태가 심상찮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버스 시간이다.

호텔에 돌아와 짐을 찾고 터미널에 가니 1등 에어컨 버스는 2층 버스였다.

오매 내가 좋아하는 2층 버스.

일단 차가 높으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 구경이 그만이다.

그런데 한 시간쯤 가니 집사람이 점점 심상찮다.

점심 때 먹은 람부탄이 상한 것 같다나?

그러니까 뱃속이 불안하다는 이야기인데.

미얀마에서도 장거리 버스를 탔을 때 갑자기 배탈이 났다고 산속에 차를 세운 용감한 아줌마인데.

참아보라고 하긴 하지만 점점 상태가 심각해진다.

할 수 없이 버스 차장에게 차를 세워 달라고 말을 하려 가니 차장이 왜 그러는지 먼저 묻는다.

차에서 내려고 싶다고 하니.

놀라서 그 이유를 묻는데

집사람이 화장실이 급해서라고 하니 차 아래층에 화장실이 있다고.

그렇군.

갑자기 민망 모드.

어쨌든 한 고비 넘겼다.

2층 버스가 좋다고 했더니 평지에서는 괜찮은데 고갯길을 올라갈 때는 젬병이다.

한 군데 휴게소에서 쉬고 해서 치앙마이까지는 3시간이 걸렸다.

치앙마이 아케이드에서 툭툭을 잡아타고 또 노보텔 호텔로.

노보텔 호텔 바우처는 왕컴 호텔 안 여행사에서 1300 밧에 미리 사 놓았다.

아주 이번에 노보텔은 우리 집 같다.

호텔에서 좀 쉬고 후배에게 전화를.

우리를 몹시 기다렸다고.

김치까지 새로 담갔는데 우리가 안 와서 그만 팍 쉬었다고.

그렇다고 하니 좀 미안하긴 하지만 우리는 기다리지 말라고 했는데.

아무튼 호텔로 온다고 한다.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해서 집으로 향한다.

치앙마이 교외에 있는 집은 별채까지 있는 구조로 널찍하게 지어진 집이었다.

물가가 싸고 집세도 싸니 우리나라에서 연금 받아 이곳에서 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미얀마 출신 가정부가 있어 식사 준비는 확실하고 물가도 싸니 얻어먹는 우리도 별 부담이 없다.

집사람은 나만 한국에 가란다.   가서 돈이나 부치라고.

어이구...

이렇게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밤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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