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2013 여행

지나고 보니 머문 날이 아깝던 곳, 무앙쿠아

정안군 2013. 5. 4. 18:02

요란한 밤이 지나갔다.

천둥과 번개 그리고 폭우에 정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 밤이었는데, 거기에다 더 확실한 것은 천정에서 비가 새어 밤에 집사람 침대로 이사를 해야 했던 것.

새벽에도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내리다 했더니, 그 요란했던 소리는 옆집 양철지붕위로 빗물이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였었다.

그러니까 천둥도 치고 번개도 가끔씩 치기도 했지만 그 요란했던 소리는 효과음이었던 거.

아침에 일어나도 정전은 계속되었다.

 

아침 산책에 나서자 비가 온 뒤라서인지 시원한 감이 더했는데,

우선 디엔 비엔 푸 가는 버스가 서 있던 곳을 가보니, 어제 우리 숙소에서 본 서양 젊은놈도 타고 있었고 거의 만석이기는 하지만 여유가 있어 보이는 버스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 버스는 사라졌는데.

어제 숙소 주인은 출발 시간이 7시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서 이 동네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소에 가보니 앞에다 몇 장의 종이를 붙여 놓았다.





이 종이를 보니 디엔 비엔 푸 가는 시간을 확실히 알려 주고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출발하는 놈은 7시가 아니고 새벽 6시.

그리고 우돔사이에서 출발하여 오는 놈은 11시 30분 쯤 이 동네에 오는데 이놈은 거의 만석을 채워 올 가능성이 높단다.

허나 이 동네에서 출발하는 놈은 가끔씩 빼먹기도 하는 모양인데, 어쨌든 오늘 버스는 정확히 제 시간에 출발을 하였다.

 

농키아우로 가는 뱃시간은 9시 30분이다.

누가 그리고 어제 우리를 데리고 온 배를 운전한 젊은 친구가 있나 하여 가보는데, 서양인 몇 명을 제외하고는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기도 5명 이내이면 요금을 더 내는 그런 규칙이 있나보다.

서양인들은 4명이던데, 1명이 모자라 요금을 더 내게 될 수 없는 상황인 듯.

아직 열지 않은 가게의 덧문 차례를 매긴 번호가 재미있었다.



아무렴, 번호가 다르면 문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지.

 

좁은 동네, 갈 곳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이곳저곳을 가보는데,

옛날 콘크리트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 제 역할을 하던 현수교.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을 하는데, 이 위로 오토바이를 탄 채로 달리는 인간들도 많더라고.

아이들 따라서 문도 열려 있지 않은 학교도 가보고, 동네 끝까지 가보기도 하고.

크게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네 구석구석 보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이 동네에는 작은 시장이 있는데, 저녁에는 보이지 않던 소수민족 아줌마들이 아침에는 보였다.



이들이 가지고 오는 것은 요즘 많이 나는 듯한 죽순, 그리고 엄마 아빠 말을 잘 듣지 않고 나돌아다니다 재수 없이 잡힌 동물들 거기에 이 동네 강에서 잡은 게들.





아마도 이런 것을 팔러 꼭두새벽부터 걸어서 내려왔을 것이다.

기껏 와서 정말 푼돈을 받고 이것들을 넘긴 다음, 간신히 국수 한 그릇 사먹고 자기 마을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할게다.

이들을 보면 정말 안쓰럽다.

키도 작고 몸도 가냘파서 보기도 애처로운데, 옷차림은 왜 그리 꽤 재재한지.

치마와 머리 장식만 전통 복장이고 윗도리는 요즘 어디선가 버려진 옷가지를 입은 모습인데, 어느 부족인지 물어보아도 말이 통하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머리 장식에 은전을 단 것을 보면 아카족인가 싶어 물어보아도 전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원.

 

고구마도 있네.



속살은 노란색과 보라색.

참 세상은 다양해요.



오늘 생활비와 내일 차비를 계산해 보니 돈이 좀 모자랄 것 같아 환전을 하려고 은행에 가보는데,

은행 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ATM을 이용해서 돈을 인출하려고 해도 혹시 기계가 카드를 먹어버리면 찾을 방법이 없어 보이고.

내일 늦게 우리가 출발을 하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이른 새벽에 출발을 하니 그럴 수도 없었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중국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기로.

은행 앞에 중국인 후손이 운영하는 듯한 가게에 가서 환전하고 싶다고 하니, 달러는 은행에 가서 바꾸라고 하다가 달러가 아니고 중국 런민삐라고 하니 대번 환영이다.

은행보다 훨씬 더 쳐주고.

다른 곳은 몰라도 라오스 북쪽을 여행할 때는 달러보다 중국 인민폐를 가지고 오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 같다.

특히 중국을 여행하고 오는 경우에는 중국 인민폐를 그대로 가지고 오면 돈 문제는 가볍게 해결되겠다.

 

그런데 왜 오늘 은행 문을 모두 닫았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오늘이 바로 노동절 그러니까 5월 1일이었다.

그러니 모두 놀 수밖에.

은행만 논 것이 아니고 학교도 놀고 모든 관광소도 놀았을 테고.

심심해서 가본 학교도 다 주인이 없는 채로 빈 건물만 있었다.

 

이 숙소에는 미미라는 총각이 일을 보고 있는데.

내가 심심해서 보던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옆에서 한참을 보더니 내가 많이 부러운 모양이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설명을 해줘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했는데도 한참을 보더라고.

이런 영화를 컴퓨터로 보는 환경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괜히 순진한 청년에게 바람만 집어 넣었나?

하지만 우리 숙소는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몇 대를 놓고 시간 당 얼마씩 챙기고 있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는 다 이리로 왔는지 아침부터 엄청나게 북적대었다.

뭐가 그리 재밌나 하고 보니 중국판 게임인데, 모두 총을 쏘고 피가 튀기는 그런 부류의 종류였다.

이 동네 아이들도 이런 환경에 계속 노출이 되면 폭력지수가 높아질 텐데 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사돈 남 말하는 처지이니 이거야 원.

 

점심이나 저녁을 먹기 위해 이 동네에서 잘 나가는 식당에 가보면,

언제나 등장하는 사람들이 중국인 회사원 일당들이다.

어제는 자기 직원들 회식을 한 듯싶고, 오늘은 라오스 관계자를 모시고 대접을 하기 위해 모인 듯 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들 행동을 보면 무엇 때문인지 훤히 알 수 있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런 촌구석에 중국인들이 몰려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대충 짐작하기는 여기서 베트남 넘어가는 도로 포장 공사를 맡아서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내일 가면서 보면 알 수 있겠지.

하여튼 중국이라는 나라, 참 대단하달 수밖에 없다.

 

아무리 봐도 이 동네 별 매력이 없는 동네이다.

하루 종일 좁은 동네 이곳저곳 다녀 보아도 결론은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비가 내려서인지 많이 시원했는데, 강이 가까워서있지 습도가 높아서 쾌적한 편은 못되었다.

숙소 방 침대도 뽀송뽀송한 맛이 전혀 없고 눅눅해서 이런 곳에서 오래 생활하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그런 느낌.

이틀을 여기서 보냈지만, 여기서 하루만 묵고 떠나는 것이 정답일 듯.


모두 시원찮았지만 돌아 다녀보니 이게 그 중 나아보였다.

만차이 게스트하우스라.

그것보다도 얼른 이 동네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 듯.



그래도 이 동네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장면.

이 아저씨 우리나라 오대 장성 중 하나인 병장님 옷을 입고 계시더라고.

자랑스러워서 한 장 찍어 드렸다.



베트남 가는 길에 새로 놓인 다리와 그 밑으로 흐르는 강은 얼마 안 가서 다른 강과 만나는데,

이런 것도 구경거리가 되는 동네라는 것이 한없이 웃긴다.




이제 라오스는 끝나고 베트남 2013 여행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