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2013 여행

강마을 농키아우로

정안군 2013. 5. 2. 15:38



오늘은 너무 힘든 하루였다.

사실 우돔사이에서 농키아우까지는 GPS로 찍어보니 114 km정도인데, 시간은 5시간이나 걸렸다.

그건만이었으면 그나마 좀 나을 텐데, 어제부터 우리가 가이드로 삼은 치카 아줌마의 일본인 특유의 자료에 대한 확신 때문에 터미널에서 죽치고 기다린 2시간을 더하면 무려 7시간을 이동하는데 투자했으니.

원래 하루에 한 대 있는 농키아우행은 터미널 창에 9시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저녁에 우리 방을 찾아온 치카 아줌마는 내일 버스가 8시라서 7시에는 만나서 함께 가자고 하더라고.

나야 시간이 9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그러마하고 오늘 7시부터 나가서 기다린 것.

당연히 그 시간에는 버스는 없었고 대신 다른 동네 가는 놈들만 대기하고 있더군.

소득이라면 베트남 디엔 비엔 푸가는 버스가 8시에 출발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

 

 

 

8시 출발이지만 실제는 40분쯤 가긴 했다.

시간이 널널하여 주변을 살펴보니 대충 이런 모습

 

 

 

이곳의 한 작은 구멍가게에서 산 복숭아.

미니 사이즈로 복숭아 맛이 진하게 나긴 나는데 먹을 것은 너무 없었다는 전설이.

 

 

어쨌든 시간은 흘러 우리 버스도 들어 왔는데, 작아도 너무 작은 놈이었다.

치카상에게 일본에 돌아가면 토요다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이 버스 좀 바꿔달라는 부탁을 하라고 농담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낡아도 너무 낡았다.

 

 

치카상 이야기로는 한 40년 전 미니버스 같다나?

치카 아줌마가 올해 35세라고 했으니 치카 아줌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 분이다.

어쨌든 잽싸게 앞자리를 잡았는데, 이것은 뭐 자리를 구겨 넣어야 간신히 타는 자리이다.

또 엔진이 있어서 뜨겁기까지.

골고루 여러 가지로 다하는 자리.

그나마 앉아 있어도 갈 생각을 안 한다.

갈 듯 말 듯 그러다가 한 시간이 흘러 10시가 되었는데,

그래도 갈 생각은 전혀 없는 운전기사.

성질 급한 한국사람 이대로 참으면 안 되지.

해서 기사에게 이제 그만 갑시다.

그랬더니 표 파는 곳에 가서 영어로 말하란다.

뭔 소리가 했더니 이랬다.

이 동네 시스템은 기사가 가고 싶다고 가는 것이 아니고 표 파는 아줌씨가 사인을 해주어야 갈 수 있었던 거.

표를 팔 때에도 이름을 적으라고 하고 또 표에도 이름을 쓰라고 하는데, 어쨌든 이런 복잡한 과정은 한 종이에 정리가 되어 있다.

이 종이에 뭔 담당인지 담당자가 사인을 해주어야 갈 수 있는 거.

이것은 목소리 센 우리 집사람이 표 파는 창구에 가서 소리를 지르며 항의해서 알아낸 결과이다.

자기네도 멋쩍었는지 바로 사인을 해주어서, 목 빠지게 기다리던 라오스 현지인과 우리 일행인 메리 할머니 그리고 치카상도 덕 보게 된 거.

역시 새 역사를 창조하는 한국인들이다.

그런데 모두 타고 나니 16명이었다.

아니, 12승에 16명이 왔으면 바로 출발시킬 일이지 도대체 왜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건지 당체 원.

 

이렇게 어렵게 일단 출발을 한다.

그런데 시내를 벗어나자, 어럽쇼 이게 뭐야.

길 상태가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루앙 푸라방 가는 주도로가 맞나 싶었는데, 루앙 푸라방에서 곤명까지 가는 버스도 오는 것을 보니 맞더라고.

길은 아마도 대형 트럭이 다니면서 삭 조져 놓아 이렇게 개판이 된 것 같았다.

포장된 곳 반, 안 된 곳 반이 정확한 표현 같다.

거기다 천 미터가 넘는 산을 두 개를 넘어가야 하는데.

그런데 이 길을 자전거로 넘는 청춘들이 있더라고.

이렇게 두 시간을 넘겨 달린 거리는 60km도 안 되는 거리.

동티벳에서 경험한 마의 도로보다는 좀 낫지만 거의 버금가는 도로 체험이다.

 

 

 

 

팍몽 전 25km 지점에서 화장실 타임이 있었다.

시간은 있었지만 화장실은 정해진 곳은 없고 자유롭게 자연을 활용하기.

팍몽에서 농키아우 가는 길이 갈라진다.

그런데 갈라지고 나서 길 상태는 훨씬 좋아 차는 빠르게 움직였는데 그 대신 사람들이 내리면서 짐을 받다 보니 시간은 한정 없이 늦어져서 결과는 5시간이나 걸리게 된 것.

오는 도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린 곳은 남박이라는 곳인데, 이곳도 서양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지 게스트하우스나 영어 간판을 건 식당들이 많았다.

 

 

 

나중에 지도에서 확인하니 농 키아우에서 강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곳이 남박이라는 동네더라고.

 

어렵게 도착한 동네 농 키아우

마침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잠시 쉬려고 했더니 농 키아우를 상징하는 다리까지는 좀 멀단다.

해서 특유의 라오스 시스템이 적용이 되어 이 작은 동네에서도 터미널에서 중심가까지 5000킵을 내고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메리 할머니가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단 내려 보니 예약한 방 말고는 모두 풀이란다.

해서 다리 쪽으로 이동하다가 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숙소를 알아보는데.


 

치카 아줌마는 자기가 가지고 온 가이드북에서 한 곳을 가보더니,

싱글은 자리가 있는데, 더블이나 트윈은 자리가 없다한다.

가만히 보니 치카 아줌마는 그곳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 그러면 우리 걱정은 말고 그곳에 가라고 하니 엄청나게 고마워한다.

왜 고마워하지?

하여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정말로 엄청나게 특이한 사람들이 일본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대충 알아보니 다리 건너기 전 게스트하우스는 모두 풀이었다.

해서 식사를 마치고 치카 아줌마와 헤어져 다리를 건너가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보는데,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강을 건너지 빈 게스트하우스가 널려있었다.

방 하나에 오만킵이라는 그러니까 우리가 태국 치앙라이에서 시작하여 숙소를 잡아 온 이래 최저의 숙소를 여기서 잡게 되었다.

 

 

들어와 보니 싸게도 생겼지만 하루 자고 가는 건데 하고 생각하니 참을 만 한 정도.

 

그런데 내가 라오스를 너무 우습게 알았나 보다.

이런 촌구석에도 ATM기와 와이파이가 되는 숙소가 널렸다.

심지어 최고로 싼 우리 숙소도 와이파이가 되더라고.

역시 이득이 되면 문명의 이기는 재빨리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있다.

 

저녁 무렵에 산책을 시작하여 나섰는데,

얼마안가 바로 어두워졌다.

동네가 워낙 작다보니 정말 시골 같은 분위기가 여기저기에서 풍기는데, 동네 길을 걷다보니 정말 정겨운 곳이었다.

 

 

 

 

 

 

이곳에서 며칠 쉬었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는.

하지만 우리 가이드 치카 아줌마의 일정 때문에 내일도 이동을 해야 될 판이다.

여기서 무앙 응오이까지는 별 문제가 안 되는데 무앙 쿠아까지는 배편이 잘 없는 모양이다.

무앙 쿠아까지는 사람이 모아져야 가는 경우인데 글쎄 내일 무앙 쿠아까지 가는 사람이 있을까?

정이나 안 되면 다시 우돔사이로 돌아가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디엔 비엔 푸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는데.

글쎄 어떻게 될지 내일 선착장에 가 봐야 될 듯하다.

 

밤이 깊어지니 벌레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데, 곤충의 나라답게 방에도 벌레가 여러 마리 침투해서 나하고 놀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