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013 여행

사파에서 결혼식 하객이 되다니 이런 영광이

정안군 2013. 5. 11. 10:51


모처럼 아침에 날씨가 화창하다.

여기 온 이래로 새벽에는 꼭 비가 내렸고 그리고 날이 조금씩 개면서 안개의 잔치를 보여 주곤 했는데,

판시판의 모습이 선명하다.

오늘같은 날 정상에 서는 사람은 정말 복 받은 사람일거라는 거.

우리도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강력하게 들었는데 정말 그랬다.



오늘도 아침 산책에 나섰는데, 길가 한 집의 모습이 뭔가 심상치가 않아 보였다.

해서 안에 들어가 보니 뭔 잔치 같았는데, 한참을 물어서야 웨딩이라는 반가운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흐~~~

결혼식이라는 거지?



집안에는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게 상차림이 있었고.



분위기를 보니 신부네 집에서 신랑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관계되는 아줌마들은 곱지 않은 아오자이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고.

아니다.

색깔은 고왔는데 몸매가 곱지 않았구만.

게다가 옆구리 살까지 보이는 아오자이는 얄창한 아가씨들이 입어야 잘 어울리는 옷이라는 것을 이 아줌마들이 증명을 해 주더라고.



뭔가 바깥이 소란스럽더니.



신랑 아버지가 오셨다.

신부 아버지의 열렬한 환영이 있었고.



그리고.



이어서 등장하는 함 같은 상징물.

속에는 장식품으로 사용될 물건처럼 보였고, 나중에 공개되었는데 자세히 어떤 물건인지 알 수 없었다.

좋은 거였겠지.



한참동안 자리를 정돈하고서는.



신랑 아버지가 한 말씀 하신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뭐 그런 말 아니겠어?



"신랑 아버지를 모시고 이런 귀한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아마도 이런 말이었을거야.

신부 아버지의 한 말씀.



밖에는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이런 음악 시설(?)이 신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귀청이 나갈 정도의 소음으로.

잠시 후 신랑이 와서 소리를 줄이기는 했지만.

한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집 개 아저씨는 뭔가 얻어 먹을 것이 있나하고 기웃거리다가는 자기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구석에서 조용히 자더라고.


'상가집 개'라는 표현처럼 잔치집 개도 별로 대접을 잘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잘 생각했다, 이 놈아.



손님을 맞는 신부 들러리들.



드디어 등장한 신랑과 신부.

오늘의 주인공들이 되시겠다.



예쁜 신부가 손님들에게 차 한 잔씩 돌린다.



신랑도 나서고.

이런 간단한 순서가 끝나자.



신랑과 신부는 밖으로 나가서 잠시 머물다가는.



이렇게 행진을 시작한다.

어디 가는 거지?

궁금한 우리도 따라서 같이 나서고.



반대쪽에서는 트레킹에 나선 웨스턴들이 지나다가 오월의 신랑, 신부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잘 살어~~



이렇게 좋은 차들이 옆에 주차되어 있었는데, 차는 이용하지 않고 어디론가 열심히 가는데.



길 폭이 작은 동네라서 대번 정체가 일어난다.



이 동네 화제 인물들인 웨스턴도 같이 나서고.

이들 부부는 이 동네 몽족의 의상을 입고 이렇게 나들이 다닌다.



결국 도착한 곳은 호텔 식당 피로연장이었다.

우리도 신부 하객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 제대로 된 하객 노릇을 시작한다.



이 동네 사람들도 붉은 색을 참 좋아한다.

온통 이 네들 국기 색인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이다.



이렇게 음식이 차려져 있다.

여기에 몇 가지가 더 나온다는 거.



제대로 연회장 앞에 선 신랑과 신부.

좋은 계절에 좋은 부부가 된다.



짧은 공연과 짧은 순서의 예식.

친척들이 금목걸이나 팔찌 등을 선물하고는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이 좀 이채로웠고 나머지는 우리나라 요즘 결혼식 스타일과 거의 흡사했다.

미리 비디오를 찍어서 화면으로 보여주고.

여러 단을 쌓아 올린 잔들 위에 삼페인을 붓고는 이 잔들을 부모나 친척에게 조금씩 맛보게 하고.

이런 것들은 정말 낯익은 장면인데, 우리나라가 원조일까?

미국에서는 이런 것들은 안 한다고 하던데.


간단한 식이 끝나고는 먹는 판이 벌어졌다.


가끔씩 친척들이 상을 돌며 술잔을 채웠는데, 이 때 완 샷을 해야 해서 좀 고역스럽기는 했다.

술 돗수가 33도나 되는 술이던데.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너무 유쾌하게 잘 대해주어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너무 잘 챙겨주기도 하고.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대화는 불가능했지만, 분위기만으로도 너무 좋았다는 거.


"Can you speak English?"


한참을 생각하던 한 아줌마.


"No"


모두 한참동안 같이 웃었다.


'No'도 영언데 못하다고 하니 우습다고.

과연 그랬군.



이렇게 우리와 같은 상에서 음식을 나눈 사람들과 기념 사진을.


그리고 작은 정성을 봉투에 담아서 신부 어머니에게 드렸다.


이 분들도 그 모습을 보고는.

"음, 이 한국 사람들 싸가지가 있구먼"


이렇게 생각하는 표정들이었다.



정말 이런 푸짐한 점심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는 자리에서 떠나는데, 신랑과 신부는 우리에게 뭔가 기념물을 주었다.


아마도 복 많이 받으라고 준 물건이 아닐까 싶은데.


밖에 나와서 우리보다 복을 받지 못한 분위기인 소수민족 몽족 할머니에게 드렸다.

우리 대신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이렇게 귀한 결혼식 하객 노릇을 잘 마칠 수 있었다는 거.


참, 여러가지로 영광이었다.


그리고 좋은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서 너무 좋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