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4 여행

[충주] 꽃샘 추위가 왔다지만 봄 빛이 짙내요.

정안군 2014. 4. 4. 20:09



우리가 오기 전까지 거의 초여름 날씨였다던데, 오늘 날부터 꽃샘 추위가 몰려 왔답니다.

하지만 추운 정도는 아니고 시원하다고 할까요?

모처럼 상쾌한 느낌이 들어서 좋기까지 하더군요.


어제는 비도 내리고 좀 궂은 날씨였지만, 오늘은 가끔씩은 해도 나오고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집에서 쌓인 피로를 풀 겸 쉬었고, 오후에 산행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가 좋은 점이 집 근처에 알맞은 산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맞다니까요.

우리나라 좋은 것 맞습니다. ^^

하지만 우리나라만 좋은 것은 아니라니깐요.


산길로 접어드니 여기저기 꽃들의 모습이 많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꽃 색깔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좋더군요.

전에는 생강나무나 산수유가 피고 나서 개나리가 피고 그랬는데, 이번 봄은 그런 순서 없이 누구에게 쫒기듯 몽땅 한꺼번에 피어버렸어요.

이러면 사실 재미가 없는데...



조팝나무 꽃도 벌써 피기 시작했습니다.

너 너무 빠른 거 아냐?



우리 동네 벚꽃은 보통 10일이 넘어야 피곤 했는데, 이렇게 활짝 피어 버렸습니다.

역시 화려함으로는 벚꽃을 따라올 게 없어 보입니다.

특히 떼로 몰려 있으면 그 화려함이란.




진달래도 벌써 피었습니다.

사실 진달레는 직접 보면 별 수 없지만, 사진 발을 참 잘 받지요...

도대체 흙 속에서 어떻게 이런 색을 찾아 꽃 색깔을 만들었을까요.


누가 뭐래도 진달래는 혁명의 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한 사월 혁명을 상징하던 꽃으로 한참 동안 대학 신문을 장식했었죠.

7080 세대 이야기입니다.


그 때 그 모습에 진달래가 북한의 국화니 뭐니 하며 꼴 값을 떨던 아저씨들도 있었고요.


하긴 지금도 그 꼴 값을 떨고 계시니.

조*동인지 뭔지 하는 애들 말입니다. ^^



생강나무 꽃은 벌써 퇴색했네요.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꽃 색깔도 그렇고 피는 시기도 엇비슷해서 많이 혼동했었죠.

그러나 나무를 보면 구분이 됩니다.

생강나무는 매끈하고, 산수유는 껍질이 투박하지요.

물론 나중 열매는 아주 다릅니다.


산수유는 봄에는 노란색으로, 가을이면 붉은 색으로 치장을 하는 참 예쁜 나무입니다.

생강나무는 그냥 그러네요.

둘이는 괜히 닮아 가지고 비교가 됩니다.

생강나무 미안해.

너도 뭔가 좋은 것이 있을 거야, 그렇지?



이렇게 싹이 움트는 모습을 보면 뭔가 철학적으로 변한다는 거 아닙니까?

줄기는 그대로 있지만 새 잎이 나고 그 잎은 철이 지나면 다시 떨어져 땅으로 돌아가고.


인간 하나 하나의 모습 같기도 하지요.

인간 세상은 그대로 있지만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은 나서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


이런 의미가 새삼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역시 봄은 참 좋습니다.

작년에는 이 좋은 시절을 혹서기 태국에서 지냈는데, 이 년만에 이런 봄을 느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