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4 여행

[충주] 고윤기 교수에게서 일연의 삼국유사를 배운다.

정안군 2014. 4. 13. 18:19

 

 

 

 

고윤기 선생은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분으로 삼국유사 책 시리즈를 통하여 첫 대면을 하였습니다.

물론 직접 만난 것은 아니고 책 속에서 만난 것이지요. ^^

 

삼국사기는 김부식이 그리고 삼국사기는 일연이 쓴 책이라는 것이야 우리나라 국사를 배운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듯이 그 책을 읽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책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책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중요하니까요.

단정해서 말하면 시험에 출제될 만한 것만 알면 되는 것이지요.


대단한 우리나라입니다. ^^

나도 사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쯥 .   


요즘 아침 9시 도서관에 출근을 해서 태국어와 중국어 자습을 하고는 도서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귀가를 합니다.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려해도 사실 웬만한 책은 거의 읽어서 읽을만한 책이 없거든요.

아니네요.

이렇게 말하면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은 것이 되니...

그게 아니고 내가 보고 싶은 책 가운데 웬만한 것은 다 읽었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군요. ㅎ


그런데 모처럼 내 식성에 딱 맞는 책을 발견했답니다.

그게 바로 삼국유사 전문가 고윤기 선생이 펴낸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시리즈입니다.


1권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을 서가에서 잠시 읽어보고는 마음에 들어 2권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까지 빌려서 왔습니다.

돌아와서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1권을 읽어 보니 꽤 재비있네요.

정말 모르던 것을  많은 알려 주었습니다.


삼국유사가 유명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우리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런 것들인데요.

물론 일제에 의한 삼국유사 연구가 일제강점기 그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연구였다고 하지만 근대 학문 분야에서 연구라든지 열의는 우리보다 훨씬 앞섰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네요.


책 내용을 다 소개할 수는 없고요.


1권내용 중에서 충주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잠시 소개합니다.

고려 중기 대몽 항쟁 시기에 충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충주 판관 유종주와 부사 유홍익은 각각 양반별초와 노군잡류별초를 거느렸답니다. 

그런데 서로 의견 대립만 하다가 막상 몽골군이 쳐들어오니 모두 도망가고는 남아 있던 노군잡류별초 부대가 몽골 군대와 맞서 싸워서 이들을 물리쳤답니다.

노군잡류라는 부대는 노예인 관노와 일반 백성으로 구성된, 말 그대로 잡다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부대였다지요.

그런데 나중에 돌아 온 판관과 부사 그리고 양반 나리들은 자기 재산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관노 대장을 닦달하여 처형하려고 했다지요.

하는 말이 ‘내 재산을 빼돌린 놈들이 니들 아녀’

그래서 억울하고 분한 관노들이 양반 계급에 맞서 난을 일으켰다는 사건입니다.


스토리가 임진왜란 때나 정묘호란 그리고 가까이는 육이오 때 이승만이 한 짓과 비슷하지요?

좀 씁쓸합니다.


그리고 느낌이 좋은 구절 하나도 건집니다.

일연이 우리나라 여러 곳을 거닐면서 삼국유사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표현에서 고윤기 선생은 일본 책 중 딱 맞는 표현을 끌어냈네요.


걷는다는 것은 대지라는 책을 읽는 것이다.

다쓰노 가즈오(辰濃和男)의 '문장 닦는 법'의 내용 중에 있는 글이라네요.


멋있지 않습니까?

부지런히 걸을 이유가 생긴 것이지요. ^^


일연도 나라 이곳 저곳을 거닐면서 삼국유사를 쓸 때 필요한 지식을 대지라는 책에서 얻은 셈이지요.


아무튼 고윤기 선생의 시리즈 전 4권을 꼭 읽어 보세요.

너무 좋네요.