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2013 여행

디엔 비엔 푸로 가는 길목, 무앙쿠아까지

정안군 2013. 5. 3. 13:17

 

이동 거리 : 93 km


무앙쿠아까지 잘 올 수 있었다.

인원이 적어 돈이 좀 더 들었지만.

그래도 배를 통째로 빌리거나 우돔사이로 돌아가서 다시 무앙쿠아로 가는 그런 경우는 피할 수 있었으니 결론적으로 잘 되었다.

 

이야기는 다시 아침부터 시작한다.

모처럼 과학인 침대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아주 편안한 밤이었다.

루앙남타나 우돔사이에서는 침대가 스프링이 없고 그냥 쿠션으로만 되어 있어 마치 물침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영 편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는데, 이곳 숙소는 다른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싸고 무엇보다도 침대가 좋아서 아니 침대 스프링이 좋아서 후한 점수를 준다.

잠을 잘 자서 그런지 몸이 상쾌하니 이런 기분에 아침 산책을 안 할 수가 없지.

밖에 나서니 안개가 산 주변을 감싸서 정말 그림 같은 경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와, 정말 멋있군.

이런 경치 때문에 이곳에 오는 것이겠지.

 

탁발 스님과 동네 주민들의 공양하는 모습을 이곳에서 다시 본다.



루앙남타와 우돔사이는 아무래도 대도시(?)라서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든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우리가 다시 시골에 왔음을 새삼 깨닫는다.



탁발 행사가 끝나면 뒤처리는 닭들이.

이렇게 아침 감상을 기분 좋게 마친다.

이렇게 좋은 기분이고 해서 우리 숙소 복많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먹어 주기로.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를 선택하는데, 미국 사람은 다 이렇게 먹는지 몰라도 세라락이 일단 메뉴에 들어 있는 것을 보니 아주 벗어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어쨌든 라오스는 태국보다 푸짐하기는 하다.

한참 먹고 있는데, 바로 전에 우리와 함께 무앙사이로 가고 싶다던 이탈리안들이 다시 와서는 미안하다면서 루앙프라방으로 간단다.

우리는 사람이 좀 더 모여져서 무앙쿠아를 아주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많이 좋아 했는데, 좀 김이 새고 말았다.

 

어제 9시에 선착장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기에 그쪽으로 가는데, 도중에 메리 할머니와 치카상과 만나서 자연스레 함께 할 수 있었다.

선착장 매표소에 가보니, 다행해 무앙쿠아도 정기 배편이 있었다.




다만 5명이 되어야 120,000킵인데, 5명이 안되면 돈을 더 내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한 명이면 500,000킵이고 두 명이면 150,000킵인데, 우리는 3명이지만 두 명 값을 내야 된단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신나서 표를 산다.

그래서 오늘 혹 무앙쿠아를 갈 수 없으면 가려던 ‘무앙 응오이 느아’는 그냥 지나가면서 보는 걸로 대신한다.

 

6 시간이 넘는 긴 여행이라서 먹을 것도 준비하고, 앞에 있던 스님과 작은 스님 사진도 몰래 찍고 또 메리 아줌마와 영어 공부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치카상이 자기 여권이 안 보인단다.



이거, 일 났구먼.

벌써 정신이 반쯤 나간 치카상을 데리고 우선 어제 잔 숙소부터 확인을 하는데, 일단 거기는 없었다.

다음은 중국에서 처음 잔 루앙남타 숙소에 전화를 하기로 하는데, 그게 좀 힘이 들었다.

선착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더니 전화가 돈이 다 되었다고 끊지를 않나, 앞 아저씨는 전화를 하려나 루앙남타 지역번호가 뭔지 몰라 전화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언뜻 생각난 우체국에 데리고 가보는데, 다행히 이곳은 시외전화가 가능했다.

메리 할머니의 가이드북 복사본과 치카상의 가이드북에 나온 전화번호로 모두 확인을 해보는데, 한 곳은 전화를 받는 친구가 ‘NO ENGLISH'하며 끊어서 우체국 직원의 도움까지 받았지만 결국은 없다하고, 우돔사이의 게스트하우스에도 전화를 해보지만 그것도 결국은 없단다.

시간을 보니 10시 50분이다.

풀이 죽은 치카상에게 일본대사관은 일본인에게 도움을 확실히 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위앙짠(비엔티엔)에 가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고 라오스 비자를 받으면 일본으로 어렵지 않게 귀국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무앙쿠아 가는 것은 취소하고 일단 오늘 중으로 루앙프라방으로 간 다음 위앙짠으로 가기로.

그런데 짐을 맡겨놓은 곳에 와서 집사람에게 여권을 찾지 못했다고 하니 치카상에게 다시 한 번 짐을 천천히 같이 찾아보자고 한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가방을 열더니 ‘앗, 여권이 여기 있네.’

바로 가방 속에서 여권이 출현한다.

이거야 원.

그래도 다행이다 치카상.

우리 함께 가게 되었어.

이거야 말로 최후의 10분이구만.

이런 작은 소동을 마치고 우린 무앙쿠아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라오스인 몇 명과 무앙쿠아로 가는 우리 3명과 메리 할머니를 포함한 무앙 응오이 느아로 가는 서양인들 이렇게 배를 가득 채우고 기분 좋게 출발한다.

오랜만에 하는 배 여행이다.

중간에 보이는 경치는 계림 유람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나름 동남아 경치가 물씬 풍겨서 꽤 만족스럽다.

이렇게 엉덩이가 배길 정도가 된 한 시간이 지나서 무앙 응오이 느아에 도착을 하니, 타고 있던 서양인은 모두 다 내렸다.



여기서부터는 현지인들과 종점에서 내릴 우리 3명이 총 인원이다.

중간 중간 나오는 마을에서 사람과 짐을 내려 주면서 물길 여행을 이어가는데.















너무 멋진 마을도 나오고 또 물소들 노는 모습 그리고 아이들이 옷을 홀랑 벗고 강에 뛰어 들어 수영을 하다가는 나와서 바로 옷을 입는 모습.

어릴 때 내가 부여 백마강에서 노는 모습을 이 아이들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중간에 텐트를 쳐 놓은 곳도 있었는데, 아마도 서양인들 트레킹에 나서면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하는 곳인 듯했다.



중간 타잔 놀이도 하고, 카약도 타고 또 동네 구경에 나선 서양인들이 있었는데, 배를 함께 탄 노스님과 작은 스님이 배에서 내리자마자 개떼처럼 달려들어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야만스럽게 느껴졌다.

나도 반성을 한다.

그들도 한 개인 인격체로써 사진을 찍히지 않은 권리가 있음을.

그럼에도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곳에 오면 아무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음을.

우리가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 그렇게 사진을 찍어댈 수 있을까?

 



중간에 우리가 산 바나나를 하나씩 현지인들에게 돌렸는데, 그 중 한 분이 우리에게 살갑게 대해 주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내리고 이 분이 마지막에 내리는데, 내릴 장소를 보니 집 한 채도 보이지 않는 곳이어서 집이 없는데 어기서 왜 내리냐고 물으니, 내려서 한참을 올라가야 된단다.

얼마를 올라가야 되느냐고 하니 2시간 걸린다고.

이런 이야기가 손가락으로 해결이 되는 것을 보니 언어라는 장벽은 마음속에 그를 담으면 쉽게 해결되는 것이라는 알 수 있다.

우리를 떠나보내면서 손을 한참이나 흔들어 준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지만, 정말 그들도 우리처럼 아니 우리보다 더 다정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인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점점 상류로 올라가면서,

물살이 센 곳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자갈이 쌓인 곳도 많아진다.

쥐박이가 보면 꽤 좋아했을 장면이다.

점점 더 주변은 시원해지면서 날도 점점 기울어 가는데 갑자기 앞에 번듯한 교량이 나온다.

이게 웬 것이지?

무앙 쿠아에서 베트남 디엔 비엔 푸로 가려면 다리가 없어서 배로 강을 건너간 다음 차를 탄다고 했는데 왠 다리가?

 

 

어쨌든 다리가 나오고 잠시 후 무앙쿠아에 도착을 한다.

우리 3명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배 선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경사를 오르는데, 치카상이 보아둔 게스트하우스가 바로 앞에 이었다.




팬룸 싱글이든 트윈이든 모두 60,000킵이란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게스트하우스뿐만 아니라 무앙쿠아란 도시 자체가 굉장히 퇴식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바로 위에 있다는 호텔에 가 봐도 그렇고.

도시 건물도 모두 영 그렇고 그런.

 

영어가 나보다 더 어설푼 숙소 주인에게 우선 디엔 비엔 푸가는 버스에 대해 묻는데.

아침 7시에 버스 스테이션에서 출발한단다.

강 건너가 아니고.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고 있던 서양 청년이 덧붙여 주기를 우돔사이에서 출발한 버스는 여기 정션에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지나간단다.

그래.

그럼 정션이 어딘지 확인을 하면 되겠군.

숙소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 삼거리에 호텔이 있고 그 호텔 앞길을 따라 100여 미터쯤 가면 다시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이 서양 청년이 말하던 정션이었다.

가보니 현대 차량 소형 버스가 한 대 서있는데 그 앞에 디엔 비엔이라고 쓴 판이 걸려 있다.



이래서 확인 끝.

 

이 동네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내일 디엔 비엔 푸로 가는 것이 정답일 것 같은데.

여기까지 함께 온 치카상이 너무 힘들었다고 내일은 좀 쉬자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하기로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조건인 모기도 많고, 인터넷도 와이파이라는 것은 구경도 할 수 없고, 인터넷을 컴퓨터로 하는데 10,000킵이나 하고 하여튼 여러 가지로 마음에 두는 구석이 없는데 별 수 없이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야 될 것 같다.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이곳저곳을 다녀 보는데.

이제는 건너는 사람이 없어져서 옛날 뱃사공은 실직의 쓰라림이 있었을 나루터.

그 옆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땅을 파고 드러누운 돼지님의 모습이 정다웠다.



시골은 시골이네.

밤에는 별도 참 많이 보일 동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