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2013 여행

안녕 라오, 안녕 루앙남타

정안군 2013. 4. 27. 11:00

역시 치앙콩의 밤은 꽤 무더웠다.

지대가 낮고 강을 끼고 있어서인지 습도도 꽤 높아 무더운 날씨를 보이는 동네인 듯.

아침산책 겸 자전거 나들이로 강가를 따라 여기저기 들린다.

 

 

 

 

 

 

시장도 가보고 메기를 세계 처음 양식에 성공한 것을 기념한 공원 근처까지 서양인 노부부가 가이드의 안내로 이곳에 와서 뭔가 설명을 듣고 있었다.

메기나 건빵 이야기인가?

 

강 건너 라오스에서 아침 해가 솟는다.

 

 

 

어째 아침부터 푹푹 찌는 것이 오늘도 엄청나게 더울 듯하다.

에어컨이 있는 숙소로 옮기더라도 하루 종일 방안에서 뒹구는 것 말고는 이곳에서 달리 할 거리를 못 찾겠다.

해서 아침을 먹으면서 상의한 결과 아무래도 치앙콩을 탈출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루앙남타로 가기로 한다.

왜 다들 치앙콩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는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된 것이 하루 묵은 소득이라고나 할까?

지나가는 툭툭을 한 사람 20밧을 주고 국경 출입국사무소까지 가서 여권을 내미니 별 말도 없이 도장을 찍고는 내어준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서 일 처리하는 태국 이민국 직원은 다정하게 싸바이깝이라고 인사를 해보지만 묵묵부답, 껍쿤깝이라고 여권을 돌려받을 때 인사를 해도 묵묵부답.

워낙 사람들을 많이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니, 다 귀찮다는 것인지.

다정하게 인사를 해주면 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텐데.

뭐, 그렇다고 하고 일인당 40밧을 내고 라오스에 건너가는 배에 오른다.

 

잠시 동안, 안녕이다 태국 치앙콩아.

13년전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올 때 건넜던 매콩을 오늘은 반대로 태국에서 라오스로 건넌다.

잠깐이다.

 

 

 

배에서 내리면 언덕길이 보이고 그 오른쪽에 출입국 사무소가 보인다.

열심히들 비자서류와 입국서류를 작성하고 있는데, 우리 한국인은 입국서류만 작성하면 된다.

라오스는 무비자 15일이 주어진다.

꼽차이 라오.

 

신분확인 절차 같은 것도 없이 너무나 간단하게 입국 도장을 받고는 언덕길을 오르는데,

한 건물에 앉아있던 사내가 우리보고 어디 가냔다.

그래서 미니버스로 루앙남타에 가려고 한다고 하니 자기가 바로 그 사람이란다.

지금 즉시 출발한다고 따라 오라고 해서 그 가격을 물어보니 일인당 300밧이란다.

삼, 사는 십이니까 대략 12,000원 정도라고 하면 생각했던 가격과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30달러 정도인 비자비도 면제니 조금은 라오스 국민들에게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기사를 졸랑졸랑 따라가니 옛날 놀이처럼 한 곳에 들려 좀 더 꼬리를 키우고 다른 곳에 들려 꼬리를 붙이더니 토요다 미니버스로 안내한다.

차를 보니 제법 괜찮다.

8명을 태우고는 즉시 출발하는데, 거리의 모습은 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얼마간 평지를 달리더니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얼마간 오르니 완만한 평지가 나오는데 이쯤해서 자전거로 여행하는 서양인 한 쌍을 만난다.

대단한 사람들.

중간 소수민족들이 사는 마을과 제법 번듯한 마을도 지나고 세 시간 여 만에 우리는 루앙남타 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그러니까 9시에 훼이사이를 출발하여 12시쯤 루앙남타에 도착한 것.

 

역시 뭉치면 힘이 된다.

여기서 작은 반란이 일어난다.

아마도 우리 뒤에 앉아있던 서양인들은 호텔에서 호텔로 연결해준다고 말을 들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시내까지 가려고 하니 거기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고, 버스기사는 거기까지 절대 갈 수 없다고 버티고.

우리보고 내리라고 해서 우리도 여기가 아니고 다운타운까지 가서 내릴란다며 같이 버팅 겼다.

결국 두 손을 든 기사, 우리를 다운타운 나이트바자 앞까지 데려다 주더라고.

역시 뭉치면 힘이 되고, 그 힘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교훈이.

 

루앙남타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나이트바자를 중심으로 100m 안에 쓸 만한 숙소들이 다 모여 있다,

툴라싯과 쥬엘라(수엘라)게스트하우스와 독참바 호텔이 괜찮다고 알려진 것들인데, 식당에서 일단 점심을 먹고 천천히 좋은 숙소를 찾아보기로 한다.

 

 

점심 먹은 식당은 MANYCHAN인데, 일단 밥값은 태국보다 싸지 않다.

그대신 양은 좀 많은 것 같고.

나는 여기서 죽치고 집사람이 숙소를 조사해보더니 쥬엘라가 좋다고 그리고 가잖다.

그러지요, 마님.

식당 앞 은행에서 일단 라오스 킵으로 환전을 한 뒤, 우리나라 돈과는 어떤 관계일까 한참을 연구해 보는데.

 

 

결국 이 나라 돈을 7로 나누면 우리나라 돈이 된다는 것을 어렵게 알아낸다.

옛날에는 그냥 0 하나를 빼면 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돈 가치가 추락한 것인지, 라오스 돈 가치가 오른 것인지 꽤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쥬엘라는 에어컨이 없는 팬룸인데 70,000킵이란다.

 

 

 

태국에 비해 돈 단위가 크다 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인데 꽤 많아 보이더라는 거.

에어컨 룸이 툴라싯과 독참바는 100,000킵이란다.

에어컨은 없지만 방이 시원하고 사실 에어컨이 없어도 별 문제가 없다하니 오늘 하루 그냥 지내보기로 한다.

일단 하루를 지내보니 에어컨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이다.

작은 동네니 동네 구경할 것도 없고 해서 숙소에서 빈둥거리다 뭔가 볼거리를 찾아 거리에 나서서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왠,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진동하는 곳이 있었다.

맛있어 보였다.

 

 

 

 

잔뜩 숫자를 써 놓은 종이를 보니 정확하게 뭔지는 몰라도 대략 삼 만에서 삼만 오천정도 하는 것 같았다.

삼 만짜리를 가리키니 무, 즉 돼지고기란다.

그것을 시켜서 나오는 것을 보니 돼지 껍데기 구이였다.

여기에 각종 채소들이 나오고.

라오비어가 맛이 좋다고 하니 한 병 추가.

실컷 먹고 계산을 해보니 사만 오천킵이란다.

맥주가 만 오천인가?

전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알 수도 없고 그냥 돈으로 줘야지 어쩌겠어.

아무튼 맛있게 잘 먹었으니 좋았다.

확실히 이 동네 음식 나오는 것을 보면 태국보다는 양이 더 크다.

 

돌아오는 길에 수박을 만난다.

훼이사이에서 루앙남타를 올 때 길가에서 보았던 수박은 우리나라 스타일이었다.

크기도 그렇고 수박에 무늬도 비슷하고.

해서 이놈을 하나 사서 먹고 싶었는데 루앙남타 중심가에는 수박 파는 집이 없더라고.

해서 포기를 하고는 입맛만 다셨는데, 고기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있는 미용실에서 수박을 팔고 있었다.

한 통에 오천킵이란다.

우리나라 돈으로 700원 정도.

 

 

 

그래, 오늘은 수박을 한 번 먹어보자.

해서 한 통을 사서 들고 와 숙소에서 먹어보니, 그래 이 맛이여.

너무 좋았다.

그런데 양이 많아 반의 반 밖에 먹지 못했다.

역시 수박은 사서 들고 오는 것도 만만찮고 먹기도 만만찮은 놈이었다.

 

저녁시간 루앙남타는 무조건 나이트바자.

할 일이 크게 없는 루앙남타에서는 저녁시간에 모두 나이트바자에 모인단다.

숙소 바로 앞이 나이트바자이니 안 가볼 수가 없다.

배는 잔뜩 부르지만 그냥 삼아 나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먹으면서 환담을 하고 있었다.

앞쪽은 먹자판이고 뒤쪽은 채소를 파는 매장이 있는데, 도시 규모에 어울리게 아담 사이즈였다.

훼이사이에서 올 때 같은 차를 탔던 할머니도 만난다.

이 할머니 오는 도중 계속 뭔가를 가방에서 찾으시던데, 이런 일로 차로 이동 중에 심심하지는 않으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나 서양 할머니나 왜 뭔가를 계속 찾으실까?

 

여기서 한국 여행자 한 사람을 만난다.

루앙남타는 라오스 여행의 주 코스인 위앙 짠, 왕위앙, 루앙푸라방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중국 운남성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잠시 들리는 정도이지 많은 한국인이 오는 곳이 아니어서 한국인이 참 귀했다.

길게 아주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내일 점심식사를 대신하자며 헤어지는데 11시가 넘어 있었다.

숙소는 싸고 여러 가지로 좋은데 침대에 누워보니,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마치 물침대에 눕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완벽한 숙소는 참 드물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