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동 2011 여행

21-4.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마는 4

정안군 2011. 10. 5. 13:08

 

 

거창한 휘초리 스타일의 향 뭉치들이 타고 있는 제단을 뒤로 하고 이제 한발 한발 내려섭니다.

 

 

여기도 갈림길이군요.

 

인생은 갈림길.

 

그러나 이번에는 선택의 여지 없이 남천문 쪽입니다.

 

 

 

 

 

 

 

안개가 걷히면서 조금 시야가 트여, 올라올 때보다는 더 나은 경치이지만 아직도 안개가 짙어 멀리 보이지는 않네요.

 

 

공자가 일찍이 태산에 올라서 태산의 장엄함을 보고,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登泰山小天下)’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는 바위에도 서 봅니다.

 

공자가 느꼈던 자부심을 나 역시 느껴 보려고 하지만 뭐가 보여야지요.

 

하긴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겠습니까?

 

그냥 그러다가 마네요.

 

 

일관봉(日觀峰)은 해맞이하는 봉우리라던데, 사실 해맞이를 유난히 강조하며 자랑하는 산은 별 볼일이 없는 산이거든요.

 

다른 것을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 거라도 자랑하려고.

 

후후~~

 

올 때 어딘지 천상으로 가는 길처럼 보였던 돌길은 호텔로 향하는 길이군요.

 

 

뷔페식을 준비했나 봅니다.

 

60원이면 꽤 비싼 가격이네요.

 

이제 천천히 하산할 일만 남았습니다.

 

 

아래로 천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올라가는 일이 힘들지 내려가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지요.

 

하지만 다리가 좀 풀려서 힘이 드네요.

 

  

천가는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이 섞여 많은 사람들이 오갑니다.

 

 

중간에 손을 대면 뭐 좋은 일이 있는 것인지 줄을 서서 열심히 손을 대고 있는 바위도 보입니다.

 

 

 

남천문 근처까지 오니 아래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이네요.

 

 

정말 중국이 사람이 많음을 실감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자랑 깃발 부대의 등장입니다.

 

 

 

천가가 시작되는 부분에서는 먹을거리 장터가 열렸어요.

 

뭔가 ‘돌려 돌려’ 하면서 음식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남천문에 이르러 케이블카 쪽으로 한 번 가봅니다.

 

요금이 얼마인지 확인이라도 해두려고.

 

 

일인당 80원이군요.

 

미쳤니?.

 

그냥 걸어서 내려가렵니다.

 

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입장료 127원, 거기다 왕복 버스 요금 60원, 또 왕복 케이블카 요금 160원을 더하면.

 

결국 돈 없는 사람은 이 태산 구경도 못 할 테고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빌지도 못 할 테니, 이 많은 돈을 낼 능력 있는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대로 남게 된다는 거네요.

 

이런 나라가 정말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인 것이 틀림없나요?

 

정말 불가사의군요.

 

 

 

뭐, 이건 이 나라 사정이니 그렇다고 하고 뒤를 보니 멀리 옥황정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그나마 안개가 많이 걷혀 이런 모습이라도 볼 수가 있네요.

 

어~~~

 

 

 

조금씩 안개가 걷힙니다.

 

경치가 당연히 좋아지겠죠?

 

 

 

다시 남천문으로 돌아와 계단을 내려가려니, 이 땡볕으로 변한 날씨 속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떼 같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고생이 거의 끝나가는 사람들이지만 저 멀리 까마득하게 아래쪽에는 아직도 많이 남은 고행길이 훤히 보입니다.

 

그 끝이 십팔반이라는 곳인가 봅니다.

 

천천히 내려가면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가엽기까지 하더군요.

 

 

 

내려가는 길이야 올라오는 것보다 힘은 덜 들지만, 이렇게 경사가 심한 길을 내려가는 것은 다리에 무리가 많이 옵니다.

 

그래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지만 조금씩 다리가 뭉쳐 오는 것을 느끼겠더군요.

 

그러나 별 수 있나요?

 

일단 내려섰으니 중천문까지는 일단 가야죠?

 

 

 

 

 

십팔반에 서니 까마득하게 멀리 남천문이 보이는군요.

 

여기가 태산의 명물이라죠?

 

잘 올려다보이는 지금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보이던 아침에 올라간 것이 잘 한 듯 싶지요?

 

한참을 쉬어 보려하지만 변변한 그늘도 없어 제대로 쉴 만한 곳도 없어요.

 

 

 

하지만 이 힘든 계단을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는 사람을 보니 나는 양반이라는 생각에 힘을 더 내보기로.

 

 

외국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더군요.

 

 

올라 올 때는 없더니 거지도 많이 늘었습니다.

 

아마 올 때는 영업시간이 아니었나 보지요?

 

 

엄청난 계단을 내려야 다시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그냥 다시 걸어서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소형버스는 패스입니다.

 

다시 평지를 걸어 이동해 중천문으로.

 

 

 

그 중천문이 있는 공터에 자리 잡은 부호석(阜虎石)이라는 바위 근처에서 한참을 쉬네요.

 

여기서 마지막 남은 참외를 마저 먹어치우는데 이제 가방은 텅 비어 홀가분해졌군요.

 

 

확실히 중천문에서 걸어서 내려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어집니다.

 

 

 

 

이제 안개는 많이 걷혀 올라 올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대충 패스.

 

 

올라 올 때는 보지 못했던 해발 300m 글씨를 발견하네요.

 

 

그리고 무슨 혁명열사기념비인가 뭔가를 지나고요.

 

입장권을 파는 곳에서 아픈 다리를 쉬면서 한참을 앉아 있으니 빈 플라스틱 병을 수거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내가 먹는 물병을 보더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는 노골적으로 앞에 서서 다 먹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니 어떡해요.

 

 

얼른 다 마시고 할머니를 줄 수밖에.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할머니들의 억척은 역시 대단하지요?

 

이제 하산을 마칩니다.

 

 

 

도중 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네요.

 

3시 15분 쯤 되었으니 9시간이 좀 넘게 걸렸군요.

 

가지와 두부 그리고 미네랄 보충을 위해 맥주 한 병을 시켰더니 34원이라는군요.

 

좀 비싸지만 맛있게 먹기는 했어요.

 

하긴 그 시간에 뭐는 맛이 없겠어요?

 

그런데 이 동네도 밥은 없더군요.

 

빵을 밥 대신 먹으라는군요.

 

정말 이 동네고 저 동네고 밥 얻어먹기 참 힘듭니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아무래도 하루를 여기서 더 머물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 잘 했다 생각이 듭니다.

 

땀으로 절은 몸뚱이를 가지고 곡부로 이동하는 것도 그렇고 너무 힘이 들어 피곤해서리.

 

곡부는 생략하고 내일 제남에 가서 산동성 박물관을 대신 구경하기로 합니다.

 

숙소로 돌아와 땀에 전 옷가지를 빨래하고 좀 쉬다가 야시장에 나가 양 꼬치로 저녁을 대신하는데 이게 배탈의 원인이 되었다는군요.

 

흑~~~

 

많이 먹기도 했네요.

 

1개에 1원인 꼬치를 20개나 먹었으니.

 

정말 힘든 하루였지만 그래도 뭔가 이루었다는 포만감이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오늘 결론은 이렇습니다.

 

태산이 어떤지 궁금하니까 한 번 걸어서 올라가봐라..

 

그러나 두 번 다시 오를 산은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